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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아프간 난민들 환대…탈북민들 "긍휼은 미국의 힘"


탈레반 점령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주민들이 24일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탈레반 점령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주민들이 24일 미국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워싱턴 인근 북버지니아 등 미국 내 여러 도시에 속속 도착하면서 이들의 재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시민들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 난민들은 VOA에, 많은 미국인이 자원봉사를 통해 난민들을 돕는 온정주의 문화에 감동한다며, 이것이 미국의 진정한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카불공항에서 탈레반을 피해 필사적으로 탈출한 많은 아프간 난민들이 속속 미국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들이 워싱턴 인근 페어팩스 등 여러 도시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으며, 미군기지 내 임시숙소를 거쳐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도시에 재정착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미 언론들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4일 이후 23일 오전까지 미국이 아프간인 4만 8천 명을 대피시켰다고 전했지만 미국에 입국한 난민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정부를 도운 이들을 중심으로 수 만 명의 난민이 미국에 입국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을 돕기 위해 최대 5억 달러의 긴급자금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이나 미국 정부를 도왔던 아프간인들과 가족, 탈레반의 표적이 된 사람들은 일반적인 난민 절차가 아닌 특별이민비자(SIV)를 받아 미국에 재정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별이민비자(SIV)는 생체인식 등을 통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쳐 난민의 신속한 미국 입국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 언론들은 약 8만 8천 명의 아프간 난민이 이 비자를 통해 이미 입국했거나 곧 들어올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북버지니아 페어팩스의 덜레스 엑스포 센터와 북버지니아 커뮤니티 대학(NOVA) 등에는 지난 주말 도착한 아프간 난민들이 수속을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목격됐으며, 이들에게 생필품과 통역 등을 제공하려는 자원봉사자들과 단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 등 지역 언론들은 시민들이 어떻게 아프간 난민들을 개인적으로 도울 수 있는지 자세히 소개했고, 수 십 개 민간단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 방법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또 23일 현재 적어도 25개 주 주지사가 아프간 난민들의 재정착 지원을 약속했고, 정부 기금과 별도로 종교단체들도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가 24일 전 세계 아프간 난민 2만 명에게 무료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업들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브리핑에서 이런 미국인들의 움직임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we are deeply moved by the outpouring of support from so many Americans — so many of them veterans — to help the Afghan evacuees, those Afghans at risk, our Afghan allies settle here in the United States. This is the best of the American spirit, and we look forward to working with them in the days, weeks, and months ahead.”

많은 참전용사 등 미국인들이 아프간 난민들과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 아프간 조력자들이 미국에 정착하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한 데 대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겁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것이 최고의 미국 정신”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며칠, 몇 주, 몇 달 안에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22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들이 탈레반 점령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22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군들이 탈레반 점령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실제로 오랜 난민 수용과 지원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1975년에는 공산화된 베트남을 피해 탈출한 `보트 피플' 난민 13만 8천 명, 지난 60년간 쿠바 난민 100만 명 수용, 냉전 때는 잭슨-베닉법(Jackson-Vanik Act)에 근거해 소련 내 유대인 50만 명을 수용했습니다.

미국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포즈너 교수는 23일 미 경제지 ‘포브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1980년 의회의 난민법안(Refugee Act) 채택 이후 베트남인 80만 명 등

동남아시아에서 난민 120만 명을 수용했다며, 이런 온정주의로 아프간 난민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유엔난민협약 70주년을 맞아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대담에서 “미국은 1980년대 이후 320만 명이 넘는 난민을 수용한 세계 최대 난민 재정착 국가로, 계속 미국에 망명을 모색하는 난민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Our commitment to refugees is as strong as it ever was… The United States has been the largest recipient of Refugee Resettlement with more than 3.2 million refugees in the United States since about the 1980s, and we continue to be a beacon of hope for those refugees who are seeking asylum in the United State.”

물론 미국 내 일부 극우 성향 시민들을 중심으로 난민 수용에 대한 반대와 테러분자들의 위장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많은 주 정부와 시민들은 아프간 난민 지원에 공감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난민 지위를 받아 정착한 탈북민들은 24일 VOA에, 아프간 난민들을 환대하는 미국인들의 활동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10여 년 전 미 중서부 시카고 지역에 정착한 김마태 씨는 자신을 비롯한 탈북 난민들이 모두 정착 초기에 지역사회로부터 다양한 지원 등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며,“이것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긍휼을 베푸는 미국의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책에서만 봤던 문화를 미국에서 직접 겪어보니까 미국의 아량과 도량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 문화가 미국에 자리 잡아서 그런지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 대한 긍휼의 감정이 확실히 풍성히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참 북한에서 알던

미국과 여기서 아는 미국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아프간 경우처럼) 자기들을 도와준 사람들을 철저하게 보호해 주고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같이 공감해 주는 분위기가 미국 문화에 확실히 베어져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미 중서부에서 꽃 도매업을 하는 글로리아 씨는 정착 초기 아무 대가 없이 자신을 돕는 미국인 자원봉사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그러나 그것이 “북한에서 배운 잘못된 교육과 빈곤, 폐쇄 문화 때문이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글로리아 씨] “처음에는 좀 이해가 안 됐죠. 모든 사람은 자기 이익을 따라 움직이고, 특히 북한은 우물 안의 개구리잖아요. 사람들이 한 곳에서 자기들만 바라보고 살아요. 생활패턴이 정해져 있어요. 벗어나질 못하는 거예요. 근데 제가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나와 다른 문화와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살고 있어요. 어울려서. 그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 같은 것을 많이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하기 때문에 거기서 배우는 것도 많고. 저희 같은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받아 주는 나라가 있다는 게 정말 큰 복이죠”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글로리아 씨.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글로리아 씨.

김마태 씨는 정착 초기 정부와 민간단체, 한인사회로부터 받은 지원과 온정을 잊지 못한다며, 안정적인 정착 이후 자신이 후배 탈북민들을 돕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마태 씨] “6주간 영어 공부시키고, 석 달 동안 무료로 렌트비 보장해 주고, 8개월간 푸드 스탬프 주고, 석 달 간 쓸 수 있는 현금을 주고, 1년치 의료보험을 보장해 주고... 이게 다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것! 개별적으로 도와준 것도 있지만, 우리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미국의 시책 자체가 잘 되어 있어요. 이건 정부가 도와주고 개인적으로는 교회라든가, 민주평통이라든가 한인사회에서 이북도민회 이런 분들이 도와줬습니다. 직장도 보증해 주고, 집도 보증해 주고 이렇게 하다 보니 참 정착이 쉽고 고마웠습니다. 또 그러다 보니 지금 저도 들어오는 북한 사람들에게 할 수밖에 없죠. 저도 그만큼 받았으니 나눠야죠.”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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