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유튜브’에 최근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탈북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주로 활동했는데, 최근에는 탈북 과정과 이후 생활 등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젊은 탈북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2008년 탈북한 박유성 씨는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탈북‘유튜버’ 가운데 한 명입니다.
탈북 이후 한국의 대학에서 영화영상을 전공해 영상제작 등에 익숙한 박 씨는 현재 구독자 5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북한남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탈북 여정에서부터 한국생활 적응기, 미국 방문기, 탈북민을 처음 본 외국인 반응 등을 20대 청년의 발랄함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북한남자’] “안녕하세요. 북한에서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온 남자, 북한 남자 박유성입니다. 미국에서 1년 반 정도 생활했는데…”
한국의 모 방송사에서 방영하는‘탈북민 토크쇼’에 패널로 참여했던 박 씨는 기존 방송매체에서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씨] “북한에 대해 말하고 싶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는데요, 어디 가서 부탁을 받거나, 출연료를 받을 경우 제약이 있더라고요. 그 쪽에서 원하는 이야기를 해야 하고, 편집되기도 하고. 하지만 제가 온전히 제 채널을 가지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들 게 됐습니다.”
박 씨처럼 유튜브 방송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탈북민들은 기존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북한 소재 프로그램에 참여해 얼굴이 알려졌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남북한의 차이나 분단 상황을 정치나 이념의 관점에서 다루기보다는 20대 젊은이의 시각으로 접근해 비슷한 세대 구독자들에게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 방송 초창기 시절부터 활동했던 탈북민들은 대부분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었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NK 지식인연대’김흥광 대표가 운영하는‘김흥광 튜브’가 대표적인데, 구독자 수가 15만명에 이릅니다.
[녹취: 김흥광 튜브] “이 북한 사진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죠. 거의 백퍼센트 마스크를 끼고 있습니다. 이 마스크가 어디서 왔느냐? 중국산이라고 봐야 할까요?”
최근 한국의 보수 야당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운영하는‘태영호 TV’, 한국의‘탈북 여성 박사 1호’로 불리는 이애란‘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이 운영하는‘이애란 TV’ 등도 구독자 수가 10만 명이 넘는 인기 유튜브 채널입니다.
이 채널들은 주로 북한에서 직접 입수한 정보와 영상, 사진, 문서 등이라며 북한 내부 동향을 전하고,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놓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 채널 등에서 전파되는 북한 관련‘가짜 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표방하며 활동하는 채널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왈가왈북’입니다.
[녹취: 왈가왈부] “일단 그들의 말은 명확한 근거 없는 개인적 주장, 대북 소식통으로 포장되고, 그런 사람들의 발언을 받아서 언론화 시키고, 대중화 시키는 것이..”
지난해 5월 시작한 이 채널은 주로 언론에 소개된 탈북자들의 발언을 검증하는데, 북한 영화 전문가 유영호 씨와 탈북 작가 김련희 씨,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출신 탈북자 홍강철 씨 등이 제작자입니다.
그밖에, 탈북 언론인 출신인 한국 `동아일보’의 주성하 기자가 운영하는‘주성하 TV’와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의 유튜브 채널‘연통 TV’ 등도 탈북민들이 진행자나 출연자로 등장해 북한 관련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북민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진 데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 미디어교육연구소에서 탈북 난민들의 미디어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윤지원 교수입니다.
[녹취: 윤지원] “이민자 등 소수자들이 자기 검열을 계속하면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을 ‘뮤티드 그룹(muted group)’이라고 합니다. 탈북자들이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해도 괜찮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채널들이 있구나”
윤 교수는 탈북민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보수와 진보,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등으로 확연하게 분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탈북 사회만의 특징이 아닌 사회 전반적인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유튜브가 정보가 제한적인‘북한’ 문제와 관련한 다양한‘정보 제공자’로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시건대 한국학연구소에서‘북한 뉴스와 정보원’에 대해 연구한 오동건 언론학 박사입니다.
[녹취: 오동건 박사]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서로 토론하면서 사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북한 문제에 대해선) 이런 것이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탈북자들이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은 정보원 자체가 늘어난다는 것에서 다양성이 늘어날 수 있다. 다양성을 통해 사실을 찾아갈 수 있다…”
오동건 박사는 다만 좀 더 균형 잡힌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의견을 달리하는 다양한 채널을 서로 비교하며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AP’ 통신 평양지국장을 지낸 우드로 윌슨센터의 진 리 국장도 VOA에, `북한 관찰자’로서 탈북민들이 북한 등 자신들의 경험에 관해 이야기할 채널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며, 이런 것들이 다양하고 진솔한 정보를 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탈북민들이 제작하는 콘텐츠에도 각자의 정치적 시각과 관심사가 투영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