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본 언론도 김 위원장의 영결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요?
답)네, 일본 언론들은 김 위원장 사망이 알려진 이후 줄곧 북한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NHK 등 일본 언론은 영결식장에서 김정은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모습을 내보내는 등 영결식 모습을 상세히 전달하며 그 의미를 분석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은 이번에도 1994년 김일성 주석 영결식 당시와 동일하게 행사를 진행했다”며 “북한 국민을 향해 후계자 김정은의 3대 세습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도 ‘북한, 정은 체제를 연출하다’라는 기사에서 김정은이 “국가장의위원회의 선두에서 영결식을 지휘하는 모습을 반복해 보여줌으로써 김정은 후계체제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선전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습니다.
문)김 기자, 아무래도 김정일 위원장 사후의 최대 관심은 북한체제의 향방 아니겠습니까. 일본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답)네 북한과 인접한 일본은 북한에서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 내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지만 일단은 큰 혼란 없이 권력승계가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정은 차기 지도자는 김 위원장이 인정한 권력이라는 겁니다. 지난 해 9월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을 핵심 권력으로 하는 인사가 마무리됐고, 군부도 이를 지지한 만큼 김 위원장의 유훈을 단기간에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 북한 내에서 군부와 당의 입장이 많이 다르다는 분석이 있지 않습니까?
답)네, 6자회담이나 핵무기 개발 등 첨예한 사안에서 군부와 노동당의 입장에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 권력구조의 핵심 축인 당과 군부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을 통한 정권 안정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권안정이 시급하다는 데 묵언의 합의가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적어도 김정은 권력 초반기에는 큰 탈 없이 협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문) 그렇다면 김정은이 얼마나 빨리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되겠군요.
답) 네 그렇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도 당과 군의 갈등은 있었습니다만 김정일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조정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정치 경험이 전무한 20대 후반의 어린 지도자에게 이런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인데요, 문제는 군부가 장성택의 섭정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느냐 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당이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사소한 실수라도 한다면 군부는 이를 빌미로 언제든 등을 돌릴 것이고, 조기에 북한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앞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답)네, 일본 언론들은 일단 북한이 큰 정책 결정은 가능한 미루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 위원장이 사망 직전에 미국과의 대화에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만큼 대화를 우선하는 유화노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과 같은 강경노선은 강한 권력 하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군사 도발과 같은 강경노선을 취했다가는 오히려 북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