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로 꼽히는 북한에서 기독교 인들이 ‘침묵의 신앙’을 지키며 일부 전수하고 있다고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 도어스 USA’가 밝혔습니다. 가족들 간에 은밀히 신앙이 전해진다는 것인데요.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인 ‘오픈 도어즈 USA’가 기독교 가정 출신의 탈북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북한 내 기독교 신앙 전수 실태를 전했습니다.
“‘너의 영생은 여기에서 시작한다’-한 북한인 어머니가 침묵을 깨다”라는 글에서 오픈 도어즈는 북한 기독교인들이 ‘침묵의 신앙’(Silent Faith)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신앙을 가지면 삼대가 감옥에 갇히고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당하며 목숨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족의 비밀’을 알려주거나 끝까지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단체의 데이비드 커리 회장은 13일 VOA에 “북한에서는 가족들이나 자식들과도 개인의 영적인 삶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없다고 느끼는 추세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커리 회장] “Within N Korea there is a clear pattern where people do not feel free to discuss their private spiritual life with extended family and their children. They have a private faith because it’s so dangerous to talk about these kinds of things within the country with the ongoing indoctrination from the government of children with the reward system and punishment system to try to expose people who may own and read a Bible.”
커리 회장은 북한에서 신앙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도 어려운 일이라며, 당국이 어린이들을 계속 세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경을 소지하고 읽는 사람을 고발해 보상 받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픈 도어즈는 북한에서 가족 간에도 신앙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우선 ‘계속되는 세뇌’ 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루 종일 방송과 확성기를 통해 김씨 가족을 경외하도록 세뇌 당하고, 기독교인들은 사악한 첩자라고 배운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신앙이 발각될 경우 ‘너무 위험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세 번째로 북한 내 기독교 가정들이 박해를 통해 많이 해체됐기 때문에 신앙 전수가 안 되는 경우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정 내에서 신앙 일부 전수 돼"
오픈 도어즈는 하지만 기독교 가정 출신 북한인들 수천 명을 직접 지원하면서 “하나님이 이들 가정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 발견한다”고 밝혔습니다.
박해와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북한 내에서 가정을 중심으로 일부 기독교 신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커리 회장] “We see stories of people discovering the faith of their fathers and their grandparents and therefore coming to have meaningful conversations about faith within N Korea so we know that is possible.”
북한 주민들 중 조부모나 부모가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뒤 신앙에 대해 서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사례들을 오픈 도어즈가 파악하고 있다고 커리 회장은 말했습니다.
오픈 도어즈는 세 가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50대의 탈북자 이주찬 씨의 경우 1990년대 후반 탈북한 뒤 중국에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일제 시대 기독교를 믿게 된 어머니는 중국에서 이 씨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과 기독교의 핵심 내용을 전해줬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이 이 씨를 보호해 줄 것이라며 세 시간 동안 소리를 내어 기도했습니다.
어머니는 바로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북-중 국경에서 경비대에 의해 살해됐고, 이 씨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한국에서 목사가 됐습니다.
탈북자 김상화 씨는 12살 때 북한 집에 있던 장에 숨겨져 있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이 불법적이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김 씨는 ‘선생님이나 보위부에 고발할 것인지’ 15일간 고민했습니다.
그 후 아버지에게 사실을 말하자 아버지가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이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경에 대해 가르쳐 주기 시작했습니다.
탈북자 최영숙 씨는 어렸을 때 친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성경 내용을 두고 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후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됐고, 풀려난 뒤 가족들은 시골로 추방됐습니다.
최 씨는 할아버지가 하나님을 믿으라고 말한 것을 기억했습니다. 이후 성인이 돼 중국으로 탈출한 최 씨는 처음으로 성경을 읽고 교회에 출석할 수 있었습니다.
오픈 도어즈는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에 20년 연속 북한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1위에 올렸습니다.
커리 회장은 북한이 전 세계에서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녹취: 커리 회장] “That’s what makes it so difficult. The government controls all the means for life. It’s a totalitarian system, authoritarian system and it’s very very difficult indeed.”
커리 회장은 주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북한 당국이 통제하는 전체주의, 권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신앙을 지키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지난해 북한의 기독교 출신 탈북민 10 가정을 심층 인터뷰해 ‘그루터기’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김 교수는 당시 VOA에 북한에 기독교인들 7만여 명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하며, 보통 자녀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 신앙을 교육한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병로 교수] “그 사람들의 증언을 들으면, 3대에 걸쳐 자녀들에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절대 신앙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자녀들에게 신앙 얘기를 했을 때 자녀들이 잘못될 수 있고, 가족이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만 신앙을 유지하고 가족에게 한 마디도 전할 수 없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신앙인들이 많이 사라져간 겁니다. 그 중에 일부 가정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얘기하는 경우, 몇몇 가정은 어렸을 때 얘기한 가정도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