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풍경’입니다. 미국의 한인 여배우가 1인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나를 팔아요.-나는 북한에서 왔어요” 라는 제목의 연극입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5세 북한 소녀 지선이 관객을 바라보며 담담한 어조로 말합니다.
[현장 녹취] “엄마, 나를 팔아, Sell me.”
“나는 내 열다섯살 생일에 엄마에게 말했죠. 나를 팔라고. 왜냐하면 엄마는 아팠고 나는 엄마를 위해 약을 살 수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썩은 사과를 팔아 엄마를 돌봤지만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었다고 말하는 주인공 지선의 모습은 시작부터 비장합니다.
지선의 말처럼 장면은 기차역의 사과를 파는 장소로 바뀌는데, 행인이 등장합니다.
1인극인 만큼 주인공은 행인과 지선 역할을 번갈아 하며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지선을 사내아이로 부르는 행인은 사과를 달라며 하나를 지선에게 건내 주는데요, 그러면서 "죽지 말라"고 말하고 떠납니다.
지선은 사과를 판 돈을 모아 브로커를 구하는데, 브로커가 소개하는 중국인 남성에게 팔려가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약을 구할 돈이 생길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현장 녹취] “너 이거, 정말 쉬워! 청소하고 빨래하고...”
브로커를 따라가는 지선은 중국인 남성에게 팔려가면 ‘청소하고 빨래하고, 기름을 많이 넣고 음식을 만들고, 아기를 낳아 주면 된다’는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기대에 찬 모습입니다.
[현장 녹취] “야, 나와, 지금! 빨리!”
순식간에 브로커를 따라 두만강을 건너게 되는 지선은 엄마가 좋아하는 남한 노래를 부르며 엄마에게 곧 돌아온다 약속을 하고 떠납니다.
그러나 지선은 브로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맙니다.
[현장 녹취] “병신 같은 년, 몇 살 이야, 거지 같은 년..”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선은 엄마의 약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만 합니다.
지선은 중국에서 북송될 위기에도 놓였지만 위기를 면하게 되는데요, 지선은 북한 땅을 영영 떠날 결심을 합니다.
북한 소녀의 가족애와 탈북 여정, 어린이가 본 북한 정권을 그린 연극 “나를 팔아요: 나는 북한에서 왔어요.”
이 연극은 미 동부 뉴저지주 ‘저지시티 씨어터컴퍼니(JCTC)'에서 8일과 9일 이틀간 공연됐습니다.
JCTC의 아만다 케이트 조시 감독은 VOA에, 지구상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모르고 있다며 작품에 의미를 뒀습니다.
그런 만큼 미국인 관객에게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는 아만다 감독은 다양한 자료조사를 거쳤고 이를 토대로 연출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아만다 케이트 조시] “We spent a lot of time wondering what people would understand and not understand, because people really don't know…”
아만다 감독은 이 연극은 비록 비인간적인 정권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은 꿈과 목표를 향한 욕망이 있으며 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45분 분량의 1인극 무대 위에는 의자와 병풍 정도의 간단한 소품이 등장하지만 다양한 화면과 음향 효과로 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북한과 중국, 과거와 현재로 전환될 때마다 무대는 암흑 천지인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 통곡하는 북한 사람들, 눈보라, 중국 교회, 유흥업소를 상징하는 상징물이나 그림이 벽에 비춰쳤습니다.
이런 장면 속에 북한 정권의 주체사상과 이에 영향 받고 자라는 북한 어린이들 등 북한 내부 상황과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이 묘사됩니다.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극작가 겸 배우인 백소라 씨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백소라 씨는 VOA에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백소라] “그 때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너무 놀랬죠. 탈북자의 이야기였는데. 북한에서 살고 있는 환경도 너무 말이 안 되고,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야겠다. 중요한 이야기니까. 그러다 보니까, 내가 이야기를 해야겠네..”
책과 영상물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실상을 확인한 백 씨는 각본을 쓰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습니다.
[녹취: 백소라] “사람들이 다 놀라고 ‘이런 일을 나눠야 한다.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반응을 들으니까. 그게 힘이 됐어요.”
그리고 지난해 여름, 무대 연출이 없는 대본 읽기 형식으로 작품을 처음 발표했고 이는 12월, 뉴욕 국제인권예술축제 무대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30분짜리 대본이 45분으로 각색돼 이번 연극 무대에 올랐습니다.
백소라 씨는 이 연극의 첫 번째 목적은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백소라] “북한이라고 들을 때. 너무나 북한은 김정은 핵무기 두 개 밖에 모른다는 생각. 우리 같은 삶이 있고, 우리같이 애를 낳고. 이런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미국 사람이 잊는 것 같아요. 거기에도 우리 같은 사람이..일상이 있다는 걸.”.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다르며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역할을 찾아보자는 게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라고 말합니다.
백 씨는 이 연극을 북한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을 다룬 여성인권에 대한 연극으로 분류했는데요, 연극에는 10대 소녀가 북한을 떠나 중국을 거치면서 겪게 될 여러 위험요소가 등장합니다.
출산을 앞둔 임신한 몸으로 무대에 오른 백소라 씨가 무대 위에서 15세 여자아이로 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 어린이 만이 아니라 세상에 모든 어린이들이 지금보다 강하고 용감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녹취: 백소라] “제가 애 엄마라 그런지. 애들 이야기를 듣고 보는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여자아이 이야기하고 싶었고. 15살이면 뭘 알면서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고 그때 외부환경이 어떤지가 중요한데, 그걸 이겨나갈 수 있는 강한 여자아이가 이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백소라 씨는 관객들에게 “우리도 저런 땅에서 태어날 수 있었지 않았냐”며 그것이 각자의 역할을 찾아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녹취: 백소라]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우리도 그 사람들이 될 수 있었다. 우리가 거기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감사해야 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마음이나 경제적이나.이 작품으로 이루고자 하는게 북한을 알리고, 탈북자를 알리고..”
백소라 씨는 향후 민간단체를 설립할 계획인데요, 관객들이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을 돕는 후원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연극 ‘나를 팔아요”는 북한 아이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라고 말하는 백소라 씨.
백소라 씨는 자신의 작품을 북한에서는 볼 수는 없겠지만 메시지는 북한 땅에 전해지기를 바랬습니다.
[녹취:백소라] “가슴이 많이 아프구요. 제가 정말 열심히 해서.. 전 이 작품이 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탈북자님들의 작품이고, 북한에 계신 분들의 작품이고, 북한 아이들의 작품이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이 작품을 알려서 도움을 드릴게요.”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