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한 때 국가 경제가 눈부신 활황세를 보였던 아일랜드가 끝내 재정위기를 견디지 못해 연말을 한 달 남짓 앞두고 구제금융을 받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졌는데 일찍부터 예견됐던 게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유로화 사용권 창설 11년 만에 지난 5월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견디지 못해 1천40억 달러 규모의 구제 금융을 받았습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아일랜드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6개월 만에 아일랜드도 구제금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문) 그러니까 실제로 2010년은 유로화 사용권이 시험대에 오른 한 해가 된 거죠?
답) 유로화를 단일 통화로 채택한 유럽 연합 16개 나라와 비회원국 9개 나라들의 재정 위기 때문에 유로 통화체제를 다시 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이 같은 시험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유로 체제의 취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근본 원인들을 제거하면 유로화가 강력한 통화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문) 재정위기 등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대책이 강구됐어야 했던 게 아닌가요?
답) 물론 그렇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유럽의 사태 처리 방식은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영국 런던 경제대학원의 이언 베그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죠.
" This is characteristic of the way Europeoperates
유럽 특유의 문제 해결 방식은 무엇인가 잘못이 들어 나도록 기다렸다가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개별 회원국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유럽의 통합을 향해 고삐를 조인다는 겁니다.
문) 그런데 유로화 사용국 중 아일랜드와 그리스 같은 저변 국가들 외에 경제력이 상당히 높은 프랑스 같은 나라들의 재정 문제도 만만치 않은 거로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
답) 그렇습니다. 프랑스와 영국이 재정 안정을 위해 지출을 크게 삭감하고 은퇴연령을 높이며 대학 수업료를 인상하는 등의 강도 높은 처방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일반 대중과 특히 젊은 계층은 정부의 재정 긴축 처방에 항의해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실정이지요.
문) 그런 상황에서 각국 지도자들은 자국 경제의 필요와 유럽 연합 전체의 필요 충족 사이에 균형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있지 않습니까?
답) 그런 지적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각국의 필요가 최우선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런던 경제대학원의 베그 교수는 유럽연합의 유로화 사용 국가들은 미국처럼 미 합중국이 될 수 없고 따라서 개별국가들이 통합된 유럽 형태로 가고 있는 거라고 설명합니다.
문) 그렇다면 유럽 지도자들이 그토록 열망해온 유럽 대 통합과는 거리가 멀어 지는게 아닌가요?
답) 유럽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산산조각 나는 비운을 겪었기 때문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통합된 평화로운 유럽을 이룩하려는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지금 같은 재정 위기 상황에선 그런 이상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유럽개혁 연구소, 사이먼 틸포드 수석 경제 분석가의 말입니다.
"Unfortunately the necessary solidarity has been eroded
유럽 대 통합이 필요로 하는 결속은 지금의 재정위기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는 겁니다. 같은 회원국들을 살려내기 위한 구제금융의 부담을 떠 안게 된 다른 나라 국민들은 왜 우리가 그런 낭비를 보상해야 하느냐고 개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 그 때문에 개별 국가가 부채상환 불능 선언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대 통합 열망은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볼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