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먼저, 아프가니스탄에서 열린 대족장 평화회의, 지르가가 무엇인지 좀 설명해주시죠.
답)지르가란 한국말로 ‘대족장 평화회의’라고 번역하는데요. 말 그대로 아프가니스탄의 전통적인 족장 회의입니다. 아프간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각 부족 대표와 종교 지도자, 정치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논의하는 전통이 있는데요, 이것이 바로 지르가입니다.
문)그렇군요. 그럼 이번 지르가는 언제, 어디서 열렸습니까?
답)네, 이번 회의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수도 카불에서 열렸습니다. 회의에는 1천6백 여명의 부족 대표와 이슬람 지도자, 그리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참석했는데요.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아프간 전쟁 종식 문제를 집중 논의했습니다.
문)지금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소탕 작전이 한창인데요. 아프간 전쟁을 종식시킬 어떤 묘안이 나왔나요?
답) 지르가는 지난 4일 회의를 마치면서 탈레반과의 전면적인 대화 개시를 촉구했습니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에는 탈레반과의 휴전과 탈레반과의 대화를 담당할 고위급 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결의안은 또 탈레반 무장세력이 평화 정착 노력에 동참할 경우 유엔 테러범 명단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습니다.
문) 중요한 것은 탈레반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여부일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답)탈레반은 이번 지르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탈레반은 회의 개막 전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회의는 외국군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어 탈레반은 무장 대원을 동원해 이번 회의를 겨냥해 자살폭탄 공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문)그 자살폭탄 공격에 책임을 지고 아프간 정부 인사가 사임하지 않았나요?
답)그렇습니다. 아프간 정부의 하니프 아트마르 내무장관과 암룰라 살레 정보국장은 이 자살폭탄 공격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습니다.
문) 이번 지르가는 아프간 상황이 상당히 혼란한 가운데 열렸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답)이번 회의를 놓고 여러 얘기와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한 가지 일치하는 것은 이번 회의를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카르자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부패와 무능력하다는 얘기가 많았는데요. 이번에 대족장 평화회의를 개최함으로써 국가 지도자로서 정치적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프간의 국회의원인 의원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번 지르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활용해 자금난을 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던데, 그건 무슨 얘기인가요?
답)네, 그것은 지난 번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프간 지원회의와 관련된 얘기인데요. 당시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치적,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 1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는데요. 이를 위해 지금까지 마련된 돈은 1억5천만 달러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르가를 명분으로 서방국들에 자금 지원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아프간 정책연구센터의 아프간 전문가인 하룬 미르 씨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번 대족장 평화회의 결의를 활용해 서방국들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미국은 이번 지르가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답)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회의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에 탈레반이 불참해 그 의미가 별로 없는데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정치적 위신 만을 높이는 회의가 됐다는 것입니다.
문)끝으로, 아프간 전쟁 상황은 어떻습니까?
답)미군과 연합군은 지난 몇 달 간 대대적인 탈레반 소탕전을 펼쳤는데요. 최근에는 탈레반이 조금씩 반격을 가하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프간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아프가니스탄의 대족장 평화회의, 지르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