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와 북한 정권은 모두 반인도적 범죄 등 중대한 인권 범죄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책임 추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이양희 전 유엔 미얀마인권 특별보고관이 말했습니다. 이 전 보고관은 두 세력 모두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해 국민이 만성적인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얀마의 대규모 시위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미얀마 국민의 결의를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특별보고관을 지낸 이양희 한국 성균관대 교수를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대한 국민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랜 군부 독재로 인한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추구하던 미얀마가 다시 거꾸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군부가 왜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보십니까?
이양희 전 보고관)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야 했었는데, 항상 군부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예상을 조금 하고 있었습니다. 군부는 자기 돈줄이 막힐 것 같은 조바심, 그리고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원래 6월이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이 사람이 계속 원했던 것은 과거의 모델처럼 선거하고 자기가 대통령이 되는 생각을 했는데, 2015년에도 기대를 했는데 이루지 못했고, 2020년에는 선거에서 군부 연계정당(USDP)이 크게 졌어요."
기자) 자신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건가요?
이양희 전 보고관) “네, 그러다 보니까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 거죠. 자기가 이런저런 꿈도 가질 수 없고 6월에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기 가족이나 갖고 있는 자산이 동결되거나 쉽게 손을 못 댈 것 같은 조바심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선거 문제는 그냥 핑계, 구실 거리로 삼은 거죠.”
기자) 민 아웅 흘라잉의 군부 내 평판이나 입지는 어떤가요?
이양희 전 보고관) “내부적으로 볼 때 군부 내에서 민 아웅 흘라잉에 대한 불만이 좀 많이 있어요. 왜냐하면 이 사람이 너무 부패되어 있고 너무 금전적 욕심이 많다. 그런가 하면 일부는 민 아웅 흘라잉 때문에 자기들도 부를 축적했기 때문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군부 내에서 어떻게 정리가 될지.”
기자) 미얀마 국민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시 군부 독재 시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미일까요?
이양희 전 보고관) “당연하죠. 그래서 이렇게 많은 시민이 나와서 데모를 하는 것이죠. 60년 동안 우리가 볼 수 있었잖아요. 얼마나 국민이 피해를 많이 봤고 궁핍해졌고 그 대신 군부는 더 돈을 많이 축적했고요. 과거에 미얀마는 굉장히 잘 살던 나라였잖아요. 기본적으로 천연자원도 많고요. 그런데 문제는 많은 국민이 절대적 빈곤에 살고 있죠. 더 큰 문제는 소수민족이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고요.”
기자) 선군정치, 정권이 부패한 점, 또 천연자원이 많은데도 국민이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북한과 비슷한 점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양희 전 보고관) “네, 북한도 아직 군부가 많이 (김 씨 정권에 의해) 통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의 절대적이지 않습니까? 물론 김정은과 노동당도 그렇지만, 군부가 일종의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는데, 민주화가 일어나려면 지도자가 마음을 바꿔야 합니다. 국가에 무엇이 좋은가, 국민에게 무엇이 좋은가를 생각해야 하는데, 군부나 이런 독재자는 국가도 없고, 국민은 더 없죠.”
기자) 그런 이유 때문에 유엔 등 국제사회가 국민의 복지보다 자신의 이익과 정권 생존을 먼저 챙기는 미얀마 군부와 북한 정권을 규탄하고, 제재를 부과하며, 로힝야족 학살,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양희 전 보고관) “제가 (보고관 때) 미얀마에 대해 국제사회에 네 가지를 촉구했었습니다. ICC(국제형사재판소) 회부, ICJ(국제사법재판소) 회부, 국가마다 보편적 관할권 (Universal Jurisdiction)을 적용하라. 그래서 아르헨티나가 이미 관할권을 받기로 했어요. 미얀마 최고 (군부) 지도자들이 자기 영토에 들어오면 체포할 수 있도록. 또 하나는 국제재판소를 만들어라! 왜냐하면 ICC나 ICJ는 너무 오래 가거든요.”
기자) 최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미첼 바첼레트 최고대표가 북한 내 반인도적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말씀하신 네 가지를 북한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양희 전 보고관) “그럼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OHCHR의 서울 오피스가 생긴 게 아닙니까? 그런 (책임 추궁을 위한) 준비 단계로 시작했는데, 문제는 한국 정부가 바뀌면서 북한에 대한 내용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고존엄을 우리가 헐뜯는다고 해서 정부가 말을 못 하는데, 북한에 대해 ICC 회부를 해야 합니다. ICJ도 필요합니다. 다 필요합니다. 일종의 유고슬라비아 특별재판소처럼 국제사회가 ICC가 되지 않으면 이런 특별재판소를 고려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가 미얀마로 인해 민주주의 회복의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언론들은 진단합니다. 바이든 행정부에 무슨 권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이양희 전 보고관) “일단 바이든 행정부가 빨리 쿠데타라고 규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봅니다. 제가 (과거) 주장했던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제재가 필요합니다. 물론 미국이 과거 6명의 최고 장군들에게 제재를 부과했지만, 이 사람들뿐 아니라 군대가 운영하고 제휴하는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자본줄을 막아야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제재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너무 오랫동안 제재를 하다 보니까 국민에게 피해가 많이 갔었습니다. 지금 더 큰 문제는 국제통화기금 IMF가 3억 5천만 달러를 쿠데타가 일어나기 바로 며칠 전에 COVID-19 대응에 쓰라고 보냈습니다. 이것을 아무 조건 없이 보냈어요. 이게 군부 손에 들어갔으니 이것을 어떻게 사용할지 걱정입니다.”
기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조치나 대응이 아쉽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양희 전 보고관) “저는 국제사회도 상당히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보고 미얀마와 투자 협정이나 관계를 너무 빨리 이어나갔는데, 물론 미얀마 국민을 위한 투자는 필요합니다. 인프라나 이런 투자는 당연히 필요하죠. 하지만 천천히 생각하며 원칙 있는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대한민국도 너무 묻지마 투자를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포스코도 로힝야 학살이 일어났던 지역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누구의 주머니에 들어가는지 확실히 하고 해야지요.”
기자) 투자 유치를 위해 미얀마 군부의 인권 탄압에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신데, 관련 투자국이나 업체들은 이번 쿠데타에 비교적 조용한 것 같습니다.
이양희 전 보고관) “그냥 입 다물고 있으면 군부가 자기들의 투자 이익을 지켜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어요? 저는 국제사회뿐 아니라 유엔의 책임도 크다고 봐요. 유엔이 너무도 미온적이었어요.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시작했던 ‘Human Rights Up Front’ 이니셔티브가 있어요. 모든 게 우리 유엔은 하나의 유엔으로 같은 목소리로, Human Rights Up Front다! 그런데 이것은 미얀마에서 완전히 사장돼 버렸어요. 한 목소리로 미얀마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죠. 물론 유엔 기구들이 자기들 일을 하려면 너무 비판적일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원칙 있게 모든 유엔 기구가 함께 협력하면 가능한데, 그리고 또 미얀마 정부가 너무 영악해요. 자기들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Low Hanging Fruits부터 따요. 또 유엔 기구들의 편을 가르고, 자기들의 말을 가장 잘 듣고 쉽게 일할 수 있는 기구들을 먼저 선택해서 협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엔이 너무 조용했죠. 유엔이 정말 사명이 무엇인지 조금 잃은 것 같아요. 정말 필요한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보다 유엔 조직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많이 바뀐 것 같아 (개인적으로) 비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