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백성원 기자 (네, 평양입니다) 16일 전에 쏘겠다, 북한이 밝힌 계획은 그런데 오늘 상황은 어땠습니까?
답) 외신기자들에게 로켓 발사와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발사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인데요. 지난 8일 동창리 서해발사장 공개를 시작으로 10일 공식 기자외견, 11일 평양 ‘위성관제종합지휘소’ 공개까지 관련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돼 왔는데 오늘은 일단 조용히 넘어갔습니다.
문) 그럼 오늘 외신 기자들은 어떻게 움직였습니까?
답) 말씀 드린 대로 로켓 발사와는 관련 없는 일정이 잡혔습니다. 주로 태양절을 맞아 평양에서 열리는 갖가지 행사 일부를 취재하는 동선을 따랐는데요. 오전엔 ‘주체사상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는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대회장 1층엔 이 대회에 참석하는 각 나라 인사 대표들이 자리를 잡았고 2층엔 모두 북한 노동당원들로 보이는 청중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65개 나라에서 대표를 보냈다는 게 북측 주장입니다.
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우상화와 관련이 깊은 자리였겠군요.
답) 주체사상이라는 형식을 빌긴 했지만 대회장 곳곳에 두 지도자의 사진을 비롯해 선집과 일대기 등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 인민위원회의 상임 위원장의 모두발언에서도 두 지도자에 대한 찬양이 반복됐구요. 하지만 대회장 여기저기 배치된 관리인들이나 안내원들로부터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문) 그 동안 북한 당국자들의 설명을 계속해서 들었었는데 일반 주민들의 반응을 알아봤다는 얘기군요.
답) 물론 그렇습니다만, 이런 국가적인 행사장에 배치된 안내원들을 일반 주민들과 완전히 동일시 할 순 없겠죠. 그래도 일반인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회였던 건 맞습니다. 이들의 반응을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기자] “곧 위성을 발사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 주세요.”[녹취: 인민문화궁전 안내원]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정말 우리의 기술, 우리의 힘으로 쏴 올린다는 건 조선 민족으로서 우리 수령님, 우린 장군님 모심으로 해서 우리 김정은 동지에 따라 나가는 우리 인민으로서 정말 긍지 높이 자존심 높이 조선 민족으로 된 긍지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습니다.”
문) 예. 예상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으로 들리는데요. 다른 주민들의 얘기도 별반 다를 바가 없겠죠?
답) 일관된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행사장 말고 길거리를 지나는 행인에게 다가가 갑자기 같은 질문을 던져봤는데요. 들어보시죠.
[녹취: 기자] “어떻게 생각하세요?”[녹취: 행인]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응당 있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녹취: 기자] “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녹취: 행인] “우리나라가 세계 강성대국의 지위에도 당당히 올라섰고, 크나큰 긍지와 자랑과 영광을 가진 이런 속에서 인공지국위성을 또다시 발사하는 것은 조선의 정말 자랑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국자의 말과 일반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비슷하게 들리죠? 제가 가는 곳마다 로켓 발사와 관련된 일반인들의 대답을 들어봤는데요. 무슨 교범이 있나 생각될 정도로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문) 그렇군요. 당국자들의 말처럼 일반 주민들도 발사체가 위성이라고 믿고 있고, 이게 나라의 긍지와 관련 있다, 그런 반응이군요.
답) 사용하는 표현과 단어들이 비슷비슷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부에서 장거리 미사일 운운하는데 외국 기자들 다 불러서 보여주지 않았냐, 오해하지 말아라, 정말 당국자나 할 법한 얘기까지 했습니다. 궁금해서 다른 사람한테 이런 질문도 해 봤는데요.
[녹취: 기자] “위성을 전에도 쏘아 올렸었잖아요, 그렇죠? 그 위성들 지금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녹취: 인민문화궁전 안내원] “저희 위성들이 인민경제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 다 위성들이 자기 궤도에서 원만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문) 역시 북한 당국의 입장이 그대로 반영돼 있네요.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과거에 쏘아 올린 로켓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실패한 것으로 결론 냈는데 말이죠.
답) 따라서 국제사회에선 장거리 시험발사였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구요. 하지만 북한 현지에선 과수 농장을 가든, 제사공장을 가든 또 오늘처럼 인민문화궁전을 가든 북한이 그 동안 쏴 올린 발사체를 모두 위성으로 간주하고 있었고 현재 잘 가동 중인 것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문) 예. 예상했던 반응입니다만,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던 기회였구요. 백 기자, 그리고 어제 평양에서 당대표자회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김정은이 제 1비서가 됐구요. 평양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당대표자회 소식을 좀 먼저 알고 싶어서 그렇지 않아도 어제 여기 저기 얘길 해 봤습니다만, 이 곳에 와 있는 외신기자들 역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올 때까지 전혀 정보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11일 밤 이 곳 TV 방송 일부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 TV] “조선 노동당 제 1비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조선 노동당의 영도 따라 나아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앞 길에는 언제나 승리와…”
문) 평양 시민들도 바로 반응을 보였나요?
답) 11일 밤 늦은 시간이라 반응을 바로 들어볼 순 없었지만 밤 10시쯤 돼서 제가 묶고 있는 평양의 고려호텔 창문 밖으로 함성과 만세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도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 추대와 관련이 있는 함성 같았습니다. 제 방이 20층에 있어서 만세 소리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는데 당시 평양 길거리에서 들렸던 함성 소립니다.
[녹취: 평양 길거리 함성]
문) 전문가들은 사실 김정은이 노동당 총비서직을 승계할 것으로 점쳤는데 결국 제1비서가 됐단 말이죠. 현지 주민들은 미리 예상한 바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답) 당대표자회가 11일 개최된다는 사실 외에 다른 소식은 전혀 주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주민들도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총비서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한 평양 시민의 반응을 들어보시죠.
[녹취: 기자] “어제 제1비서에 추대됐거든요.” [녹취: 주민] “예, 봤습니다.” [녹취: 기자] “어떤 생각이신가요?” [녹취: 주민] “솔직히 이야기하면 총비서로 추대됐을 것으로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우리 장군님을 영원한 총비서로 하시고 자신은 1비서로 되셨는데 그러심으로 해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영생하시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문) 놀랐다는 반응인데, 주민들 역시 총비서에 오를 줄 알았다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 추대를 계기로 새삼스럽긴 합니다만 주민들이 그의 존재를 언제부터 인식하게 됐는가, 그런 얘길 들어봤는데요. 기자와 한 주민의 대화 내용입니다.
[녹취: 기자] “김정은 부위원장을 처음 아시게 된 건 언젭니까?” [녹취: 주민] “공식적으로 보도된 건 재작년도 당대표자회 할 때 공개가 됐습니다.” [녹취: 기자] “그 전에는 모르셨나요? [녹취: 주민] “그전에는 그저 공식적으론 우린 그저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녹취: 기자] “발걸음 노래가 처음 나오게 된 건 언젠가요? [녹취: 주민] “발걸음 그저 한 3년 전부터 나오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녹취: 기자] “그럼 2010년 당대표자회 이전부터 그 노래는 알고 계셨군요? [녹취: 주민] “네, 그렇습니다. [녹취: 기자] “그렇다면 그 노래가 김정은 부위원장과 관계가 있는 노래라는 것도 아셨구요?” [녹취: 주민] “네, 알고 있었습니다.
문) 외부에 알려진 것과 거의 같은 얘기군요.
답) 예. 여러 주민들이 거의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예민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져봤는데요. 주변의 음악 소리가 좀 크게 들립니다만, 다른 주민과의 대화 내용 조금 더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기자] “그러면 김일성 주석의 후손이 계속 영도자를 맡게 되는 건가요?” [녹취: 주민] “아닙니다. 그것은 뭐 단지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 후손으로서라기 보다도 위대하신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일으켜 놓으신 주체 혁명 위업을 그대로 계승해 나가시는 그런 담력도 배짱도 그대로 넘겨받으신 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문) 예. 아무튼 새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총비서직을 승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제1비서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새 지도체제 하에서 북한은 지금 로켓 발사를 바로 눈 앞에 두고 있는데요. 백성원 기자, 그럼 다음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답) 아직 외신기자들 공식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내일이 13일, 그러니까 태양절을 이틀 앞둔 시점이 되는데 과연 발사가 이뤄질지 저를 포함한 외신기자들 모두 긴장 상태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