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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완 교수] "북한, 이동의 자유 전혀 없어...평양과 지방 간 격차 매우 심각"


강동완 교수의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강동완 교수의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북한은 해외 이주는 물론 국내 이동의 자유조차 꿈꿀 수 없는 곳이라고, 대북 전문가인 한국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최근 출간한 책에서 평양은 일반 주민들이 함부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평양과 지방 간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17일 강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발간한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에서 평양과 지방을 비교하면서 이동의 자유 문제를 지적하셨습니다. 마침 세계 이주민의 날인데, 북한 주민들의 이주 상황은 어떤가요?

강동완 교수) 제가 책에서 평양은 체제와 정권의 상징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서 누구나 아무 때나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썼습니다. 그것을 ‘평양공화국’이라는 비유를 들어 설명했는데, 평양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전체 북한 주민이 아닙니다. 북한은 평양에 사는 극히 일부를 위해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우리가 얘기하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와 다릅니다.

기자) 전 세계 많은 인구는 더 잘기 위해 혹은 인생의 꿈을 쫓아 자기가 살던 고향을 떠나 수도나 대도시 또는 해외로 이주하지요. 그래서 도시 과밀화 현상도 나타나는데, 북한은 수도 평양조차 아무나 갈 수 없는 성역 같은 곳이란 의미군요.

강동완 교수) 개인이 최소한 재화가 많이 모이는 곳 또는 시장이 형성된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해서 물건을 팔거나 하는 것들이 노동의 자유 이동 권리인데, 북한은 지역과 지역의 이동 자체도 제한되어 있고, 특히나 지방 사람들이 평양에 공적 업무를 위해 허가를 받고 들어가는 것 외에 사적으로 방문하거나 장사하기 위해 입성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는 거죠. 전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지역과 지역 간 이동을 통제하고 금지하는 곳은 북한밖에 없을 것 같고요. 그런 면에서 본다면 모든 재화와 시스템이 평양만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간다고 봐야 하는 거죠.”

기자) 올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북한 수뇌부가 국경을 장기간 봉쇄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보고서는 코로나로 인해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북-중 국경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시나요?

강동완 교수) 북한의 경제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었던 것은 북-중 간 밀수나 교역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외부로부터 정보나 물자를 얻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공식 교역도 그렇고 밀수도 거의 다 중단된 상황입니다. 북한이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경제적 부문이 굉장히 어려워졌을 거고 거기에 대한 불만도 지금 상황에서 굉장히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기자) 북-중 국경 지역을 수십 번 방문하시면서 평양과 지방의 격차를 비교하는 책을 사진과 함께 계속 출간하고 계십니다. ‘평양 밖 북조선’과 ‘그들만의 평양’에 이어서 이번에 세 번째 책을 내셨는데, 어떤 메시지가 있나요?

강동완 교수) 제일 핵심적인 문제는 우리 외부 사람들이 (북한을 볼 때) 평양만 본다는 겁니다. 특히 김정은 시대의 평양 건축물, 북한 스스로가 얘기하는 우리식의 멋진 건축물들을 보면서 평양이 경제적으로 잘 살고 지상낙원처럼 외형적으로 묘사되고, 북한 정권의 선전처럼 겉으로 보이지만, 실제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삶은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책은 실제 살아가는 주민들의 현장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보는 것이니까, 누군가가 연출한 게 아니니까 실제 오늘을 사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 남한 사람들에게 덮힌 평양에 대한 허울을 벗는다고 해야 할까요?

강동완 교수의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속 북한 아이 모습
강동완 교수의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속 북한 아이 모습

기자) 북-중 국경에서 촬영한 사진들과 부연 설명으로 책을 엮었는데, 이전의 책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강동완 교수) 기술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장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사람들의 표정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촬영 기계와 장비를 다 바꿔서 새로 촬영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정말 민낯을 들여다본다는 의미가 있고요. 구성면에서도 평양과 비교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 대동강 수산물 식당이 개장했다고 선전을 하잖아요. 그럼 그것과 비교해 비슷한 북-중 사진을 주제별로 분류해 구성했습니다

기자) 최근 한국 통일부가 국제적으로 심각성을 지적을 받고 있는 북한의 아동 강제 노역을 일상적인 “교육과 생산 노동의 결합”으로 설명해 한국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새 책의 목차를 보니까 거의 3분의 1이 평양과 지방의 어린이들을 비교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그렇습니다. 북한 정권이 문수 물놀이장이나 평양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 대해서 아이들의 낙원이라고 계속 선전하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북-중 국경 지역에서 아이들은 낚싯대도 아닌 나무에 낚싯줄을 묶어 고기를 잡고 있고, 물에 떠내려오는 페트병을 줍고 있고, 또 한국 정부는 남한에서 농촌체험 하듯이 낭만적으로 아이들을 그리고 설명하고 있는데, 거기 아이들은 옛날 트럭에 빽빽하게 실려서 농촌에 동원 가는 모습을 책에 실었습니다. 그 사진 제목으로 국제노동기구(ILO)의 아동 노동 착취금지 관련 협약 내용을 달았습니다. 또 우리가 말하는 ‘농촌체험’이란 그런 낭만적 단어로 보기에는 북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강동완 교수의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속 북한 모자
강동완 교수의 새 책 ‘평양 886.2km-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 속 북한 모자

기자) 일각에서는 한국도 오래전에 그런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또 수도와 지방 혹은 도농 간 격차는 비단 북한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란 지적도 있습니다.

강동완 교수) 그렇지 않아도 책에 그 내용을 썼습니다. 한국도 서울을 중심으로 지방 분권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까, 수도와 그렇지 않은 지역의 차이라고 그냥 쉽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평양과 나머지 지역은 그런 정도의 개념이 아니란 겁니다. 단순히 발전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평양공화국 너머 사람들’이란 부제목을 달은 이유는 북한이란 나라 자체가 평양공화국이라고 표현될 만큼 모든 게 평양 중심이란 겁니다. 단순히 평양만 발전시켰다는 게 아니고 평양 이외 지역 사람들은 전혀 사람으로서의 고려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서울을 중심으로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지방 사람들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평양은 말 그대로 허락된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고,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평양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여 가고 있다는 거죠. 우리가 서울 시민 중심으로 국가가 모든 혜택을 펼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거죠.”

기자) 결국 책 내용이 개인의 이동 권리, 노동권, 아동권, 알 권리 등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연결되는 것 같군요.

강동완 교수) 우리 사회에서 북한의 인권에 문제가 없고 경제적으로도 살만하다고 얘기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그 배경 자료가 평양의 모습이란 게 문제입니다. 평양에 보이는 휘황찬란한 조명시설이라든지 또 평양의 대동강식당에서 먹고 있는 메뉴를 보면서 아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다는 인식이 굉장히 한국에서 퍼져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논의할 여지가 훨씬 더 좁아지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결국 허상이고 허울이란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평양을 볼 때 누군가는 이곳을 봐야 한다는 게 제 책의 카피 중 하나입니다.”

기자) 끝으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강동완 교수) 해결책이란 게 결국 우리가 북한에 외부 정보를 보내는 이유가 북한 주민들을 자각시키고 스스로 일깨우기 위함이잖아요. 그게 남한의 경제 발전상이나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보면서 자신들의 의식이 깨일 수 있지만, 자신들이 살아가는 내부의 모습들을 통해서도 훨씬 더 현실을 인지하고 자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외부정보 유입을 통해서 인권과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더 알리고 확산시키고 보여줘야 하는 게 한국 정부의 할 일인데, 최근 그것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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