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 기자, 찰스 랭글 의원은 미국에서 대표적인 지한파 의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징계를 받게 됐군요?
답) 랭글 의원은 뉴욕 주 할렘 출신인데요. 임기 2년의 미 하원에서 20선을 기록하면서, 40년간 의정활동을 했고요. 올해 여든 살의 고령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한국과는 인연이 많은데요. 젊은 시절 한국 전쟁에 참가했었고, 하원의원이 된 후에도 한국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에도 많이 알려졌습니다. 또 이런 이유 때문에, 지역구인 뉴욕에서도 한국계 유권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문) 랭글 의원이 한국과의 인연은 별개로, 의회 내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현역 최장수 하원의원 중 한 명인데요. 오랜 의정활동만큼 정치적인 영향력도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올해 초까지 막강한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을 맡았었고요, 또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정치인으로 의회 내 흑인 의원들의 모임인 블랙코커스의 창립 회원이기도 합니다.
문) 그런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징계를 피해갈 수가 없었군요?
답) 랭글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세금 신고 누락 등을 이유로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고요. 결국 올해 초 하원 윤리위원회에 12건의 윤리규정 위반 혐의가 제출됐습니다. 이어 윤리심의소위원회는 16일 12건 혐의 중 11건의항목에서 유죄임이 밝혀졌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 연방 의원의 윤리규정 위반 여부는 누가 결정합니까?
답) 동료의원들이 결정합니다. 랭글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데요. 이번에도 민주당과 공화당 출신 각각 4명씩 8명으로 윤리심의소위원회가 구성돼, 랭글 의원의 윤리규정 위반 건을 처리했습니다. 의원들은 그 동안 조사자료를 검토한 결과, 11건에서 명백한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결정했습니다.
문) 랭글 의원의 어떤 행동들이 문제가 됐는지도 궁금한데요?
답) 주로 소득이나 세금 신고에서 중요한 항목을 누락했거나, 연방 하원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여러 가지 부당 이득을 취한 점이 지적됐는데요. 특히 자신의 이름을 따서 뉴욕 시립대학교에 세워질 랭글센터 건립을 위해 하원 세입위원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점, 또 최소 60만 달러의 자산과 수입 신고를 누락한 점, 외국, 도미니카 공화국에 있는 임대 주택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세금신고 누락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문) 의회에서 랭글 의원의 윤리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했는데, 앞으로 랭글 의원은 어떻게 됩니까?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나요?
답) 본인은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지금까지 확정된 위반 혐의로도 강제로 의원직을 박탈당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의원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요. 하지만 의회 차원의 징계가 불가피한데요.
하원은 앞으로 윤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징계 수위에 관한 표결을 거쳐,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랭글 의원에 대한 비난 결의안이나 벌금, 또 일부 의원특권 박탈 등의 조치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 랭글 의원이 앞서 올 초 세입위원장 직에서 자진 사퇴한 것도 이번에 문제된 사안들과 관련 있었죠?
답) 그렇습니다. 세입위원장은 하원 내 위원장 직 중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 중 하나인데요. 랭글 위원이 이 직위를 이용해서 자금 모금을 위해 부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주위 압력 때문에 올해 초 사퇴했습니다. 현재는 같은 민주당의 샌더 레빈 의원이 맡고 있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랭글 의원 본인은 어떤 입장입니까?
답) 랭글 의원은 세금 신고 누락 등과 관련해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윤리심의소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부당하다는 입장인데요. 변론을 위해 심의 연기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랭글 의원은 자신의 기존 변호사가 사임하면서, 새로 변호사를 선임할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심의 연기를 신청했었습니다.
하지만 심의위원회의 동료 의원들은 올해 초 이미 랭글 의원에게 변호인 선임 필요성을 알렸기 때문에, 연기 사유가 될 수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하원의 대표적 지한파 의원이고 한때 하원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찰스 랭글 의원이 윤리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게 됐다는 소식을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