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개한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장의 장거리 미사일
문) 백성원 기자 (네, 평양입니다) 평양엔 언제 도착했습니까?
답) 예. 지난 7일, 그러니까 일요일 오후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해 9월 방문했을 때 한창 공사 중이던 순안공항 청사는 이제 작업을 다 마쳤구요. 하지만 많은 외신기자들이 동시에 입국하느라 공항 내부는 상당히 붐볐고, 지난 해보다 검색도 훨씬 까다로워서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습니다. 이 곳 날씨는 오전엔 좀 쌀쌀하지만 오후엔 영상 10도 이상 올라가서 활동하기에 편안한 기온입니다.
문) 그렇군요. 백 기자 7개월 만에 북한에 들어갔는데, 이번엔 바로 발사장에 갔군요.
답) 그게 도착 바로 다음 날인 8일인데요. 기자들도 몰랐습니다. 원래 8일 아침 8시까지 호텔 로비로 집결해 달라는 얘길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갑자기 밤에 다시 연락이 와서 8일 아침 6시 40분까지로 앞당겨졌다는 연락을 다시 받았습니다. 아침이 돼서야 발사장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았구요.
문) 그렇게 해서 간 곳이 동창리 발사장이 맞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입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을 비롯해 미국 CNN, NBC, AP, 영국의 BBC, 일본의 NHK, 교도통신, 중국의 신화, CCTV 등 각 나라 주요 언론사들이 총집결해서 아주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였습니다. 언론과 전문가, 몇몇 단체 소속 인사들까지 총 1백47명이 현장을 향했구요. 발사장까지는 평양 용성역에서 열차로 5시간 가량 이동해 도착했습니다.
문) 발사장 현장은 어떤 상태입니까?
답) 최종 목적지인 동창리에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벌써 멀리서 발사대에 발사체가 장착돼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서 다시 철저한 검문검색을 통과해 서해발사대 총책임자 장명진 연구원의 안내와 설명을 들으며 발사장 곳곳을 걸어서 참관했습니다. 기자들이 워낙 많이 몰려서 취재진을 뚫고 장 연구원 가까이서 얘길 듣기가 상당히 힘들었는데요. 얘길 잠깐 들어보시죠.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책임자] “여기서 로켓을 수직으로 세워서 거기에 위성을 조립해 가지고 발사하는 발사탑입니다.”
문) 지금 ‘로켓’이라고 했는데 ‘은하 3호’를 가리키는 건가요?
답) 그렇습니다. 발사체 표면에 ‘은하 3호’라는 표식이 있었습니다. 발사대에 수직으로 장착돼 있는 모습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공개해 바로 그 앞까지 걸어 갔습니다. 그러니까 길이 30m, 직경 2.4m의 이 발사체로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리게 된다, 이런 주장입니다.
문) 물론 ‘위성발사체’라고 강조했겠죠?
답) 예. 외부의 지적처럼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을 쏘는 거다, 시종일관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저도 계속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위성이 결국 같은 기술로 혼용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 부분을 질문했는데 계속해서 같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기자] “맨 꼭대기에 핵탄두가 실리느냐, 미사일 탄두가 실리느냐, 혹은 위성이 실리느냐에 따라서 이게 ICBM, 장거리 미사일로도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책임자] “옳습니다, 옳습니다, 그러나 탄도 로켓이 되려면 첫째 저렇게 노출돼서 쏘지 못합니다. 저렇게 노출돼서 쏘면 어떻게 우리 반대편 사람들이 저걸 까지 않습니까? 저렇게 해서 어떻게 쏘겠습니까?”
문) 그러니까 발사체가 장거리 미사일이라면 숨겨놓고 쏘지 그렇게 관측 가능한 곳에서 공개적으로 못 쏜다, 그런 이유를 대는 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발사체 길이가 30m나 되지 않느냐, 미사일이라면 지하에 숨겨 놓고 쏘든지 이동식으로 끌고 다니든지 해야지 이걸 어디다 숨겨놓고 쏘겠는가,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추가 질문을 계속했는데요. 발사대가 어디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미사일 기술과 호완된다는 게 외부의 우려 아닌가, 그렇지만 같은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 북한이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3호’, 기술적으로 어떤 설명을 하던가요?
답) 궤도 고도가 5백km에 지구관측을 위한 고성능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또 지상에 배치된 원격 측정 안테나들을 통해 각종 자료를 전송하게 된다, 이걸 핵심적인 기능으로 내세웠습니다. 뭐 각종 자료라면 기상과 관련해 자연재해를 막아 농작물 수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정보다, 그렇게 설명을 했구요. 그 밖에 발사 중량은 91t, 발사추진력은 1백20t,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부분까지 나열했습니다. 그리고 궤도를 돌면서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 또 ‘발걸음’, 이런 음악을 송출할 것이란 말도 했습니다.
문) 그 동안 많은 의문을 제기해 온 외신 기자들을 발사대 바로 앞까지 부른 건데, 현장을 직접 본 만큼 많은 질문들이 나왔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던 각종 의혹들에 대한 질문이 거의 2시간 이상 빗발쳤습니다. 앞서 미사일이냐 위성이냐, 그 부분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들으셨구요. 또 1.2단계 추진체가 어디 떨어지느냐, 그래서 위성은 어딜 지나느냐, 여기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주로 발사체 낙점으로 거론돼 우려되는 나라 출신 기자들이 이 부분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장 총책임자의 답변입니다.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책임자] “일본 상공 뿐아니라 아무 나라나 다 지나갑니다. 그러나 운반 로켓으로는 그 전에 다 끝납니다. 다 끝나고 위성으로서 날아갑니다, 위성으로서.”
그러니까 1,2차 추진체는 진작 공해상에 떨어진다, 그러니까 안전 위험은 없다, 하지만 위성으로서야 어디 국경이 있냐, 일본이고 미국이고 다 지나게 된다, 그런 주장입니다.
문) 북측이 이번 발사체를 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 결국은 평화적인 우주이용권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군요.
답) 왜냐하면 그 부분은 북측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막고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와도 연결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발사장에서 장 총책임자도 이게 위성이기 때문에 절대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구요. 또 이 부분은 유엔 결의에만 걸리는 게 아닙니다. 지난 2월 미국과 북한이 베이징에서 합의한 내용, 우라늄 농축, 핵.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한다, 이런 조항에 대한 정면 위배라는 게 미국 측 입장 아닙니까? 거기에 대해서도 어제 장 총책임자는 발사체의 ‘위성’ 측면을 강조해서 정면으로 반박한 겁니다.
문) 기술적인 설명을 하는 자리였지만 정치적 문제 역시 거론이 된 것 같군요.
답) 사안의 중대성을 볼 때 당연히 정치적 사안의 질문과 답변이 여러 차례 오갔습니다. 안내와 설명을 맡은 장 총책임자는 기술위원회 소속이긴 했습니다만 역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답변도 다는 아니지만 준비를 하고 나왔다고 볼 수 있구요. 가령 이런 부분입니다. 들어 보시죠.
[녹취: 기자] “식량난이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위성 개발에 매진을 해야 되느냐, 이런 바깥세계 반박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책임자] “우리가 이걸 어저께 그저께 생각해서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80년대부터 이 운반로켓, 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써 왔습니다. 아무리 배고파도 기술 개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기술 개발 안하면 제일 후진국으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문) 여기서 말하는 기술 개발, 이것도 결국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 기술이다, 그걸 강조하는 것 같은데요. 대답을 하지 않은 사안도 있습니까?
답) 예. 좀 예민한 부분은 정치적 질문이라면서 넘어 갔는데요. 좀 긴 대화 내용입니다만, 이번 발사와 관련된 논란의 핵심적인 부분이어서 다 들어보시도록 하겠습니다.
[녹취: 기자] “기술력이 호환될 수 있기 때문에 군 당국은 전시 상태나 위급한 상황 발생시에 상단에 위성 대신 핵탄두를 장착할 의향은 없습니까?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지배인] “우린 없습니다. 저건 장착했댔자 쏘지도 못합니다.
[녹취: 기자] “장착할 의향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책임자] “우린 그 분야에 종사하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우린 평화적인 우주공간위원회 기술위원회 성원들입니다. 우리는 평화적인 운반 로켓과 위성을 쏘는데 그걸 우리한테 묻지 마십시오.
[녹취: 기자] “따라서 군 당국이 어떻게 행동할 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책임자] “우린 거기와 관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운반 로켓은 확고하게 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해서 쏠 수 없다는 겁니다.”
문)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걸 미-북간 2.29합의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북측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발사장에서도 그 얘기가 나왔습니다. 2009년 시험위성 발사한 직후부터 진작에 이번 발사를 계획한 건데 최근의 미-북 합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논리인데요. 역시 미사일이 아니라 위성이라는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고, 미국도 지난 2월 베이징 회담에서 이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장 총책임자의 주장입니다. 들어보시죠.
[녹취: 기자] “2월 북-미 회담시 이 문제가 논의됐습니까?
[녹취: 장명진 서해발사장 총지배인] “논의됐습니다. 우리 측은 정확히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그만두는 거지 위성 로켓 발사를 그만둔다고 안 했다고 명백히 찍어 줬습니다. 운반 로켓 발사는 계속한다는 것은 이미 천명했습니다, 그 때.
문) 일부 국가에선 요격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반응은 없었는지 모르겠네요.
답) 말이 나왔습니다. 자주권을 훼손할 경우 용서치 않겠다, 이런 경고를 했습니다만, 나중에 재차 질문이 나왔을 때는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자주권을 난폭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반응을 거듭 보였습니다.
문) 앞서 발사장에 기자들 외에 전문가들도 함께 갔다고 했는데 우주과학 전문가를 말하는 겁니까? 그 분들 반응도 궁금하네요.
답) 예. 우선 우주항공 전문가들이 맞구요. 미국, 프랑스 등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왔는데 미국 전문가는 미국 특정 언론이 비용을 대면서 동행한 경우라 분석을 다른 언론사와 공유하지 않았구요. 대신 크리스티안 라디어라는 프랑스 전문가 얘길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주과학 관련 전문지 편집장인데, 라디어 씨 말로는 이 발사체만큼은 위성이 맞다, 그런 분석을 하더군요.
문) 어떤 근거를 대던가요?
답) 우선 미사일로 보기엔 발사체가 작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발사 중량을 91t으로 잡지 않았습니까? 이게 4백t 정도 돼야 한다,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다만 미사일이나 위성이나 서로 기술적으로 호환되는 부분이 있는 건 분명하다, 따라서 향후 이 위성 기술이 미사일 기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는데요. 하지만 그건 어느 나라 위성이나 마찬가지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문) 예고한 대로 북한 당국이 발사 기지를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했는데요. 그럼 발사 당일엔 어떻습니까? 참관이 가능한 상황인가요?
답) 우선 12일부터 16일 사이에 쏘겠다고 예고하지 않았습니까? 대체로 태양절인 15일 하루 이틀 전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관측인데, 물론 발사 당일 기자들이 다시 동창리 발사장을 방문하는 건 아니구요. 평양에 있는 종합지휘소로 가서 발사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연구원도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구요.
진행자) 예. 북한 현지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평양에 나가 있는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