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아시아 지역의 항공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조종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요?
답) 그렇습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해 9월까지 아시아 지역의 항공기 이용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 그러니까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항공사들은 기존 항로의 운항 횟수를 늘리거나 새 항로를 개설하고,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면서 급증하는 수요에 맞추고 있는데요. 하지만 문제는 비행기를 조종할 조종사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소형 항공사는 물론이고 대형 항공사들도 조종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문)조종사 확보가 왜 어려운 겁니까?
답) 기본적으로 상업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데 최소한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요. 아시아 지역의 조종사 훈련 기관에서 배출하는 조종사 수는 전체 수요의 3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항공사들이 조종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되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은 항공 여행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요. 매년 수천 명씩 조종사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신규 조종사들을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급기야 한 항공사는 보통 4년이 걸리는 조종사 양성 코스를 2년 반으로 줄여 자체 속성 훈련계획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중국과 더불어 인도도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인데. 인도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답) 인도는 앞으로 20년 안에 세계 3대 항공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될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른데요. 인도의 대표적인 항공사들인 ‘에어 인디아’와 ‘제트 에어웨이’는 프랑스 에어버스 사로부터 35대의 대형 항공기를 임대하기로 했고, ‘스파이스제트’라는 저가 항공사도 미국 보잉사에 737 항공기 30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새로 도입한 항공기를 조종할 조종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급기야 인도 관영 ‘인디아 익스프레스’는 지난 9월 이용객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종사 부족으로 일부 중동 노선이 끊겼다고 보도했습니다.
문) 조종사가 부족하다 보니, 항공사들이 늘어나는 항공 이용객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또 그런 경제적인 측면 외에 안전에 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항공사들이 아무래도 과거에 비해 경험이 적은 조종사를 채용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거나, 혹은 비상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지 못할 위험도 높다는 겁니다.
인도에서는 지난 5월 발생한 ‘에어 인디아’ 소속 항공기 추락 사고가 문제가 됐는데요. 사고 당시 숨진 부조종사의 나이가 26살이었고, 비행 경력도 1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 상업 항공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보통 4천 시간의 비행 경력을 요구합니다.
문) 조종사가 부족하다 보니, 과거에는 경험이 부족해서 항공사에 취업이 힘들었을 조종사들도 지금은 항공기를 조종하고 있다는 거군요? 그러니까 안전에도 문제가 있고요?
답) 또한 항공사들이 조종사들을 대거 모집하면서, 항공사에 취업하기 위해 자신의 비행 경력을 속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중국에서는 지난 9월 비행경력을 속인 조종사 2백 명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문) 이런 조종사 부족 현상은 신규 항공사뿐만 아니라 기존 대형 항공사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라고요?
답) 그렇습니다. ‘캐세이 퍼시픽’이나 ‘싱가폴 에어라인’ 등은 자체 훈련 교육 기관도 갖고 있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항공사들인데요. 신규 항공사들이 소속 조종사들을 고액 연봉을 제시해 빼가면서 덩달아 조종사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경우인데요. ‘필리핀 항공’의 경우 지난 7월 20명의 조종사들이 한꺼번에 다른 항공사로 이적하면서, 기존 노선 운항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