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책에서 인권 문제를 피하면 비핵화 문제도 진전을 이루기 힘들다고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말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인권특사와 대사를 조속히 임명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7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권이 그 자체로 반드시 다뤄야 할 옳은 일이라는 이유 보다는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특사 임명을 요구하는 등 이를 다루도록 압박했기 때문에 중요한 사안이 됐다는 겁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first thing is that human rights became an issue, not because it was the right thing to do, but because Congress pressed to have something done.”
킹 전 특사는 최근 자신의 특사 활동을 회고한 책 ‘면책의 행태’(Patterns of Impunity) 출판을 기념해 열린 이날 행사에서 북한인권특사의 역할을 자세히 설명하며 대북 정책에서 인권 문제 제기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보 문제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핵심 사안이지만, 인권에 대해 말하는 것을 피하면서 핵 문제에 진전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겁니다.
[녹취: 킹 전 특사] “We haven't made progress on nuclear issues when human rights has not been raised, we haven't made progress on human rights issues when human rights hasn’t been raised. So I think it's important to keep that in mind,”
킹 전 특사는 지금까지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핵 문제에 진전이 이뤄진 적이 없었으며,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인권이 진전된 적도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무부에서 대북 담당 관리들과 북한 관련 어떤 사안이든 인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는 북한인권특사의 역할과 가치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의 인권 개선과 관련해 동맹 등 다른 나라들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고, 유엔과 유럽연합이 북한 인권에 계속 초점을 맞추며 개선을 압박하도록 유용한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또 미국과 한국 정부의 인권 담당 대사 간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석 중인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직책은 한국 국회가 제정한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자리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National Assembly established the position of the special envoy, or the ambassador for North Korea human rights. There was a much greater level of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between the two of us…so it was a very helpful effort to have both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actively advocating in,”
재임 시절 한국의 이정훈 당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훨씬 더 큰 수준의 협력과 조율을 했으며, 여러 국제 행사에서 두 대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옹호하는 등 활동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겁니다.
이날 화상토론회에 참여한 한국의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소속 지성호 국회의원은 한국 내 북한 인권 관련 환경이 “너무 숨이 막힌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 북한 인권 대사를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지성호 의원]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어서 저도 국회에서 대한민국 외교부에 계속 항의하고 지적하는데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미국과 한국에 북한인권특사가 빨리 만들어져서 자유를 찾아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한국 정부와 한국군이 무서워서 못 온다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지 의원은 지난 2월 동해에서 수영을 통해 망명(귀순)한 20대 북한 주민 등 최근 입국한 탈북민들을 면담한 결과 북한 주민들은 한국에 가고 싶어도 한국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으로 한국군이 자신들을 체포해 북송할 것을 우려해 탈북을 못 한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과 함께 최근 통일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북 라디오 방송도 규제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 이 조항의 삭제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지성호 의원] “여기에 보면 전자적 형태의 무체물 인도 인수 및 정보통신망을 통한 송수신 등에 대해서 차단하겠다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대북 라디오 방송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서 문제를 제기했고 이 조항을 빼도록 제가 노력 중에 있습니다.”
한편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치르는 대가가 매우 비싸다”면서, 지난 미한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한 데 대한 구체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think the bigger issue, the more important one is to decide what you're going to do to engage with North Korea and the price you pay. And at what point is compromise really become a kind of capitulation that is not in your interests and that it wouldn't be in the US or South Korean interests.”
대북 관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어떤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 어떤 타협이 미국이나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일종의 굴복이 되는 지점인지 결정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또 국제사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지원과 관련해 북한 내 성분 차별적 배급 시스템이 우려된다며 누가 실제로 백신을 접종할 것인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