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 기자. 중국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 직후 이 달 초 긴급 수석대표 회동을 갖자고 제안했었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죠?
답) 중국은 지난 18일에도 장즈쥔 외교부 차관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거듭 긴급 수석대표 회동을 제안했습니다. 중국은 각 국이 책임있는 태도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길 바라며, 현 상황은 긴급 회동의 필요성과 긴박성을 더욱 부각시켰다는 겁니다.
문)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 중에는 어떤 나라들이 중국의 제안에 동의하고 있습니까?
답) 러시아도 남북한 간, 6자회담 당사국 간에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러시아는 또 중국과 마찬가지로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이 연평도 포격 훈련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중국과의 차이라면 앞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를 공격하고 한반도 긴장을 초래한 점을 공개적이고 강력하게 비난했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를 반대한다는 관점에서 한국의 훈련도 반대한 것입니다.
문) 북한은 어떻습니까?
답)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에게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고요. 지난 16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어떤 형태의 대화에도 임할 준비가 돼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와 연평도 공격 등 계속된 핵 개발과 도발 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그대로 재개된다면 북한이 원하는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문) 그런데 미국과 일본, 한국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 아닙니까?
답) 미국과 일본, 한국은 이 달 초 워싱턴에서 세 나라 외무장관 회담을 가지고 공동의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진지한 입장을 보일 때만 대화 재개가 가능하다는 것이 세 나라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특히 미국, 일본, 한국은 군사 동맹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대응 태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까?
답)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차관보는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먼저 취해야 할 행동 다섯 가지를 나열했는데요. 첫째 도발을 중단하고, 둘째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며, 셋째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요, 넷째로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의 결의를 준수하라는 겁니다.
문) 한국과 일본에서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 방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보도도 있지 않았습니까?
답) 두 나라 고위 당국자들이 그런 입장을 밝혔는데요. 미국 등이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해온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북한이 스스로 공개한 마당에, 이제는 기존 6자회담에서 다뤘던 핵 시설 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에 대한 사찰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북한의 우라늄 농축은 이미 북 핵 문제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문)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자는 입장이고, 미국, 일본, 한국은 북한이 먼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좀처럼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답) 지난 주 베이징에서 미국과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지만, 결국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한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과 관련해, 북한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 북한과 미국, 일본, 한국의 대립 구조가 당분간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예상됩니까?
답) 지난주말 러시아의 긴급제안으로 유엔 안보리 회의가 소집됐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입장 차이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 한국이 대화에 임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고요. 또 북한이 평양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북한은 앞서 평양을 방문한 미국 전문가들에게 대화가 재개되면 구체적인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어떤 추가 제안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의 지난 달 연평도 공격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6자회담 당사국 간의 대화를 통해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한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