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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북한, 코로나 이유로 이동·표현 자유 더욱 엄격히 제한"


지난 5일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
지난 5일 북한 평양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

북한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주민들의 이동과 표현의 자유를 더 엄격하게 제한했다고 국제 인권단체가 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기존의 심각한 인권 침해뿐 아니라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로 식량난과 의료 상황이 더 악화하면서 대다수 주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앰네스티는 6일 세계 인권 현황을 조사한 2020/21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자유가 지난해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해 “보다 엄격하게 (북한 사람들의) 이동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했다”는 겁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In response to the COVID-19 pandemic, the authorities enforced even more severe restrictions on the rights to freedom of movement and expression.”

이어 “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식량 부족과 미흡한 의료 체계로 고통받았다”며 그러나 북한 정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보고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이 지난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국경을 폐쇄하고 나라 안팎으로 인구와 물자 이동을 전면 금지하는 등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 한국에 정착한 북한 주민이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앞서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전년에 비해 5분의 1로 급감해 229명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어 북한 당국의 국경 폐쇄와 강화된 보안 조치로 인도적 지원 물자와 합법적 수입품뿐 아니라 밀수 역시 중단돼 북한 시장 내 의약품 부족 사태가 야기됐다며 북한 주민들의 건강권 악화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The border closure and stricter security measures further interrupted humanitarian aid supplies, legal imports and smuggling of goods into the country, causing a shortage of medicines in the market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북한 평양의 류경생활용품공장에서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북한 평양의 류경생활용품공장에서 마스크가 생산되고 있다.

이런 “의약품 부족 사태로 북한 내 신흥 중산층이 의약품이나 의료 서비스 확보를 위해 장마당으로 눈을 돌렸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에 “명목상 무상 의료 체계가 존재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제공되는 ‘유상 진료 서비스’가 공존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 비사법적 처형 문제로 북한 정권이 지난해 서해 북한 해역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을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피격 사흘 뒤 한국 대통령에게 사과를 표하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지만, 관련 수사나 사법 절차의 이행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앞서 피격 사건이 발생한 달에 더욱 강력한 국경 통제 조치의 일환으로 국경 경비대에 북-중 접경 지역 1km 안에 접근하는 비인가자에 대해 사살할 권한을 부여했다는 외신 보도를 지적했습니다.

표현에 자유에 관해서는 “북한 당국이 나라 안팎에서 사람 사이의 정보 교환을 허용하는 데 있어 어떤 개선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The authorities made no improvements in allowing information exchange between people inside and outside the country.

모든 형태의 통신이 계속 엄격히 통제되며, 극소수의 지배층만이 인터넷이나 국제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지난 2019년 6월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
지난 2019년 6월 북한 평양의 지하철역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시민들.

또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든 통신은 당국의 엄격한 감시와 전파 교란 대상이 된다며, 특히 코로나와 관련해 휴대전화로 외부세계와 소통하다 적발된 자는 간첩죄, 체포와 구금, 가혹한 처벌 위험해 직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은 12만 명에 달하는 수감자가 고문과 강제노역, 기타 부당한 대우와 식량 부족 등 가혹한 환경에 처한 정치범 수용소 4곳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수감자 중 다수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유죄 판결을 받아 구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체제 위협 세력으로 간주되는 자와 관련 있거나 ‘연좌제’의 적용을 받아 구금됐으며, 일부는 자국을 떠날 자유와 같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는 겁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 최소 6명의 한국인이 북한에 억류돼 무기노동교화형 등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북한 당국은 이들에게 한국 외교관, 변호사 또는 가족을 만날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유엔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학교와 보건시설 중 절반이 안전한 식수와 위생에 대한 접근성 부족”, “1천만 명의 인구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식량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경 봉쇄로 식량 수입이 크게 줄고 장마당의 식품 가격은 폭등해 대부분의 식량을 장마당에서 자급하는 취약 계층이 또 다른 어려움에 마주하게 됐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 관련 보고서에서는 “탈북민으로 구성된 시민사회 단체가 풍선과 드론을 이용해 대북 전단을 살포한 것에 대해 북한 정권이 한국 정부를 비난하면서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고 짤막하게 지적했습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는 400여 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일부 세계 지도자들의 무능함과 거짓, 이기심, 기만행위를 증폭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팬데믹 발생 초기에 중요한 정보를 숨긴 중국의 무책임이 처참한 결과를 낳았고, 팬데믹 유행이 한창인 시기에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통보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이기주의의 절정이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각국 정부 당국은 백신을 모든 사람에게 보급하고, 각자도생이 아닌 범 세계적인 협력을 통해 국제 인권 규범과 기준을 적용하며 지속 가능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이런 정책을 위한 “혁신과 창의력, 독창성 발휘를 위해서는 자유를 지키며 옹호하고 수호해야 한다”며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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