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위부 등 간부층 상당수가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며, 일부는 압수한 영상물을 북한 내 다른 지역에 되팔아 이윤을 챙기는 것으로 17일 알려졌습니다.
평양에서 정치 지도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해 탈북한 김모 씨는 “남한 영상물을 단속하는 보위부와 보안원 간부들이 남한 영상물을 더 많이 보고 있다”며 “도 보안국 감찰과장 집에서도 남한 영상물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자 뿐아니라 간부들도 남한 영상물을 보는 데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사회주의 상무인 보위 검찰 보안 당 기관 사람들이 단속을 한 뒤 자기들이 먼저 보고 다음에 영상물을 바칩니다. 중앙당 간부들도 다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북한을 떠난 보위부 출신 탈북자는 단속한 영상물을 테러연구에 참고한다는 구실로 자주 보곤 했다며, 대하드라마를 비롯해 천국의 계단과 조폭 마누라, 가을동화를 주로 봤다고 전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북한에서 CD알 장사 1년만 하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며 “보위부에서 ‘삐라를 포함해 남한의 심리전을 다 막아냈지만 CD알 만은 막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15일 현재 함경북도 회령의 경우 남한 드라마 1회당 CD알 가격이 북한돈 5-6백원, 2편짜리 영화 1부에 1천2백원 가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보안원이 압수한 CD알을 다른 지역에 되팔아 이윤을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양 정치지도원으로 근무한 김모씨의 말입니다.
회수한 영상물을 자기 와이프를 시켜 알 굽는 기계로 굽게 한 다음 검찰이나 보안서에서 그 뒤를 봐주면서 장사꾼에게 그걸 팔게 합니다. 그 뒤에 거기서 나오는 돈을 나눠 갖는 거죠.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해온 탈북자 이춘국 씨는 보안원 간부가 다른 지역에서 CD알을 팔아줄 것을 부탁해 CD알 20장을 받아 북한 돈 10만원에 팔아주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남한 영상물을 국경에서 밀반입하는 과정에 국경수비대가 개입되기도 합니다.
국경경비대에 근무하다 올 초 탈북한 박모 씨는 장사꾼들이 CD알을 사과나 귤 밑에 몰래 숨겨 들여오면 돈을 받고 묵인해줬다며, 하루 밤에도 수 천 개의 CD알이 북한으로 넘어오곤 한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 뿐아니라 간부층에까지 남한 영상물이 깊숙이 퍼지자, 2000년 대 초반부터 비사회주의 그루빠와 보안성과 당 기관, 검찰 등으로 편성된 단속반인 ‘109상무’ 등을 조직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경경비대에 근무한 박모 씨는 “3-4년 전부터 전파탐지기를 갖고 다니며 남한 영상물을 본 집을 수색하는 등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영상물을 보다 적발되면 간부들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뇌물을 줄 형편이 안 되는 주민들의 경우 추방 당하거나 교화소에 가는 등 최근 들어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습니다.
보위부 등 간부 출신 탈북자들은 남한 영상물의 경우 북한 당국의 정치적 선전물과 달리 남한의 사회상이 반영된데다 같은 언어로 돼 있어 중국이나 다른 나라 영상물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탈북자 33 명을 대상으로 북한 내 남한 영상매체 유통경로에 대해 심층 조사를 벌인 한국 통일연구원 강동완 박사는 “체제 보위에 나서야 할 간부들이 남한 영상물을 통해 한국문화에 동화됨으로써 사상적으로 무장 해제가 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남한 영상물의 유통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부 균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 뿐아니라 남한 영상물을 단속해야 할 북한 보위부 등 간부층 상당수가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뇌물을 받고 영상물의 밀반입을 돕거나 심지어 영상물을 유통시켜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