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추궁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미 전문가들이 이 사안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로 현실적인 난관이 큰 만큼 유엔 안보리 내 북한 인권 논의와 특별재판소 설립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강양우)
유엔 국제법 전문가인 제러드 겐서 변호사는 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러드 겐서 / 변호사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에 대한 의문의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김정은과 그 정권, 또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북한 주민들을 굶주리게 하고, 수십만 명을 혹독한 강제수용소에 가두는 행위, 또 외국인들을 납치한 행위는 모두 국제사회가 규정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이 기구의 수장인 미첼 바첼레트 유엔인권최고대표는 2일 보도자료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부합할 수 있는 인권 침해가 북한에서 계속 자행되고 있다며, 국제 공동체가 정의를 우선시하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중대한 인권 침해가 중단되도록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법과 대학원의 노정호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의 ICC 회부는 북한 정권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노정호 /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법대 교수
“ICC에 김정은이 회부돼서 재판을 받을 경우, 인권 부문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징벌이 가해질 수 있으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피하려고 하는 거고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거고…”
노 교수 등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ICC 설립의 근거인 로마규약 비준국이 아니기 때문에 ICC에 회부하려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만장일치 의결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북한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정치적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슈아 스탠튼 / 변호사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의 만장일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 대신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했습니다.”
미국이 IC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를 더 강하게 압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로버트 킹 /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미국은 처음 ICC를 설립하자는 합의에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후에 이 안을 의회 상원에서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회원국이 되지 못한 겁니다. 결국, 미국은 회원국이 아니기에 북한 인권 문제를 ICC에 회부시키는데 어렵게 됐습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미국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유엔 안보리 내 북한 인권 문제 논의를 주도해 왔다면서, 이는 북한 정권이 실질적인 압박을 느끼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국제적 차원의 특별 조사단이나 임시재판소 구성을 제안하면서, 이같은 방법이 법적인 구속력은 약하지만 기본적으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유일한 현실적 대안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