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은행 JP 모건 채이스가 지난 해 유엔 주재 외국 대표부들에 서한을 보내 금융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입수한 이 서한에 따르면, 채이스 은행은 오는 3월31일부로 그 동안 거래해온 외국 대표부들의 계좌를 폐쇄하고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부서도 없애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계좌 폐쇄 5일전부터 입금업무가 중단되고, 계좌가 폐쇄된 뒤에 접수되는 지급요청은 모두 미지급으로 처리됩니다. 사정에 따라서는 사전통보 없이 3월31일 이전에라도 계좌가 폐쇄될 수 있습니다. 채이스 은행은 해당 외국 대표부들에 서둘러 다른 금융기관으로 거래를 옮길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채이스 은행은 이번 조치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특정 외국 대표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거래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관들의 개인 계좌는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채이스 은행의 톰 켈리 대변인도 이번 결정의 이유를 묻는 ‘미국의 소리’방송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북한 대표부 역시 해당 사항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고객에 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채이스 은행의 결정과 관련해 아는 바 없기 때문에 말해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과 뉴욕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 대표부도 공식적인 경비지출은 은행을 통해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채이스 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대표부가 채이스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외교소식통들은 채이스 은행의 결정으로 90개 이상의 국가들이 영향을 받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채이스 은행 말고도 미국의 대형 은행 몇 곳이 비슷한 결정을 내려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 고위 관리들이 지난13일 유엔 본부에서 1백 명 이상의 외교관들을 모아 놓고 비공개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국무부의 패트릭 케네디 총무담당 차관은 설명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엔 주재 대표부들이 택할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케네디 차관은 미국 은행들의 거래 중단 결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상업적인 이유에 따라 이뤄졌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은행들이 외국 정부와의 거래에 따르는 위험부담 뿐만 아니라 테러활동이나 돈 세탁에 연루된 자금인지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그스 은행은 사우디 아라비아를 통해9.11 테러에 연루된 테러분자 두 명에게 송금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지난 2004년 2천5백만 달러의 벌금을 낸 적이 있습니다.
한편 미국 대형은행들이 유엔 대표부들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대안을 마련하는 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중국과 이란, 터키, 이집트 등은 유엔에서 비공개 설명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런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이집트 대사는 다른 은행들을 찾아가 봤지만 거래 요청을 거절 당했다며 아직까지 새로 거래할 은행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