‘국제학생의 밤’ 축제를 열다
11월초, 국제학생들의 밤 Muhhibbah가 다가왔습니다. Wilson College 에 재학중인 국제 학생들 주최로 열리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 엔터테인먼트의 밤입니다. 말레이 어로 다양성이라는 뜻인 무히바는 국제학생들의 클럽으로 윌슨컬리지의 모든 국제학생들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1895년 처음 윌슨에 왔던 최초의 일본학생을 시작으로 해마다 국제학생들이 입학하기 시작했고 다과 모임을 가져오던 것이 정식 클럽이 되고, 칠 팔십년 전 쯤 일년에 한번씩 자국의 요리와 고유의 문화공연이 합쳐진 Muhhibbah Dinner 라는 행사로 발전하게 되었답니다. 300명 수용가능한 학교 식당에서 하는데 입장료를 받는데도 꽉 찰 정도이고, 학교주변은 물론 다른 학교에서도 매년 단체로 올 정도로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행사라고 합니다.
이 Muhhibbah International Dinner를 열심히 준비하게 된 이유는, 앞서 설명 드렸듯이 미국학생들의 미국 외 문화,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입니다.
행사 3일전부터 저녁마다 모여 음식을 했습니다. 각국에서 가져온 인형 의상등 문화적 소품을 전시할 전시대도 마련했습니다. 한국하면 아직도 한국전쟁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가 지겨웠던 몇 친구들은. 고층 빌딩 사진으로 도배된 서울 사진을 크게 뽑아서 사진전을 기획했고, 각 나라 별로 사진과 설명을 곁들인 국가소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습니다. 취미로 국악기 해금을 즐겨 연주했던 저는 재즈피아노, 바이올린을 하는 친구들과 고민 끝에 아리랑을 편곡해서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춤 공연을 위해 네팔 친구들과 플라멩고도 연습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국문화와 미국인 개개인을 연결시켜볼까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화선지와 먹을 보내달라고 해 ‘서예로 이름써주기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드디어 당일. 식당에 만국기가 걸리고 세계 각국의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300명넘게 몰려온 사람들이Muhhibbah International Dinner를 즐겼습니다. 한국의 비빔밥과 불고기 화채등은 너무 인기가 좋아서 금방 동나 버려 정작 준비한 한국학생들은 입에도 대지 못할 정도였답니다.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은 제가 준비한‘Have Your Name In Korean (한국어로 이름을 써드립니다)’ 이벤트였답니다. 처음엔 별로 인기가 없을 줄 알고 저 혼자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자기 이름을 한국어로 써달라는 바람에, 한국친구들이 도와줬습니다. 이름과 함께 한국식 덕담도 써주면 좋을 것 같아서, ‘새라와 토니, 행복하세요’ 나 ‘똑똑한 마리아’라는 말도 써주었습니다. 이것은 공짜 이벤트였는데 나중에는 10달러도 놓고 가시고 5달러도 놓고 가시고, 돈을 놓고 가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조상들이 물려주신 글자로 장사가 될 줄이야! 돈은 클럽에 기증했지만 아무튼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결국 문화를 알리는 것은 이렇게 음식으로 맛보고, 그 사람을 만나고, 자기의 이름을 그 나라 글자로 가져보고 하면서 즐겁게 할수 있는 것이구나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