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서 생활하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한 여성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회견했다고 28일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함경북도 청진시에 살던 박정숙은 6.25전쟁 당시 한국으로 내려간 아버지를 찾기 위해 2006년 3월 탈북했다가 지난달 25일 북한으로 돌아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여성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측 정보원들의 유인전술에 걸려 한국으로 끌려갔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탈북자들의 생활형편 등을 언급하면서 탈북자들에게 돌아오는 일자리가 오물청소나 시중들기 그릇닦기 등 가장 비천하고 어려운 일 뿐이며 자살률도 여느 사람들의 다섯 배나 된다며 한국 사회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이 공화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이 여성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통일부 박수진 부대변인입니다.
[녹취: 박수진 통일부 부대변인] “다만 기자회견에 나오는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2006년 6월 국내 입국해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북한 이탈주민 박인숙씨로 확인됐습니다”
통일부는 이 여성이 북한에서 박정숙이라고 이름을 밝힌 데 대해 “태어날 때는 박정숙 이었지만 북한에서 공민증을 만들 때부터 박인숙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한국으로 들어올 때도 박인숙이라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나이는 71살이고 서울 송파구 임대아파트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는 북한으로 들어가기 전 지난달 중순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부는 박 씨가 재입북하게 된 경위와 애초에 위장 탈북이었을 가능성 등에 대해 “특이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재입북 경로 등을 포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박 씨가 17평 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로부터 한달에 70만원 미화로 약 610달러를 받아왔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또 박 씨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이 자기 때문에 차별을 받고 청진으로 추방됐다고 말하면서 아들을 몹시도 그리워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박 씨의 재입북이 한국에서의 생활고 때문이 아니라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바로 이런 죄책감을 이용해 북한 당국이 박 씨의 재입북을 기획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자들은 이번 사건이 최근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현안이 되자 북한 당국이 꾸민 일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들 사이에서 북한을 탈출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입니다.
[녹취: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지금 워낙 탈북자들이 국회에도 입성하고 북한 인권문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북한 사람들이 탈북하려는 생각이 최고조에 달했으니까 정말 북한이 계획적으로 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탈북자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기자회견을 한 예는 지난 2000년 재입북한 유태준씨가 있습니다. 유씨는 이후 2001년 다시 북한을 탈출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탈북 후 재입북의 사례는 구체적인 숫자는 밝힐 수 없지만 아주 작은 규모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한국 통일부, 재입북 여성 신원 확인
탈북 후 한국에서 생활하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간 한 여성이 북한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사회를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재입북한 동기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