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고 국가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면서도 정당한 지위를 누리지 못한 채 다양한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이런 인권 침해를 제대로 기록하고 인도적 지원의 효율성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제학을 가르치는 미국인 레이프 에릭 이슬리 교수와 미국 동서센터의 세라 김(김세영) 방문연구원은 25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서 북한의 여성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가 발간하는 학술지 ‘윤리와 국제 문제(Ethics & International Affairs)에 ‘방치된 북한 위기: 여성의 권리’란 제목의 연구 에세이를 기고했던 두 전문가는 북한 여성들이 가정과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만큼 충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북한 여성이 비공식 경제의 핵심인 장마당의 주체로 북한 가계수입의 70% 이상을 책임지며, 장사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50% 이상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그러나 북한 여성의 시장 지배력과 사회적 영향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라 김 연구원] “a big part of their activity is within the informal markets or Jangmadang and there's research saying that informal commerce actually makes them more than 70% of the household income for North Korean families, and also research saying that women are 50% more likely to be retail sellers than men,”
북한에서는 부인의 수입이 남편보다 많고, 여성은 북-중 국경을 통한 다양한 경제활동, 심지어 정부의 허가를 받아 중국 내 공장과 식당 등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유엔과 한국 국책연구기관 등의 보고서를 보면 북한 여성들은 장마당 활동을 통해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고 가족을 부양할 뿐 아니라 농촌 지원 등 각종 사업에 동원되거나 경제활동을 위해 당국에 돈을 바치는 등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출신 북한 경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한국 국민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향후 “장마당 아줌마들이 벤츠를 탄 노동당 고위 간부들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합니다.
여성들이 이렇게 정부나 남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비공식 시장경제 지배력을 확대하자 북한 지도부가 위협으로 느끼고 시장 단속과 옛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레이프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을 이용해 정권에 이득이 되지 않는 경제활동이나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행위자들을 단속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는 우려를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레이프 교수] “I would point out that some analysts are concerned that the Kim regime is actually making use of this COVID 19 pandemic, as an opportunity to crack down on economic activity that it sees as not beneficial or to crack down on actors that perhaps have gotten outside of the bounds of loyalty to the regime.”
레이프 교수는 제한적 정보만으로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북한 당국의 장기적인 북-중 국경 봉쇄가 여성 상인들에게 미치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과 한국 문화를 체제 전복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처벌하는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전문가는 특히 가정과 국가에 대한 북한 여성들의 다양한 기여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극도로 낮은 공공보건, 사회에 만연한 착취와 차별 등으로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여성들은 영양실조와 기본적인 의료 지원 결여, 성폭행, 인신매매 등 다양한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김 연구원은 특히 북한 여성의 3분의 1 정도가 첫 성 경험을 강제로 했다는 충격적인 통계와 관리소 등 수감시설 내 여성들에 대한 강제노역과 고문, 성폭행 등 심각한 문제들이 있지만, 여성들에 대한 법적 보호는 물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라 김 연구원] “there was a striking statistic saying that around a third of the first sexual experience for a lot of these woman is actually forced…there's a lot of exploitation that goes on in detention facilities and political prison camps that include forced labor torture,”
레이프 교수는 여성에 대한 이런 인권 착취를 기록하고, 효율적인 인도주의 지원과 여성들의 경제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은 탈북 여성들이 겪은 역경에 대한 인터뷰 등 빅데이터를 보관하고 분석해 북한 정권의 만행을 문서화하고, 인도주의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계층에게 전달되도록 기술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레이프 교수] “First, AI can help document atrocities by archiving and analyzing big data, including interviews with female defectors on adversities that they've faced… Second, AI can also be used in targeting humanitarian assistance where it's needed most.”
레이프 교수는 인공지능을 통해 많은 경제지표와 탈북민 증언을 집계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위성사진을 통해 논과 쌀값의 변동을 추정해 농산물 생산량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당국이 향후 국경 봉쇄를 풀면 인터넷사회관계망 서비스 분석을 통해 북-중 국경을 오가는 움직임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등을 추론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구호단체들이 인공지능의 추적 능력과 지상의 관측 지표를 결합해 대북 구호물자가 취약계층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는 등 투명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인공지능 활용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면서도 이에 대한 비용 문제와 정보 접근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최신 정보 수집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최근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들을 유엔 직원들이 인터뷰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특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t's been particularly helpful for the United Nations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provide access to defectors so that the UN personnel in Seoul are able to interview recent arrivals from North Korea be able to pull together information and that kind of thing..”
세라 김 연구원은 이에 대해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기본적인 자료 수집 업무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정부의 탈북민 면접 등 자료 접근 제한으로 올해 연례 인권백서 발표를 포기했다며,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인권재단 출범을 보지 못하고 있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