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근삼 기자. 우선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최근 입장을 살펴보죠?
답)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지난 주 베이징을 방문해 양제츠 외교부장을 비롯한 중국 정부 당국자들과 회담했는데요. 이례적으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으며, 무엇보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동안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었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확하게 언급한 점은 주목됩니다.
문) 그 동안 미국과 한국, 일본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이 9.19 공동성명의 의무를 재확인 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이 이런 요구에 한 걸음 다가선 것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이런 입장에 대해,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의 반응도 주목되는데요.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지난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한다는 북한의 입장이 앞으로 진전을 위한 좋은 기초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발언은 김계관 부상이 중국 당국자와 회담한 하루 뒤에 나온 것이어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입장을 전해들은 뒤 나온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런 발언 역시 김계관 부상이 중국을 통해 전한 북한의 입장에 대한 반응으로 보여지는데요. 김 부상은 제재가 계속되는 속에서 6자회담에 나갈 수 없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접촉을 활성화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비핵화 과정을 재개하기 위한 북한의 제안을 들어볼 상당한 용의가 있다며, 미국의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문)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미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미-북간 대화와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 아닌가요?
답) 하지만 여전히 풀려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남아있는데요.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동시에 북한의 지난 행동과 관련해 비판적인 견해들이 있으며, 따라서 북한이 진지한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겠다는 말을 넘어서,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문)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건가요?
답) 북한은 지난 해 6자회담의 폐기를 선언하고 추가 핵실험까지 실시한 상황에서, 대화가 다시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진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미국과 한국 등의 입장입니다. 회담 재개를 위한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남북한 간에 천안함 사건으로 악화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인데요. 아직 한국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됐다는 조짐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 미국은 이 점에서 한국의 판단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것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한국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한국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이 준비되기 전에는 대화를 재개하기 않겠다는 것입니다.
문) 한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한국 정치권에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합니다. 북한의 천안함 사건 사과를 남북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전제하지는 않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이 성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한국인 어부 석방과,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일부 유화적인 조치가 있었지만, 대화 재개를 향한 뚜렷한 관계 개선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문) 미국, 한국, 북한의 입장을 살펴봤는데. 나머지 당사국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다.
답)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대화 재개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데요. 중국 측 수석대표가 최근 당사국들을 모두 방문해 회담 재개를 위한 협의를 벌였고, 이번에 방중한 김계관 부상에게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러시아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일단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고요. 일본은 북한의 진지한 비핵화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며 미국, 한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준비가 됐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도 북한의 이런 입장이 진전의 좋은 기초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미-북 대화와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여전히 중요한 요소지만,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는데요. 6자회담 당사국들의 움직임을 김근삼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