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영결식 모습 - KRT Video (VOA 커트 아친 전송)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28일 오후 2시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열렸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텔레비전’입니다.
“너무도 애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위대하신 장군님…”
이로써 후계자로 내정됐던 지난 1974년부터 시작된 김 위원장의 철권통치가 37년 만에 마감됐습니다.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영결식은 4시간 정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연된 이유는 전날 밤부터 평양에 내린 눈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 방송매체들은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를 직접 호위하며 등장하는 장면부터 생중계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입니다.
“선군혁명을 기어이 이룩하리라 불야성 같은 목소리로 맹세를 다집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김정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에 이어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올랐음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알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국책연구소인 국방연구원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입니다.
“김정은이 누구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인지도를 높이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높이려는 정치적인 고려가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김정은을 지도자로 인정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영구차 옆에는 김 부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새 지도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 부위원장 바로 뒤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기남, 최태복 당 비서가 자리했고, 건너편에는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이 영구차를 호위했습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에서 국정 전반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새로운 지도부를 출연시켜 북한 주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리더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최고의 엘리트들이 잘 단결해 앞으로 북한을 끌어나갈 테니 주민들은 안심하고 리더십에 따르라, 이런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김 위원장의 시신을 실은 영구차는 인민군 육해공군과 노농 적위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금수산기념궁전을 빠져나가 거리행진을 벌였습니다.
운구 행렬은 김일성 주석의 영결식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를 앞세우고 금성거리와 룡흥 네거리, 보통문 거리, 통일거리를 거쳐 김일성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평양 시민들은 눈이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운구 행렬을 지켜보며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영결식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의 시신은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에 안치됐습니다.
김 위원장의 시신은 김 주석과 마찬가지로 방부 처리를 거쳐 영구보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로, 옛 소련에서는 레닌을,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시신만 보존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애도기간을 29일까지로 정했기 때문에 다음 날 중앙추도대회를 마치면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게 됩니다.
중앙추도대회는 29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평양시민 10만 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릴 예정입니다. 이어 정오엔 평양과 북한의 각 도 소재지에서 조포를 쏘고 3분간 묵념이 실시됩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리는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의 원로와 지도층 인사들이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핵 개발을 김 위원장이 남긴 최고 유산으로 소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이날 정론을 통해 김 위원장의 3대 혁명유산으로 핵과 위성, 새 세기 산업혁명, 또 민족의 정신력을 꼽았습니다.
노동신문은 이어 김정은 부위원장이 인민을 이끌어 김정일 동지의 혁명유산을 더 풍부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유훈통치’가 이뤄질 것임을 거듭 시사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이 김정은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추도대회에서 김 부위원장을 어떻게 부를지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이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 체제의 공식 개막을 알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