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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 북한 전 쿠웨이트 대사대리 망명 집중 보도…고위 외교관 잇단 탈북 주목


북한 평양의 새벽.
북한 평양의 새벽.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북한의 전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소식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망명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북한 류현우 주쿠웨이트 대사대리가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전하며, “최근 몇 년 새 김정은 정권을 탈출한 여러 명의 대사급 관리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2016년 8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공사에 이어 2019년 7월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 그리고 약 2개월 뒤인 9월에는 류 전 대사대리 등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한국 망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신문은 이런 현상에 대해 “정권 체제에 대한 김정은의 통제가 그의 아버지(김정일)나 할아버지(김일성) 때만큼 강력하지 않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권 취약성의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전성훈 전 한국 통일연구원장의 분석을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또 최근 한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태영호 전 공사의 ‘성공’이 다른 고위 외교관들의 탈북을 부추긴 한 요인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탈북해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의원.
북한 외교관으로 있다가 탈북해 한국에서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 의원.

‘AP’ 통신은 “북한이 오랫동안 외교관을 해외 돈벌이 수단 개발에 이용해 왔다”며 “탈북한 외교관들은 북한 당국의 금전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 고위 외교관들의 잇단 탈북은 “ 엘리트층 사이에 핵무기에 집착하는 김정은 정권 아래 국가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했음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 고위 관리들의 잇단 망명과 류 전 대사대리가 겪었을 외화 벌이 압박에 더해, 그의 탈북 소식이 대중에 노출된 데 주목했습니다.

신문은 류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이 대중에 알려진 것은 “이미 가시로 뒤덮인 남북 관계와 한국의 협상 재개 노력에 또 다른 부정적 자극(irritant)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북한 고위급 인사의 탈북은 드물지만,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 3만여 명이 정치적 박해와 경제적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을 탈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탈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특히 어려워졌다며, 작년에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해 전년도 대비 78% 감소한 229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북한이 외화 벌이를 위해 수년간 중동과 중국,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한 데 주목했습니다.

지난 2015년 2월 북한 인권단체 NK워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북한 해외파견 근로자 인권피해 실태 유엔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외화벌이를 위해 쿠웨이트와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북한 인권단체 NK워치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북한 해외파견 근로자 인권피해 실태 유엔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외화벌이를 위해 쿠웨이트와 러시아에 파견됐던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다.

특히 쿠웨이트와 같은 중동에서 북한 관리들은 북한 노동자의 “노예와 같은 노동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해외에서 자행되는 북한의 불법 외화 벌이를 계속 비난해 왔고, 지난해 미 법무부는 북한의 불법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북한인과 중국인 20명을 무더기 기소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로이터’ 통신도 이날 관련 소식을 전하며 북한 고위 관리들의 잇단 망명에 주목했습니다.

통신은 류 전 대사대리의 탈북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뒷받침하는 북한 엘리트들이 느리지만 끊임없이 김정은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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