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000 기자, 로커비 폭파 사건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죠?
답) 네, 지난 1988년 12월 21일 미국의 팬암 항공기가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지역 상공에서 폭발했습니다. 당시 사고로 탑승자 2백 59명과 마을 주민 11명 등 모두 2백 70명이 사망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관련 국가들은 조사 끝에 리비아 정보부가 그 같은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데요, 결국 네덜란드에서 열린 재판에서 스코틀랜드 판사들은 리비아의 전 정보장교 2명을 기소했습니다. 기소된 2사람 가운데 1 명은 무죄를, 그리고 다른 1 명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유럽에서는 법정최고형이었는데요, 그 때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사람이 압둘바시트 알-미그라히입니다.
문) 그런데, 알-미그라히는 지난 해 8월 석방돼 리비아로 돌아가지 않았습니까? 어떤 이유였지요?
답) 네, 알-미그라히는 건강을 이유로 복역 8년 만에 석방됐습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법원은 그가 전립선암에 걸려 3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는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인도적 차원에서 그의 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를 태운 특별기가 리비아의 트리폴리 공항에 도착하자 수천 명의 군중은 리비아와 스코틀랜드 국기를 흔들면서 노래를 부르고 환호했습니다. 반면 로커비 폭파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은 스코틀랜드의 결정에 분노하며 항의했습니다.
문) 그런데, 당시의 석방 결정에 대해 계속해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죠?
답)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당시 3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던 알-미그라히가 1년이 지난 지금도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 상원에서 알-미그라히의 석방에 영국의 석유회사인 BP사의 로비가 작용했는지 조사하면서, 그의 석방이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석유자원을 둘러싼 일종의 합의였다는 주장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문) 영국 BP사라면 미국 멕시코만에서 대형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회사가 아닌가요?
답) 네, 당시 알-미그라히가 석방되자 일각에서는 그가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영국이 리비아에서 벌이고 있는 9억 달러짜리 석유탐사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로 석방됐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었습니다. 당시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리비아에서의BP, 쉘 등 영국 석유회사들이 석유 개발권을 따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영국 정부가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었지만, 알-미그라히의 수감이 문제가 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알-미그라히가 석방되면서 영국이 아프리카 최대 석유 매장지인 리비아에서의 석유 개발 활동을 더욱 더 원활히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통신은 분석했습니다.
문) 그러면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영국 정부는 어떤 반응인가요?
답) 나이젤 샤인왈드 주미 영국대사는 논란이 불거지자 영국 정부는 알-미그라히의 석방으로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고통을 당하게 된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샤인왈드 대사는 최근 미국의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알-미그라히를 석방한 것은 실수였음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샤인왈드 대사는 영국의 BP사가 알-미그라히의 석방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실은 부인했습니다.
문) 당시 희생자 가운데 미국인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요, 앞으로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 같네요?
답) 네, 맞습니다. 당시 사건 희생자 가운데 1백 89명이 미국인이었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로커비 폭파범 석방은 ‘실수’라고 비판하며 유감의 뜻을 표한 바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스코틀랜드의 방침에 실망감을 표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번 논란이 가열되자 미국 상원은 오는 29일 청문회를 열 예정입니다. 또 클린턴 장관도 이 문제와 관련한 의원들의 조사 요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로커비 폭파범 석방과 관련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는 소식 자세하게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