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등장한 핵심 용어는 ‘선군’과 ‘유훈’, ‘단결’로 압축된다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한미경제연구소 새라 윤 지역문제 실장이 분석했습니다.
윤 실장은 3일 연구소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신년 공동사설에 ‘선군’이라는 단어가 14번 사용된 점을 지적하고, 이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이어받아 선군정치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선군 외에 ‘유훈’을 10번, ‘단결’을 9번이나 반복 사용한 것도 김정일의 유훈 관철이 목적이며, 이를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하에서 이룩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실장은 4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공동사설이 ‘선군’을 우선 강조하고 그 때마다 ‘유훈’과 ‘단결’을 뒤에 연결시킨 맥락을 잘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정당성과 지도력을 내세우면서 김정일의 유산을 계승한 김정은의 뿌리가 결국 김일성 주석에까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입니다.
지난 해 공동사설에서 19번이나 쓰였던 ‘강성대국’이라는 표현이 올해는 5번으로 크게 줄어든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윤 실장은 말했습니다. 대신 ‘강성부흥’과 ‘강성국가’라는 다소 소극적 표현을 각각 10번씩 언급하면서 목표를 하향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강성대국’ 달성과 같은 외적인 목표 보다 김정은 지도체제를 신속히 안착시키는 게 올해 북한 지도부의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과 관련이 있다는 게 윤 실장의 분석입니다.
윤 실장은 그러면서 올해 공동사설에서 경제발전을 언급한 내용이 지난 해에 비해 부쩍 짧아진 점도 북한 지도부의 관심이
‘경제’에서 ‘체제 안정’으로 크게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공동사설에 명시된 경공업.농업 발전과 식량 증산이 여전히 중요 과제이긴 하지만 적어도 김정은 시대 초기에는 경제개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10여년 간의 북한 신년 공동사설을 분석한 논문을 지난 해 발표했던 윤 실장은 북한이 올해도 미국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을 단 2번 지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미국을 ‘원수’나 ‘적’으로 묘사해 왔던 북한이 미국에 대한 부정적 표현을 지난 10여년 사이 크게 완화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윤 실장의 지난 해 논문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는 ‘미제’라는 단어가 39번이나 등장하지만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6번으로 크게 줄었고, 이어 2009년과 2010년 사설에는 단 1번 밖에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윤 실장은 북한은 수사와 선전의 정치를 앞세우는 체제라며, 공동사설에 반복적으로 명시된 용어에 주목해야 행간의 뜻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에는 ‘선군’이라는 단어가 14번, ‘유훈’이라는 단어가 10번이나 사용됐습니다. 이처럼 공동사설에 반복적으로 나타난 핵심 용어에 주목해야 북한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백성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