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안녕하십니까?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죽 함께 다니신 거죠?
답) 3차례 시범 공연 중 2번째까진 동행했습니다. 계속 같은 숙소에 머물면서 식사도 같이 했구요. 보스턴 인근의 로웰 시, 그리고 뉴욕 시까지 함께 이동하면서 시범단과 호흡을 같이하며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문) 4년 만의 미국 방문이라는 소개가 많이 나왔어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을 찾은 거죠?
답) 맞습니다. 지난 9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통해 미국에 입국했는데요. 2007년 10월에 처음 왔었으니까 정확히 얘기하면 3년 8개월만이네요. 당시엔 진행자께서 동행 취재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전례가 없던 행사라 북한 시범단을 초청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참 많았었는데 이번엔 그 절차가 한결 수월했다고 합니다.
문) 주최측 얘긴가요?
답) 예. 미국의 ‘태권도 타임스’ 정우진 발행인의 설명입니다. 2007년에 이어 올해도 북한 시범단을 초청하면서 모든 경비와 관련 절차를 도맡은 분인데요. 이번엔 미 국무부에서 시범단의 비자 문제와 입국 절차와 관련해 상당히 협조적이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시간도 많이 절약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미국과 북한 간 조금씩 흘러나오는 대화기류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그런 관측들도 있었습니다.
문) 저희 방송에서도 북한 시범단의 공연을 자세히 보도하면서 미국인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고 전했는데요. 현장에서 직접 보니까 어떻던가요?
답) 예. 시범단이10일 비공식 시범을 한 번 보이고 다음 날인 11일 미 동부 보스턴시 인근의 로웰 고등학교에서 첫 공식 공연을 했는데요. 저도 시범단과 같은 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시범단을 맞는 청중들의 환영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범이 시작되기 훨씬 전에 공연장에 들어섰는데도 북한 태권도 선수들을 보기 위해 인근 주민들이 벌써부터 긴 줄을 서고 있었던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문) 아무래도 한인 청중들이 많지 않았을까요?
답) 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대부분의 청중들이 미국인이었습니다. 한인 관객은 아주 드문드문 보였구요. 얼마 안 되는 한인 관객들도 미국인들이 이렇게 대부분의 관객석을 메운 데 놀랐나 봅니다. 11일 로웰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한인 관객의 말을 들어 보시죠.
“저희는 한국 분들이 되게 많이 오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95%는 다 미국 분인 것 같아요. 저희도 되게 놀랐거든요. 저희가 되게 눈에 띄는 것 같아요, 동양사람이라서.
문) 공연장을 찾은 미국인 청중들과 한국인 청중들간의 기대치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요? 가령 북한 시범단에 대한 호기심은 미국인들이 더 많았을 것 같구요. 어땠습니까?
답) 현장에서 청중들을 여러 명 인터뷰했는데요. 확실히 미묘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미국인 관객들은 그야말로 시범단의 태권도 기량을 확인하고 싶어했습니다. 한마디로 철저히 즐기러 왔다고 해야 할까요? 한인 관객들도 물론 공연을 즐기러 온 건 마찬가지지만 거기에 뭔가 더 있었습니다.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은 더 그랬는데요. 직접 들어 보시죠.
“내가 필설로 다 표현할 순 없어요. 나는 상당히 지금 흥분상태에 있습니다”
문) 어떤 차인지 알겠네요. 한인들, 특히 연세가 좀 많으신 분들은 공연도 공연이지만 현장에서 남과 북의 분단 역사와 현실까지 같이 느낀 게 아닌가 싶군요.
답) 예.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는 게 이럴 때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시범단의 기량이야 뭐 이미 알려진 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이런 기량 외에 남북간 역사적 맥락까지 함께 느끼면서 공연을 관람한 한인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태권도 기량 측면만 고려해도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북한 태권도 특유의 절도와 파괴력, 여기에 예상치 않았던 연극적인 즐거움까지 가미해서 관객들의 박수와 탄성, 그리고 큰 웃음까지 이끌어 냈습니다.
문) 현장을 보니까 정말 관객들의 환호성이 크던데요. 관객들 반응이 뜨거웠죠?
답) 그렇습니다. 바로 옆에서 보기에도 형식적인 박수가 아니라 진심으로 공연을 즐긴 것으로 보였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시범단과 악수라도 하기 위해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은 미국인들이 정말 많았으니까요. 취재를 하는 저에게도 태권도 시범단과 같이 찍어 달라며 사진기를 내민 미국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또 공연장 밖에도 선수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사진기와 사인 받을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람도 많았구요.
문) 미 동부 첫 공연이라 시범단도 긴장을 많이 했을 텐데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얻었겠군요.
답) 시범단은 무엇보다도 웃는 얼굴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미국인 관객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친근감을 나타냈구요. 특히 어린이들에겐 아주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흥겨운 분위기는 뉴욕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뉴욕에선 퀸즈칼리지 체육관에서 시범을 보였는데요. 공연 장소도 훨씬 컸지만 관람석은 꽉 찼구요. 청중들의 집중도도 높았습니다. 물론 많은 박수가 나왔구요.
문) 뉴욕 말씀을 하셨습니다만, 여기선 특히 미국 시민들을 대상으로 태권도를 가르치는 시간도 갖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시범단원들이 미국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 한 명 한 명에게 아주 친절하게 태권도 기본 동작을 가르쳤는데요. 재미있는 건 태권도 용어 자체가 제법 많이 알려져 미국 시민들도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와 같은 자세 이름을 잘 따라 하면서 시범단과의 언어 장벽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 시범단이 1주일 동안 3차례 공식 공연을 했는데 개인 시간도 좀 가졌습니까?
답) 2007년 방미 때 보다 일정이 훨씬 빡빡해서요. 공식, 비공식 공연 외에 느긋하게 관광 다니고 할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공연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차창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미국의 명문대학들이죠,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과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두 곳을 둘러볼 여유는 있었습니다. 11일 첫 시범 공연을 앞두고 오전에 이 곳들을 다녀 왔습니다.
문) 시범단원들이 즐거워하던가요?
답) 드러내놓고 감정을 표현하진 않았지만 확실히 표정은 밝아 보였습니다. 하버대 대학에 가면 이 학교의 창립자인 존 하버드의 동상이 있는데요. 이 동상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이 동상의 발을 만지려고 긴 줄을 서기도 하구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북한 시범단원들은 동상의 발을 만지는 대신 그 앞에서 멋진 태권도 자세를 취했습니다.
문) 관광객들도 북한에서 온 선수들이라는 걸 알아보던가요?
답) 예. 다들 그런 표시가 돼 있는 운동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이날만큼은 관광객들이 하버드 교정 보다 오히려 시범단에 더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특히 존 하버드 동상 앞에서 멋진 발차기 동작을 보여주는 시범단원들을 따라 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했구요. 굉장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문) 시범단원들이 식사는 어떻게 해결했습니까?
답) 로웰 시에서는 먹고 싶은 양 만큼 마음껏 가져다 먹는 부페 식당에서 2번 점심을 먹었구요. 다양한 미국 음식 문화를 경험해 보는 취지에서 ‘서브웨이’라는 샌드위치 가게 – 이것저것 양념을 한 빵이라고 해야 하나요?- 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로웰 시에서 뉴욕 시로 이동하는 길엔 미국 최대의 햄버거 (고기겹빵) 가게죠, ‘맥도널드’에 들러 음식을 주문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도 했구요.
문) 미국 음식이 입에 맞았는지 모르겠네요.
답) 별 불만은 나타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김치나 찌게 종류 음식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음료수는 주로 물이나 콜라를 마셨는데 두 명의 여성 시범단원들은 유독 초콜렛 우유를 좋아했던 게 생각납니다.
문) 1주일 동안 공식 공연은 3번, 비공식 행사까지 합하면 총 6번의 시범을 보인 건데요. 북한 시범단이16일 귀국길에 오른 거죠?
답) 예. 14일 필라델피아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15일 이 지역 관광을 한 뒤 16일 시카고-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습니다. 유례가 없었던 건 귀국 직전에 저희 방송과의 전화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정식으로 작별인사를 했다는 건데요. 누가 봐도 지난 9일 입국할 때 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또 감정도 비교적 잘 표현했습니다. 주변에서 여러모로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 났구요.
진행자) 예. 무엇보다도 미국인들, 그리고 현지 태권도인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으니까요. 이번 행사가 과연 미국과 북한간의 교류확대로 이어질 지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6차례에 걸쳐 보내드린 조선태권도 시범단 방미 관련 특집 방송,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