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6년 동안의 세금 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에 불법 이주자를 추방하는 '타이틀 42호' 정책 시행 중단을 결정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2022년 한 해, 미국 마약단속국이 미국인 전체를 죽일 수도 있는 양의 펜타닐을 압수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내역과 관련한 내용이군요?
기자) 네, 미 하원에서 나온 결정 내용입니다. 세입위원회는 지난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6년 치의 세금 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기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포함되는 시기입니다.
진행자) 세입위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린 거죠?
기자) 이날(20일) 세입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거 세금 내역 공개 여부를 놓고 비공개회의가 열렸습니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는데요. 이후 이 사안에 대해 투표가 이뤄졌는데 찬성 24대 반대 16으로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세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소속 리차드 닐 의원은 "이는 대통령직에 관한 것이지 대통령에 대한 것은 아니"라며 세입위 결정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세입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내역을 공개할 것을 결정한 것 외에도 이와 관련한 별도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국세청(IRS)에 대한 보고서인데요. 세입위는 보고서를 통해 국세청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세입위는 국세청이 대통령의 개인소득 신고 내역에 대한 의무 세무조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4년 동안 3년은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국세청은 이날(20일) 의회의 발표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의회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내역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의회의 이날 결정이 나오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나 현직 대통령, 부통령은 개인 세금 보고 내역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관계를 깨고 세금 보고 명세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자신이 세무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원 세입위는 이때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긴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졌죠?
기자) 맞습니다. 세금 보고는 의무가 아니지만, 세입위는 이익 상충 문제가 없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고, 고위 관리의 투명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선 이를 정치적 동기에 따른 요구하며 거절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진행된 법적 공방을 간략히 볼까요?
기자) 지난해 12월 연방 지법은 하원 세입위가 전직 대통령의 세금 보고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세금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어 지난 8월 워싱턴 D.C. 항소법원도 이 결정을 유지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발해 연방 대법원의 개입을 요청했습니다.
진행자) 법원에서의 긴 싸움 끝에 지난 11월 중요한 결정이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로 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건데요. 연방 대법원은 하원 세입위원회의 세금 보고서 접근을 막아 달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청을 최종 기각했습니다. 세입위는 대법원의 해당 결정을 토대로 이날(20일) 세금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하게 된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는 언제쯤 공개될까요?
기자) 네, 아직 정확한 공개 날짜는 알 수 없습니다. 계좌 번호나 사회보장번호(SSN)와 같은 개인 정보 등을 가리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는데요. 닐 위원장은 이런 작업에 며칠은 걸리게 될 것이라며 이 작업은 20일 밤부터 바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정치권 반응도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성명에서 "세입위의 작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그 어느 대통령도 재임 기간 이뤄지는 세금 신고 감사에 대해 대중이 이에 대한 실제 책임과 투명성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시급한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죠?
기자) 스티븐 청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보낸 성명에서 민주당의 이번 결정이 전례가 없는 유출이라면서 이는 민주당이 지고 있는 정치 싸움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 보고를 보게 되면 그가 얼마나 성공적인 사업을 구축했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세금 보고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청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오는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을 공식 발표했죠. 그런데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이날(20일) 세입위 결정에 하루 앞서서는 미 의회가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권고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월 6일에 발생한 의회 난입 사건과 관련해 그 중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지난여름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이 역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기자) 네, 바로 '타이틀 42호' 정책 시행을 둘러싸고 계속해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정책 시행 종료를 앞두고 대법원이 제동을 걸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예정대로 종료 결정을 내려 달라고 대법원에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먼저 '타이틀 42호' 정책이 어떤 것인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타이틀 42호는 공식적으로는 '공중 보건'과 관련해 연방 정부가 마련한 규정입니다. 시행은 지난 2020년 3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됐는데요. 이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이주자들을 국경에서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그러니까 '보건 정책'이 실제는 '이민 정책'으로 시행되어 왔던 겁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앞서 대법원이 이 정책 시행 종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했는데요. 그 말은 곧 이 정책을 둘러싸고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 정책 시행 중단을 위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인권 단체 등은 이 정책은 취약한 이주자들을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면서 폐지를 주장했고요. 반면, 공화당 등에서는 폐지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국경 위기가 더 심화할 것이라면서 정책 시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은 이 정책이 행정절차법에 위반된다며 시행을 중단할 것을 결정했고 연방 항소법원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시행 중단 날짜는 12월 21일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대법원이 이에 제동을 걸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애리조나주 등 공화당이 이끄는 19개 주가 연방 대법원에 판결 이행을 정지해달라고 청원을 넣은 겁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결국 정지 집행을 일시 정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바이든 행정부가 원래대로 정지 명령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행정부가 시행 정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진행자) 엘리자베스 프렐로거 법무부 송무 담당 차관은 20일 41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는데요. 프렐로거 차관은 대법원에 청원한 19개의 주는 정책의 합법성에 대한 법원의 소송에 개입할 법적인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타이틀 42호' 시행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시행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언론 보도를 보면, 조만간 '타이틀 42호' 시행이 중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남부 국경에 수만 명의 이주자가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 건가요?
기자) 바이든 행정부 역시 해당 정책 시행을 중단되면 이주자들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에 오는 27일까지는 정책 종료 결정을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타이틀 42호’로 추방된 이주자들은 얼마나 되죠?
기자) 지금까지 약 250만 명에 달하는 이주자들이 '타이틀 42호' 정책으로 미국에서 추방됐습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추방된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든 행정부는 이 정책이 종료되면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주자, 특히 대부분이 합법적 입국 지위 없이 들어오려는 불법 이주자 혹은 망명 신청자들이죠. 이들의 수가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이주자들이 입국하는 경로 가운데 한 곳인 '델 리오' 구역의 경우에, 현재 하루 평균 1천 700명에 달하는 불법 이주자가 적발되는데, 이 수가 두 배까지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부 국경에 접한 주들은 물론, 여러 주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마약 유통이 늘고 있어 문제라고 하던데요. 미국에서는 올해 엄청난 양의 마약성 진통제가 적발됐다고 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20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2022년이 거의 끝난 현시점에서 당국이 압수한 펜타닐은 3억7천900만 회 분에 달하는 양입니다.
진행자) 이게 얼마나 많은 양이죠?
기자) 위조 펜타닐 등 알약 5천60만 정, 펜타닐 가루 1만lb, 그러니까 약 4천530kg에 달하는데요. 앤 밀그램 마약단속국장에 따르면, 이는 미국인 전체를 죽일 수 있는 양입니다.
진행자) 펜타닐이라는 게 뭔지 간단히 살펴볼까요?
기자) 쉽게 말해서 아주 강한, 치명적인 진통제라고 보면 됩니다. 원래 진통제로 쓰이는 대표적인 약물은 '오피오이드'인데요. 이는 마약 성분이 들어가 있는 진통제입니다. 이 가운데 암 말기 환자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통증을 완화하는 데 쓰는 약물이 바로 '펜타닐'인데요. 강력한 마약인 '헤로인'의 중독성보다 50배나 더 강력합니다. 펜타닐 2mg, 그러니까 연필 끝에 올라갈 수 있는 아주 적은 양의 펜타닐도 치사량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진행자) 적발된 펜타닐의 양이 이 정도면 실제 유통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텐데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죠?
기자)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정상적인 진통제로 위조된 알약 형태로 유통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의료 시설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진통제인 '옥시콘틴'이나 '페르코셋'으로 표기는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펜타닐만 들어있는 방식으로 위조되어서 유통하는 겁니다. 이번 발표에 앞서 지난달 마약단속국에서 실시한 실험 결과, 지난달 위조 알약 10개 중 6개가 치사량의 펜타닐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위조된 알약이 이렇게 많이 유통되고 있으면, 꼭 필요해서 복용하는 사람들도 위험할 수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정상적인 진통제인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은 치사량 이상이 들어있는 펜타닐일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마약단속국은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으로부터 직접 처방 받은 진통제, 그리고 면허를 지닌 정식 조제사로부터 받은 진통제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위험한 펜타닐은 주로 어디서 들어오는 거죠?
기자) 두 개의 주요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제조한 뒤에 이를 미국에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시날로아'와 '할리스코'인데요. 이들은 멕시코에 있는 비밀 공장에서 펜타닐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약단속국은 이들이 펜타닐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펜타닐 중독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나요?
기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펜타닐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2020년 약 5만8천 명에서 2021년 7만1천 명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코카인 등 다른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최대 3배 이상 더 많은 겁니다.
진행자) 특히 청소년의 펜타닐 복용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군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펜타닐 복용으로 숨지는 청소년의 수가 최근에 급격히 늘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에는 250명가량이었는데, 2020년에는 680명, 그리고 지난해에는 거의 900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전체 청소년 가운데 펜타닐이 야기한 경우가 80%에 육박합니다. 무엇보다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서 쉽게 구할 수 있고요. 마치 사탕처럼 여러 색깔을 입힌 화려한 알약이 유통되면서 이를 접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