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증언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에서 공론화된 역사적 성과를 다큐 영상으로 조명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한반도전문 웹사이트 ‘분단을 넘어서’(Beyond Parallel)가 13일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설립 6주년을 기념하는 다큐 영상 1편(총 2편)을 공개했습니다.
이 단체의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 인물 시리즈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다큐는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증언을 통해 COI 등 북한 인권 문제의 국제 공론화 과정과 성과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킹 전 특사는 2009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재직하는 동안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무대를 적극 활용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United Nations was one of the key elements in terms of dealing with the United States’ efforts to improve human rights conditions in North Korea. The United Nations has stature and status internationally.”
유엔은 국제적인 위상과 지위를 갖고 있고, 북한 정부에도 자신들을 완전히 인정하는 중요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유엔을 통해 북한 정부가 인권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여기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더욱 강력한 언어와 성명, 실질적인 북한 내 인권 문제에 훨씬 더 초점을 맞추도록 권장하면서 유엔을 통한 대북 압박을 계속 시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One of the things that we tried to do through the United Nations is continue pressing North Korea on its human rights activities. “
아울러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지지 여부를 놓고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 당시 논쟁이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COI를 지지할 경우 북한의 핵 포기 압박 노력이 날아갈 수 있다며 반대하는 관리들과 핵 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맞섰지만, 결국 COI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는 겁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re were those who argued, we shouldn't do that it's going to take away from our efforts to try to press the North Koreans on nuclear issues. We've argued that we needed to press the North Koreans on human rights issues as well as on the nuclear issue.”
킹 전 특사는 조사위원회 구성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린 “중요한 진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인권 문제를 30쪽에 걸쳐 요약하고 수 백 쪽으로 정리한 COI 보고서에는 상세하고 자세한 정보가 있어, 보기만 해도 문제가 실제로 있다는 것과 정확성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미국이 COI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하도록 한 것을 큰 성과로 꼽았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끔찍한 인권 기록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란 점을 설득해 북한 인권 문제가 처음으로 안보리 의제로 채택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겁니다.
[녹취: 킹 전 특사] “We made the argument that North Korea's human rights record was such an appalling record that it was a threat to peace and security because of…”
킹 전 특사는 특히 2014년 북한 인권 문제가 안보리의 공식 의제로 채택된 뒤 오준 당시 유엔주재 한국대사가 한 공식 발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연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다큐 영상에 “한국인들에게 북한 주민들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라고 말해 국제사회에 감동을 줬던 오 전 대사의 발언 영상을 함께 올렸습니다.
[녹취: 오준 대사] “I'm saying this with a heavy heart. Because for South Koreans, people in North Korea are not just anybody.”
오 전 대사는 당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고발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며 우리는 가슴이 찢어지고 같은 비극을 겪은 듯 눈물을 흘린다”며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킹 전 특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2018년부터 미국은 안보리에서 이런 노력을 추구하지 않고 있고, 북한인권법이 의무화한 북한인권특사도 3년 반째 지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결정한 이후 ‘북한 인권’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떠났고, 현재까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다뤄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미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미-북 관계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권은 미국 외교정책의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킹 전 특사는 영상에서 지난 2005년 1월 당시 톰 란토스 하원의원과 평양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느낌을 소개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당시 호텔 복도조차 입김이 날 정도로 난방이 잘 안 됐다며, 중요한 외국 손님에게도 이런 데 밖의 행인들이나 지방 주민들의 생활은 훨씬 더 열악하리라 생각했다며,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