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먼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가 선정된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답)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오늘(8일) 이곳 시간으로 오후 5시, 오슬로에서 열린 2010년 노벨평화상 발표식에서 류샤오보 변호사 겸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노벨 위원회는 류샤오보가 중국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길고 비폭력적인 투쟁을 벌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노벨 위원회는 또 지난 20년 동안 류샤오보는 중국에서 기본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고 소개한 뒤, 류샤오보는 1989년 톈안먼 시위에 참여했으며 ’08 헌장’의 주요 저자였고, 중국 인권 개선을 위한 광범위한 투쟁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문) 특히 노벨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정치적 권리와 인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죠?
답) 네. 노벨위원회는 오늘 발표한 성명에서 수십 년 동안 중국은 역사상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며 중국은 세계 두 번째 경제 대국이며, 수억 명의 국민이 가난에서 벗어났고, 정치적 참여의 범위도 확대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위원회는 그러나 중국의 새로운 위상은 더 큰 책임을 요구한다며, 중국은 정치적 권리와 관련해 자신들이 서명한 여러 국제 합의와 자국 법조문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중국 헌법 35조는 중국 인민이 언론과 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시위의 자유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런 자유는 중국인들에게 명백히 제약돼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류샤오보가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 주시죠.
답) 올해 55살인 류샤오보는 변호사 겸 작가로 중국 정부로부터 탄압받는 반체제 운동과 인권 운동의 상징이라고 할 만한 인물입니다. 1955년 지린성 창춘에서 태어나 지린대학 중문과를 졸업한 뒤 베이징사범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 자격도 취득했습니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중국 사상계의 덩샤오핑으로 불리던 철학자인 리저허우를 비판하는 글을 쓴 것을 계기로 반체제 운동에 눈을 떴습니다.
특히 류샤오보는 1989년 6월5일 발생한 톈안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사건 당시 방문학자로 있던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귀국해 단식투쟁을 이끌다 수감된 것을 시작으로 민주화 운동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류샤오보는 ‘톈안먼 4군자’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치개혁과 민주화 운동, 인권 활동을 하다가 수 차례 수감과 석방을 반복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인물이 됐습니다. 이어 지난 2008년 12월 언론자유 보장, 인권개선, 자유선거 등의 요구가 담긴 이른바 ’08 헌장’ 발표를 주도해 국가전복 선동죄로 11년 형을 선고 받고 현재 랴오닝성 판진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문)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중국은 지금까지 중국계 외국인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자국인의 노벨상 수상을 고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 대변인은 오늘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류샤오보는 중국 법률을 위반해 중국 사법기관에 의해 형을 선고 받은 죄인이며, 그의 소행은 노벨평화상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자오쉬 대변인은 또 노르웨이와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근래 중국과 노르웨이의 관계는 계속 긍정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이는 양국과 양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뒤 노벨위원회가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중국과 노르웨이의 관계에 손실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중국 정부는 그동안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데 대해 강하게 반대해 오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가 중국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에 재판을 받고 수감된 것이라며 지난 달 28일 노벨평화위원회에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었습니다. 그러나 노벨평화위원회 측은 절대로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류샤오보 석방 요구에 대해 중국 사법권에 대한 간섭이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인권탄압 국가로 부각된데다 국가 위신 추락을 우려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이 때문에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중국과 서방 간의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중국 언론들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을 어떻게 전하고 있나요.
답) 중국과 관련된 소식을 신속 보도하던 중국 내 뉴스 통신사, 방송, 신문, 인터넷 매체들은 류샤오보 수상 소식을 즉각 전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중국 정부가 조만간 이에 대한 입장을 정하게 되면 언론매체들도 그에 맞춰 보도를 시작하고 수위를 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를 앞둔 어제부터 중국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뉴스 매체에서는 류샤오보와 관련된 기사가 차단됐고, 류샤오보와 관련된 블로그 사이트도 일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문) 그런데 중국 내에서 류샤오보에 대한 동정 여론이 적지 않다고 하던데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여론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답) 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편집장을 지낸 후지웨이와 신화통신의 부사장 출신인 리푸 등 개혁파 원로 4 명은 지난 2월 류샤오보 석방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중국 공산당 전. 현직 지도부에게 발송했습니다. 또 마오쩌둥의 전 비서인 리루이, 전 국가신문출판서 서장인 두다오정 등도 류샤오보의 1심 판결의 철회를 요구했었습니다. 지난 달에는 중국 저명 학자, 작가, 법률가 등 1백20 명이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상돼야 한다는 청원서를 인터넷에 올려 공개했었습니다.
문) 류샤오보의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류샤오보의 아내로 화가인 류 샤는 오늘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수상 소식에 매우 흥분된다며 기뻐했습니다. 류 사는 노벨위원회와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달라이 라마, 그리고 남편을 지지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밝힌 뒤, 류샤오보를 석방할 것을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샤는 그동안 남편의 석방을 위해 온 몸으로 맞서는 투혼을 발휘해 중국 당국을 긴장시켜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