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지난 17일이었죠? 오바마 대통령이 새 법에 서명하는 사진이 신문마다 큼지막하게 실렸더군요.
답) 그 만큼 파급효과가 적지 않은 조치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겠죠. 이번에 입법화된 언론자유법, 정확한 이름은 ‘대니얼 펄 언론자유법’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 대니얼 펄 기자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문) 법안에 특정 기자의 이름을 붙인 사연이 있겠죠?
답) 예. 비극적인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당시 펄 기자는 이슬람 과격파 인물과 알카에다 간 연계 여부를 취재하던 중 파키스탄에서 납치됐습니다. 결국 나중에 목이 잘려 참혹하게 숨진 채 발견됐는데요, 언론자유법에 펄 기자의 이름을 붙인 건 그만큼 부당한 언론 탄압을 좌시하지 않겠다, 그런 상징성이 담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 상징성이라고 했는데,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죠.
답) 간단히 말해 미 국무부가 매년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 침해 여부를 평가, 보고하겠다는 겁니다. 국무부는 지금도 해마다 세계 각국의 인권 실태를 연례보고서에 담아 공개하고 있는데요. 이 보고서에 언론 탄압 여부에 대한 항목도 포함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문) 각국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각국 정부가 언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주시하겠다, 그런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으니까요.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들어 보시죠.
“It reminds us of how valuable a free press is…”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세계 도처에 언론의 침묵을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구요.
문) 이번에 대통령이 서명했습니다만, 미 의회는 진작에 이 법을 통과시켰죠?
답) 예. 하원은 이미 지난 해 12월 대니얼 펄 언론자유법을 승인했습니다. 403대 12로 통과시켰으니까 압도적 표차라고 할 수 있겠죠. 상원에서는 지난 달 통과됐는데, 그나마 반대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법안의 취지와 내용을 볼 때 당연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문) 언론자유법이 제정되면서 미국 정부가 더욱 바빠지겠습니다. 각국의 언론자유 실태를 일일이 감시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답) 특히 국무부의 할 일이 많아지는 건데요. 어느 나라에서 언론자유 침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조사,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겁니다. 특히 언론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된 나라에서는 해당 정부가 직접 참여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혹 묵인한 건 아닌지 여부를 가려내야 합니다. 또 언론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구요.
문) 사실 그 부분은 해당 정부가 책임지고 나서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이는데요.
답) 맞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은 각국 정부가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행동을 취했는지 조사하는 방식으로 압력을 가하겠다는 겁니다. 또 각국 정부가 언론인을 공격하거나 살해한 자들에게 사법적 처벌을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미 국무부의 몫이 됐습니다.
문) 언론 기관의 독립성 보장이 핵심으로 보이네요. 하지만 미국이 과연 새 언론자유법을 실제로 다른 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겠는가, 그 부분은 별개로 봐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강제 조항이 없으니까 말이죠.
답) 사실 그런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상징성이 강한 조치라고 말씀 드렸구요. 하지만 미국 정부의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미국으로부터의 꾸준한 문제 제기를 각국이 완전히 무시하기도 힘든 일 아니겠습니까? 오바마 대통령도 그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런 방식으로라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세계 각국은 아무 거리낌 없이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아마도 대니얼 펄 언론자유법의 취지와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낸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