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세계적인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를 통해 올해까지 탈북청년 13명이 석·박사 과정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수만 달러의 장학금을 받아 미국 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미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국제 학술 교류 프로그램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의 미한 교류 사업을 담당하는 한미교육위원단은 1일 VOA에, 올해 탈북민 3명이 석사 과정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관의 김보람 대학원 장학 프로그램 담당관은 3명이 현재 미국에서 어학 연수를 하며 9월 가을학기 입학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보람 담당관] “북한이탈주민 장학생은 9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중기 영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올해는 3명이 대상자로 선발돼 각각 3월과 4월에 다 출국한 상황이고요. 현재 모두 미국에 체류 중입니다.”
이에 따라 한미교육위원단이 지난 2017년 탈북민을 위한 석·박사 학위 과정을 신설한 이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한국 내 탈북청년은 13명으로 늘었습니다.
김 담당관은 2018년 5명, 2019년 4명, 2020년 1명이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으며 이 가운데 3명은 석사 학위를 받고 이미 귀국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박사 과정을 밟는 4명은 국제갈등분석해결학, 정치학, 공학을 공부 중이며, 석사 과정은 경영대학원(MBA)을 비롯해 2명이 언론학을 공부하는 등 전공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1946년 미국 정부의 기금으로 시작된 국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 160개국에서 40만 명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아 미국에서 다양한 과정을 공부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과 다른 나라 국민 사이의 상호 이해와 우호, 평화 증진을 목적으로 수혜자들에게 유학에 필요한 다양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75주년을 맞은 풀브라이트는 홈페이지에서 이 프로그램 수혜자들이 국제사회에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동문 가운데 국가 정상 39명, 노벨상 수상자 60명이 배출됐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1950년 4월 한국과 이 프로그램에 관한 미국의 재정지원 협정을 체결했지만 북한 정권의 침공에 따른 한국전쟁 발발로 연기됐다가 10여 년 뒤인 1961년 재개돼 한국인 11명이 장학금 수혜를 받아 미국에 처음 도착했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은 이후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 발전으로 지금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같은 비율의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7천 300여 명의 한국인과 미국인이 혜택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가진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한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강조했습니다.
“제1기 미한 풀브라이트 장학생들의 상대국 방문이 60주년을 맞이한 데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며 이는 미한 양국 국민들 간 오랜 유대의 깊이와 힘을 보여준다”고 밝힌 겁니다.
두 정상은 또 “두 나라 간 폭넓은 교환 프로그램이 양국 공동의 목표 달성을 촉진한다”고 밝혔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 국민이 공유하는 오랜 역사를 언급하며 거듭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peoples share a long history. Our soldiers have fought alongside one another. Our scientists work side by side in both our countries. Our students study together, share ideas, and seed new opportunities for future collaboration,”
두 나라 군인들이 나란히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고, 과학자들이 나란히 연구했으며, 학생들이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미래 공조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풀브라이트와 국제지도자프로그램(IVLP) 등을 통해 한국 내 탈북민들과의 인적 교류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무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 내 탈북민 150명이 미한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에서 유학과 연수 등 다양한 체험을 했습니다.
미국 동부의 한 대학에서 갈등분석해결학 박사 과정을 공부 중인 이성주 씨는 앞서 VOA에, 풀브라이트 장학 혜택은 탈북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씨]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서 여기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참 감사한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다 받는 기회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공부가 끝나면 앞으로 책임감이라든지 고향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해야겠다는 의무감도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은 대상에 따라 재정 지원이 다양하지만, 탈북민 학생들은 2년간 최대 7만 달러의 학비와 생활비, 왕복항공료, 건강보험 등을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해마다 탈북 청년 10여 명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어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탈북민 학생들에 대한 배려로 일반 한국인 신청자는 120점 만점인 토플(TOEFL)의 경우 88점 이상을 요구하지만, 탈북민은 65점으로 기준을 낮췄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선발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토플 점수를 높이기 위한 어학 연수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