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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탈북여성, 인신매매 주요 표적…북송 두려움에 신고도 못 해”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에서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이 탈북민 인신매매 피해 실태를 조사하는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은 미 국무부‘인신매매 보고서’에서 18년 연속 최악의 국가로 분류됐는데요, 특히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 피해 사례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종 인권 보고서에서 지적된 실태를 박형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25일 발표한 ‘2020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의 심각한 인권 침해가 이웃 국가인 중국에서의 인신매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탈북민 등 중국에서 불법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은 현지 인신매매범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면서, 일부 북한 여성들은 중국 땅을 밟자마자 납치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여성들의 밀입국을 알선하는 북-중 네트워크가 있으며, 이 여성들은 성적 학대, 온라인이나 유흥업소 등을 통한 강제 성매매에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여성이 중국 남성과 ‘강제결혼’을 해 성매매와 노동을 강요당하는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여성들은 아이가 생기면 학대를 당해도 탈출하기 어렵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3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출생신고 등을 하지 못한 채 또다른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신매매 피해자인 탈북 작가 지현아 씨는 앞서 2018년 국무부 주관 국제행사에서 자신이 직접 겪은 사례들을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탈북 작가 지현아]“저는 1998년 첫 탈북을 시작으로 2007년 대한민국 입국하기까지 3번의 북송과 4번의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와 혼혈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에서는 마취 없이 강제 낙태 수술을 당했습니다”

북한 여성, 특히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실태는 유엔과 여러 인권단체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탈북자 지현아 씨(왼쪽)가 북한에서 겪은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에서 탈북자 지현아 씨(왼쪽)가 북한에서 겪은 인권 유린 실태를 증언하고 있다.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대대적으로 환기한 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도 인신매매 실태와 증언이 상세히 담겼습니다.

이 보고서는 “엄격한 국경 통제로 인해 월경자들이 발각되지 않고 국경을 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도움에 의지해야 한다”는 현실을 지적하며, 이 중 ‘브로커’로 위장한 인신매매업자들이 “여성과 여아를 대상으로 무력 또는 속임수로 피해자들을 착취 상황에 처하도록 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소개된 한 탈북 여성은 “북한 내 다른 지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았고, 다른 두 여성과 강을 건널 때야 비로소 중국으로 간다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북한 브로커는 당시 여성 3명을 중국인 브로커에게 넘겼고, 그들은 여성들을 ‘결혼’을 원하는 중국 남성들에게 또다시 팔았습니다.

COI 보고서는 북한 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주된 생계부양자 역할을 하므로 인신매매 표적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많은 피해자가 당국에 도움을 요청하기 두려워하며, 강제 송환 시 북한에서 당하게 될 심각한 인권 침해보다 현 상황을 견디는 쪽을 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민간단체 코리아미래계획(Korea Future Initative)는 지난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한 ‘성 노예; 중국 내 북한 여성과 소녀들의 매춘과 사이버 섹스, 강제 결혼’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를 영국 하원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와 성매매 등과 관련된 ‘지하 시장’ 규모가 1억 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하며, “폭정과 가난, 압제로 점철된 가부장적인 북한 정권이 여성과 소녀들을 조국에서 밖으로 떠미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수용소 등에서의 강제 노역과 해외 노동자 착취 등을 북한 정권의 정치적 압박과 재원 마련 수단으로 지적하며 ‘인신매매’ 범주에 포함시켰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약 8만에서 12만 명이 수용된 것으로 추산하며, 정당한 사법적 절차 없이 수용된 경우가 상당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어린이를 포함한 수감자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장시간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구타와 고문, 강간, 식량 부족 상황에 놓여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정부는 지난해 5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열린 북한 인권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인신매매는 공화국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범죄행위로서 공화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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