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당국자가 향후 북한 정권이 대남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해 도발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에 따라 장기전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영상취재: 이상훈 / 영상편집: 조명수)
시드니 사일러 국가정보국장실(O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지난 21일 미국의 민간단체인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 정권이 향후 대남지배력 과시를 위해 도발적 행동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관
“미국 정보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강압이 통할지 시험하려는 행동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남 협박에도 넘어서는 안 될 금지선이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어둠 속에서 이 같은 금지선을 감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향후 수 주 또는 수개월 동안 북한 정권의 행동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단어는 김정은 위원장이 8차 당대회에서 핵 경제 병진 노선의 실패를 자인하고 꺼내든 ‘정면 돌파전’ 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면돌파전’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견뎌내는 것을 골자로 하며,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의 일환이란 겁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이와 연계해 8차 당 대회에서 전술핵 고도화를 천명한 것도 향후 북한의 무력 도발 감행 시 한국군이 대응에 나설 경우를 염두에 둔 경고성 발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관
“과거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직후의 한국군 대응처럼 향후 도발을 감행하고 한국군이 유사한 대응에 나선다면, 북한이 과시한 (전술핵 고도화) 역량을 셈법에 넣어야 할 것이라는 엄포성 발언입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이런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박근혜 전 정부가 과거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 후 북한 정권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했던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화력에 2~3배로 즉각 대응한다는 원칙으로 북한 정권이 직사화기로 여러 발 도발하자 150mm 포탄 수십발로 강하게 대응했었습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이런 대응이 김정은의 셈법을 철회하도록 한 대표적 사례라며, 이 같은 접근법은 향후 북한 정권의 도발에 어떤 억제력이 필요한지를 잘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사일러 담당관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역할에 다소 부정적 견해를 보였습니다.
시드니 사일러 / 국가정보위원회 북한 담당관
“김여정이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등장한 이래 그것이 남북 대화 든 미국과의 외교 측면이든 어떤 중대한 정책적 영향을 미쳤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일러 담당관은 김여정의 직위가 강화되거나 갑자기 수개월 간 자취를 감추더라도 그것이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특별히 주목할 부분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