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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은닉자산 제재 본격화


중동과 아프리카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독재자 일가의 재산 환수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장기집권 독재 권력이 수십 년간 챙긴 재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데요. 그 실태를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 독재자들이 숨겨놓은 재산이 얼마나 되는가, 이게 요즘 한창 화두죠?

답) 그렇습니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구요.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려는 움직임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우선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튀니지와 이집트의 독재 권력이 또 한 차례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그 동안 여기 저기 숨겨 놓은 재산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 얼마나 된답니까?

답) 먼저 시위대의 압력에 밀려 해외로 달아난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스위스에 은닉한 자금을 보니까요, 무려 8천4백만 달러 규모입니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벤 알리 일가의 총 재산은 80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그렇게 엄청난 재산을 벤 알리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겠다, 각국이 지금 그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튀니지 중앙은행이 우선 벤 알리 일가가 소유한 토지나 은행 관리권을 확보했구요. 스위스 연방정부도 벤 알리의 자국 내 자산을 동결키로 했습니다. 불법 취득된 공공 자산이 잘못 사용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도 벤 알리 일가의 재산 유출을 막기 위해 이들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 상당한 압박이군요. 지난 11일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답) 역시 막대한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0년 장기집권한 무바라크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추측만 무성한데요. 7백억 달러 정도 될 것이라는 보도가 최근 나왔습니다. 역시 엄청나죠? 기업에서 뒷돈을 받고 이권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불렸다고 합니다.

) 그야말로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은 셈이군요. 그걸 다 어디다 숨겼을까요?

답) 상당 부분을 외국으로 보내거나 고급 주택과 호텔에 투자한 모양인데요. 스위스 은행 비밀예금, 스코틀랜드 은행, 로이드뱅킹 그룹 등을 통해 해외에 보유하고 있답니다. 또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또 홍해 일대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 이 막대한 재산을 추적하는 게 급선무겠네요.

답) 예.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영국 수사당국이 재산 추적에 들어갔고 앞서 스위스 정부는 무바라크 일가의 자산을 동결했습니다. 나아가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재산 동결 문제가 논의 중입니다. 또 당사국인 이집트 내부에서도 사정의 칼날이 날카롭습니다. 이집트 검찰은 돈세탁 여부를 수사 중이구요. 중앙은행은 무바라크가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국외송금 처리 소요 기간을 이틀에서 5일로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 독재자를 끌어내린 뒤에도 할 일이 참 많아 보이는군요. 자, 지금 민주화 불길이 리비아로 번지지 않았습니까?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숨겨 놓은 재산도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요. 역시 만만치 않다면서요?

답) 오히려 앞서 살펴본 독재자들을 능가할 정도입니다. 가다피 일가가 국내외에 숨겨 놓은 재산이 1천 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니까요. 리비아의 공공시설 가운데 상당수도 사실상 가다피의 개인 재산이라고 합니다. 유럽에 있는 정유회사, 항공방위산업체, 자동차 회사의 지분도 많게는 15%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가다피 본인 뿐 아니라 자녀들까지 각종 이권에 개입돼 있다고 하잖아요.

답) 그것도 문제입니다. 가다피의 후계자로 알려진 차남 사이프는 연간 수백 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국영 석유회사와 방송국 두 곳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장남 무함마드는 국영 우편통신회사를, 리비아 축구협회장인 셋째 사디는 축구팀을 갖고 있습니다.

) 여기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뭔가 조치를 취했나요?

답) 예. 이번에도 스위스 정부가 나섰습니다. 가다피 일가의 스위스 내 재산을 찾아내 동결키로 했습니다. 영국도 유엔을 통해 가다피의 재산 동결을 압박하겠다고 밝혔구요. 미국은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잠정폐쇄하면서 적극적으로 압박에 나서고 있는데요.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가다피와 그의 자녀 4명의 재산을 동결했습니다. 유럽연합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다피 일가에 대한 재산 동결을 비롯한 제재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 최근 민주화 진통을 겪고 있는 몇 개 나라들의 상황만 살펴봤습니다만,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경우가 이 나라들에만 국한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답) 세계은행 통계를 보니까요, 독재자들이 해외로 빼돌리는 돈이 연간 4백억 달러에 달한답니다. 은닉 자산 총액은 무려 1조4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구요. 이게 단순히 재산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분쟁과 폭력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에 불고 있는 민주화 바람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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