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가 국제사회를 무대로 북한 인권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탈북민들로부터 북한의 인권 상황과 의미를 알아보는 온라인 행사를 열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튜브 영상 녹취: 백지은] “By now, much of the world knows about the North Korean regime’s unparalleled systematic violations of the human rights of own people. This dynastic totalitarian state maintains…”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국민의 인권에 대한 북한 정권의 비할 데 없는 체계적인 침해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김 씨 왕조의 전체주의 국가는 자국민 삶의 모든 영역을 절대적으로 통제합니다. 미국 국무부, UN Freedom House를 포함한 수많은 기관의 시민, 보고서 및 조사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미 하버드대 공공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의 벨퍼센터와 카르인권정책센터가 ‘북한 인권 문제 접근방식의 혁신’을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국제사회를 무대로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고 있는 탈북민 7명이 참가해 각자의 경험과 인권 문제의 의미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하버드 벨퍼센터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Fellow)인 백지은 씨는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행사 개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 백지은] “The problem definition Today, or to date has generally been a variation..”
이번 세미나는 현재 북한 주민에게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재정의하고 장단기적 방법을 찾아 보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라는 겁니다.
세미나에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탈북민들이 패널로 참가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의해 숙청된 고위 지도층의 비극을 목격한 엘리트 출신 탈북민 이현승, 이서현 남매. 어머니와 함께 중국에서 인신매매 당했던 박연미 씨. 꽃제비 출신 이성주, 티모시 조, 이성민. 그리고 어린 나이에 가족과 함께 탈북한 박대현 씨가 초대됐습니다.
북한 정권이 구체적으로 인민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에 관한 첫 질문은 지난해부터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서현 씨가 답했습니다.
이서현 씨는 북한 주민은 거주지역이 어디든 모두 심각한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고 연좌제가 그 수단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떠난 지 6년이 넘었지만 50년 넘게 북한에서 살았던 자신의 어머니는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귀에 대고 속삭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서현] “My family and I only left North Korea 2014 But, so it's been six years…”
누군가에게는 우습게 보일 수 있겠지만 습관으로 남은 행동은 우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북한 정권에 의해 억압을 받고 살았는지를 떠올리게 해 매우 슬픈 감정이 든다는 겁니다.
이서현 씨는 북한의 연좌제로 평범한 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수용소에 갇히고 그들의 가족들이 처형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김씨 정권 아래 살 수 없다고 결정했다고 탈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박연미 씨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은 13살 때 중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인신매매 당해 성노예로 살아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연미] “The North Korean girls are slaves in China right now being sold like pigs. And this is completely forgotten from the mainstream..”
박연미 씨는 지금도 수많은 소녀들이 돼지처럼 팔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 정부의 강제북송 정책 때문에 이들이 겪는 고난이 완전히 잊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연미 씨는 ‘살기 위하여’라는 자서전을 영어로 출간한 뒤 유창한 영어로 국제무대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알리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지은 씨는 북한 주민, 그리고 중국 내 탈북민에 이어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한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탈북민 지원단체 ‘우리온’을 이끌고 있는 박대현 씨는 탈북민들의 정신건강에 주목하며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녹취: 박대현] ”According to the National Human Rights Commission of the South Korea 62.67% of North Korean skaters have experienced seve..”
자료에 따르면 한국 내 탈북민 57.6%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PTSD를 겪고 있다며, 그 이유는 탈북민 10 명 중 8 명이 북한에서 공개처형을 목격했고, 62.67%가 굶주림에 시달린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PTSD에 시달린다는 것은 당시의 공포와 괴로움이 멈추지 않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한국 국민의 전체 자살률 보다 3배 높은 탈북민들의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대현 씨는 지난 2017년 VOA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 한국에 정착했지만 어려움을 겪으며 영국과 중국 등지로 옮겨 다녔던 경험을 말했었습니다.
박 씨는 현재 40여 개 탈북민 정착기관의 정보를 취합한 ‘우리온’이라는 앱을 만들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박 씨는 세상을 바꾸는 무기로 교육을 꼽으며, 시민사회가 탈북민들에게 전문적 배경과 기술을 나눠주기를 희망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자서전 ‘거리소년의 신발’에 이어 2018년 ‘나의 1.2.3 영어공부’ 등 책을 펴낸 이성주 씨는 현재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성주 씨는 탈북민들이 학계와 정계에서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역경을 극복한 성공 스토리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귀중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주] “Successful Defector leaders in diverse fields may serve as role model..”
이성주 씨는 또 차별과 무시를 당했던 탈북민들도 한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탈북민들의 성장과 성공을 지원하는 것은 상호의존적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달 실시되는 영국 지방선거에 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티머시 조 씨는 `꽃제비' 출신으로 2008년 영국에서 난민 지위를 받은 영국 시민입니다.
조 씨는 영국에서 북한과 달리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부의 가치를 배웠다며, 국민을 위해 영국 의회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현승 씨는 북한으로의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경험을 나누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나라와 외부 세계를 비교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현승 씨는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제정한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온라인 세미나에는 학생, 일반인,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여해 실시간으로 반응을 올리며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터프츠대학 플레처 법학외교대학원 이성윤 교수는 VOA에 탈북민들의 발언을 언급하며, 유익하고 중요한 내용들이 다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이현서 씨가)주민 통제, 연좌제가 엄청나게 효과적인 지배 수단이라고 발언했죠. 지금 21세기에 이조시대도 아닌데 주민 통치 수단으로 연좌제를 적용한다는 게 극심한 인권 유린이겠죠. 관료들도 지위가 높을수록 전화기 도청 등 심한 감시를 받는다, 그것도 일리있고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특히 이현승 씨가 비판한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은 전단뿐 아니라 쌀, 성경책 등 주민들이 되팔아 생계에 보탤 수 있는 모든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지금 전단만 금지하는 게 아니잖아요? 법안을 보시면 USD, 현금, 현금 외 재산상 이익, 심지어 양말 등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거의 모든 물건을 금지하는 법입니다. 전단지만 금지하는 법이 아니라서”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민들을 북한 인권에 대한 폭넓은 대화에 참여시키고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백지은 연구원의 발언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날 패널로 참가한 탈북민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한 활동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녹취: 탈북민 패널] “I can't ignore my, the voice of my faith and conscience. I used to have no.”
이에 대해 탈북민들은 "나의 양심과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며 또 친구와 가족, 그리고 다른 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누리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또 인권 운동은 올바른 일이라며, 자신의 권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자유와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