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체제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면서 남북관계와 6자회담 재개 협상 등 한반도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천안함 연평도 사태가 발목을 잡고 있는 남북관계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새롭게 해법을 찾으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꾸준히 북한의 안정과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면서 남북관계를 유연하게 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인 천안함 연평도 사태에 대해 김 위원장이 사망함으로써 남북한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천안함 연평도 문제를 함께 묻고 갈지 말지에 대한 내부 논의는 없었지만 북한의 새 지도부가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에 따라 재검토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아직 북한 새 지도부의 반응이 없는상황에서 북측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전향적 태도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장례식과 추모기간이 끝나고 나서 북한 측이 우리에게 어떤 자세를 보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러한 우리 측의 희망을, 기대를 반영해서 또 받아들여서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가 있겠습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최초의 중요한 시기를 원만하게 관리함으로써 앞으로 한반도 평화 관리에 어느 정도 전망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연한 대북정책 기조를 표명해 온 기존 방침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고 거듭 확인하면서 진전된 상황을 봐가며 여건이 마련되면 구체적인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선 여건이 되는대로 가급적 빨리 하려 한다며 북한이 안정될 때까지 좀 기다려보자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정은 체제의 출범으로 6자회담 재개 협상을 위한 관련국들의 움직임도 한층 바빠지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가 북한 문제 협의 차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캠벨 차관보는 중국과 일본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캠벨 차관보의 이번 동북아 순방은 김 위원장 사망 후 처음이뤄지는 것이어서 한반도 정세 운용과 6자회담 재개 협상에 대해 관련국들이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조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세 나라는 다음 달 중순쯤 미국 워싱턴에서 한반도 정책담당자간 회동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 핵 문제 협의차 다음달 중 러시아와 일본 방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을 이고리 마르굴로프 제1아주국장으로 교체했습니다.
마르굴로프 신임 대표는 북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져 한반도에 대한 개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려는 러시아 당국의 포석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관측통들은 미국이 당초 지난 주 열려 했던 북한과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차 대화에 적극적이고 대북 영양 지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또한 김 위원장 사후에도 여전히 미국의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다음 달 중에는 3차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