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2월30일 노동자들에게 친필 서신을 보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사진에 나타난 김정은의 서명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필체를 그대로 닮았습니다. 예를 들어, 김정은이 편지 중간에 큼지막하게 흘려 쓴 글씨는 아버지 김정일의 필체와 상당히 비슷합니다.
김정은은 정치도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1일 신년사를 읽지 않고 공동사설로 대체하고 ‘근위서울류경수105 탱크사단’을 방문했습니다.
이는 1995년 1월 김일성 주석 사망 후 권좌에 오른 김정일 위원장의 행보와 비슷한 것입니다. 당시 새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일 위원장은 신년사를 공동사설로 대체하고 이른바 ‘다박솔 초소’를 방문했습니다.
군중대회를 열어 정권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것도 김정일 위원장이 해오던 것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평양 시당비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인민적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겠다는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지금 김정은으로서는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을 따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이 별다른 준비가 없는 가운데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버지의 노선을 따라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국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을 지낸 강인덕 씨는 김정은이 아버지를 답습하는 것은 김정은이 그만큼 권위와 정당성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사람(김정은)이 권위가 없으니까. 권위를 만들어 내려면 할아버지 아버지 권위를 이어받는 수밖에 없으니까, 아버지를 모든 면에서 닮았다고 신격화하는 것이지요.”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 씨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이른바 ‘백두의 혈통’을 강조함으로써 주민들의 충성을 이끌어 내려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은 정책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성명을 통해 한국의 이명박 정권을 비난했는데, 이는 김정일의 선군정치와 대남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려는 것이라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명실상부한 지도자가 되려면 ‘아버지 흉내’를 내는데서 탈피해 주민들의 먹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시 강인덕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의 말입니다.
“지금 김정은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어요. 그 것은 식량 공급을 늘려서 아버지 때보다 생활이 나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것 밖에 없어요. 이것 밖에는 김정은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 없어요.”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현재 어린아이와 임산부, 노인 등 전 인구의 30%에 해당되는 6백만 여명이 하루 3백 그램의 식량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