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백성원 기자. (네) 무바라크 대통령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군요.
답) ‘드디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만, 무바라크 대통령, 정말 버티고 버티다 시민들의 분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11일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국영 TV를 통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집트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지 꼭 18일째 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이 돼 버린 술래이만 부통령의 성명 발표, 들어 보시죠.
문) 무바라크 대통령이 그 동안에도 물러날 듯 물러날 듯 하면서 계속 권좌를 지키지 않았습니까? 아주 혼란스러웠어요.
답) 최근 몇 일 동안 무바라크의 퇴진 여부에 대해 좀 혼선이 있었죠? 무바라크 대통령의 하야가 임박했다, 이런 소식이 계속 흘러 나오면서 완전히 기정사실화되는 듯 보였습니다. 실제로 이집트 현지 방송과 서방 유력 언론들은 무바라크가 10일 밤 사퇴할 것이다, 이렇게 긴급 타전했거든요.
문) 혼선이 극에 달했던 게 바로 그 때였던 것 같은데, 결국 그게 오보로 밝혀졌잖아요.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히는 바람에 말이죠.
답)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었다고 표현을 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10일 대국민 TV 연설을 하면서 영 뜻밖의 얘길 해 버린 겁니다. 술래이만 부통령에게 오는 9월까지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하겠다, 하지만 대통령 임기는 끝까지 채우겠다, 예상을 뒤집는 발언이었죠? 영 다른 보도를 해 버렸던 각 언론들은 정정 보도하느라 소동을 빚었구요.
문) 그러게요. 무엇보다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해 온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죠. 실망과 분노가 뒤섞여서 현지에서 뭔가 큰 일이 터질 듯한 분위기 아니었습니까?
답)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었습니다. 시민들이 즉시 행동에 들어갔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 거부 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 그러니까 11일이 되겠죠, 카이로 도심의 타흐리르 광장 – 이게 아랍어로 ‘해방’이라는 뜻이랍니다 – 이 곳에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자칫 경비 당국과 충돌을 빚을 수도 있는 위기 국면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에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전격적으로 알려진 겁니다.
문) 시위대 입장에선 하루 밤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다 경험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환호성이 그래서 더 크게 들렸나 봅니다.
답) 예. 1백만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들었으니까 굉장한 규모죠.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현장의 축제 분위기 잠깐 들어보시겠습니다.
문) 예. 자유의 기쁨을 한껏 만끽하는 소리로 들리네요. 반정부 시위 18일 만에 이뤄낸 결과라고 앞서 말씀 드렸는데 그야말로 시민혁명이 이집트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군요.
답) 그런 셈입니다. 원래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로 확산된 겁니다. 그게 지난 달 25일이었습니다. 3주가 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민주화 시위가 순조롭게만 진행된 게 아닙니다. 보안경찰이 폭력진압에 나서면서 이집트 전국에서 최소 3백 명에서 많게는 9백 명까지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가 이 부분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시해 왔구요.
문) 그런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던 겁니까?
답) 결국 무바라크가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는데요. 1970년대 중동전쟁에서 이집트의 전쟁영웅으로 부상해 1981년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입니다. 당시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 직후라 불안정한 정국을 비상계엄법으로 통제했고 그게 현재까지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문) 그러다가 결국 독재로 이어진 거군요. 30년씩이나.
답) 예. 우선 여당 후보의 출마가 제도적으로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5차례나 연임에 성공했구요. 북한의 후계 문제도 논란이 많습니다만, 무바라크 역시 자신의 차남을 핵심 요직에 앉혔습니다. 이게 결정적이었습니다. 부자간 권력세습까지 노리는 게 아니냐, 그런 비판이 커졌으니까요.
문) 자, 이제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 여기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지 않습니까? 어떤 조짐을 보이고 있죠?
답) 예. 무바라크는 갔지만 군부가 남았습니다. 따라서 실권을 쥔 군부가 어디로 가느냐, 이게 관건인데요. 군부가 과도정부를 장악하면서 이집트는 당분간 정상적인 행정체계보다는 일종의 포고령으로 움직이게 됐습니다.
문) 일종의 군사정부네요.
답) 일단은 그렇습니다. 문제는 다음입니다. 군부가 약속대로 오는 9월 대선 때까지 상황을 관리만 하고 민간정부에 실권을 넘기느냐, 아니면 군이 기득권을 수호하는 방향으로 개입할 것이냐, 이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9월 대선 때까지의 상황을 봐야 이집트 민주화 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겠군요. 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전격 사퇴 관련 소식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렸습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마침내 30년 독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불과 몇 시간 전 권력을 군에게 넘겨주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는데요. 숨가쁘게 진행된 이집트 대통령 퇴진 과정, 백성원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