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영란 기자, 지난 8월 중순에 서울에서 황장엽 전 비서를 인터뷰 하셨지 않습니까. 결국 당시 인터뷰가 황 전 비서가 방송 매체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제 인터뷰는 당시 9월 상순으로 예정돼 있던 북한의 노동당 대표자회를 앞두고 북한의 권력 세습과 변화 가능성, 남북관계 전망 등에 대해 직접 들어보기 위한 목적이었는데요, 그 인터뷰가 고인의 육성을 라디오에 전하는 마지막 인터뷰가 돼 버렸습니다.
문) 그렇군요. 8월 중순이면 두 달 전인데요. 당시 황 전 비서의 건강은 어때 보였나요?
답) 건강에는 전혀 이상이 없어 보였습니다. 청력이 조금 약해져서 멀리서 하는 얘기나 작게 하는 얘기를 듣는 데는 좀 어려움이 있어 보였지만, 아주 건강해 보였습니다. 황 전 비서는 특히 한 시간 넘게 저와 인터뷰를 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나 독재체제에 관해 얘기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넘치기도 했고요, 제게 차와 다과를 권할 때는 아주 인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문)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특히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게 하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지요.
답) 네, 고 황장엽 전 비서는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길 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무력을 쓸 필요도 없고 무력을 써서도 안 되고 무력을 쓸 필요도 없고, 사상적으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이 고립시키는 전략, 폭력을 쓰지 않고 고립시켜서 자꾸 고립시키게 되면 출로는 무엇인가? 중국식으로 개혁개방 하는 길 밖에는 없다. 이렇게 된다고 살아 남을 길은 그것밖에는 없다.”
문) 북한을 중국처럼 개혁개방 하게 만들려면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완벽하게 고립 시켜야 한다, 이런 얘긴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지 않겠습니까?
(답) 황 전 비서는 당시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의 명맥을 쥐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중국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중국 사람들은 뭐.. 김정일이를 고와서 그냥 두는 게 아니야. 30년 동안 계속 중국은 개혁개방으로 나가고 같이 하자고 하는데 따라가지 않지 않소, 김정일이 그걸 안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사상적으로 같지 않지 자기네들 따라오지 않는 건 다 알고 있지. 중국이 원래 김정일이 중국식으로 개혁개방 할 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도 끌어들여서 함께 협력해서 개혁개방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 그 방법이지.”
문) 인터뷰를 했던 8월 중순이면 한국에서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 사건을 놓고 논란이 많았던 때가 아닙니까. 황 전 비서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습니까.
답) 네. 황 전 비서는 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정책에 변화가 생긴 것과,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한국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다고 얘기했습니다.
“우리 새로운 정권이 대외 활동에서 경제적인 외교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그 전과 같이 퍼주기도 안하고 그 것이 여기 김정일이에게도 맘에 안 들고 여기 있는 좌파들도 거기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지 않겠어. 그거 하나를 도와주자는 고무해서 힘을 주자는 것이 하나 목적일 테고..전쟁을 무서워하고 그걸 자극해서 여기 사람들이 전쟁을 무섭게 하는 공포하는 마음을 조장시켜서 좌파를 따라가야 전쟁이 안 일어난다 이렇게 선전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문) 사실 황장엽 전 비서는 북한 최고의 철학자였죠.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 재직 당시와 그 이후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황 전 비서가 정립한 주체사상을 따른 것으로 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는 자신의 인간중심의 주체 철학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독재체제를 강화하기 위해서 왜곡했다고 말했는데요. 철학자로서 그 부분에 아쉬움이 많은 듯 보였습니다.
“내가 새로운 인간중심 철학을 개척했을 때 김정일이 매우 찬성을 했어, 처음에는 꽤 지지를 했는데 자기 삼촌을 내쫓은 다음부터는 이걸 역시 자기 독재를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고쳤지. 한 가지 예를 들면 나는 거기서 모든 생활, 모든 사회적인 운동의 주체는 인민이다, 인민대중이다 이렇게 썼는데 김정일이는 그게 무산계급이다 이런 원칙으로 조금 더 나가선 수령이다 이렇게 고쳤지..”
문) 지금 북한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이 가시화됐는데요, 인터뷰 당시 황 전 비서가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는지요.
답) 네, 황 전 비서는 북한의 권력 세습 문제에 대해서, 수령 절대주의에 봉건가부장적 주의가 결합됐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서 얘기할 가치도 없다는..그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무슨 공산주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고 자기 정권을 자기 아버지 정권을 세습적으로 물려받고 그걸 또 자기 아들에게 넘겨주자고 하는 이기적인 사상 때문에 그러죠. 그러니까 그 사람이 그런 공산주의적 의리를 지키자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비난하고 그런 건 관심이 없고 다만 자기의 정권을 역시 자기 아들에게 넘겨줘야 되겠다… 하는 말하자면 봉건적인 사상 그것보다 더 나쁜 독재사상이죠.”
문)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 후계체제가 들어서면 북한에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인데 거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까?
답) 제가 당연히 물어봤죠. 그랬더니 황 전 비서는 북한에 변화의 가능성은 낮다는 얘길 했습니다. 핵심 지도부의 경우는 정권으로부터 많은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할 테고, 일반 북한 주민들은 정권이 누구에게로 가느냐에는 관심이 없고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체제가 변하기 전에는 누가 와도 달라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어떤 개인이 김정은이건 누구건 간에 와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어 그 제도를 고쳐야 하거든. 그런 체제를 고쳐야 되는데 체제를 그냥 두고서 누가 오든지 할 수가 없죠. 김정일가 뭐 어떻게 달라지거나 죽거나 하면 좀 나을 수도 있는데 지금 현재 상태로는 그렇게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어.”
문) 그렇군요. 전영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어제 별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8월 중순 `미국의 소리’ 방송과 가졌던 인터뷰 내용 등을 소개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