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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북 채무 탕감, 효과 미미"


러시아가 북한에 1백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를 탕감해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이 안고 있는 대외 채무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는 북한이 옛 소련에 갚아야 했던 1백10억 달러 중 90%를 탕감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세르게이 스토르착 러시아 재무차관은 지난달 말 평양을 방문해 북한 측과 이같이 합의했다며, 늦어도 다음 달에 내각으로부터 합의 결과에 대해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1백억 달러 가까이 채무를 탕감받음에 따라 북한이 안고 있는 대외 채무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런드 부소장입니다.

[녹취: 마커스 놀란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 “The conventional estimate is...”

북한의 대외 채무 규모는 추산 방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약 1백40억 달러에 이르고 그 대부분이 옛 소련 때 진 빚이라는 겁니다.

당시 소련은 주로 기계류를 북한에 팔았고 북한은 현금대신 천연자원으로 대금을 지불했는데, 다 갚지 못한 부분이 그대로 빚으로 남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1970년대 서방 은행들로부터 10억 달러가 넘는 돈을 빌렸습니다. 옛 소련에 진 빚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기는 하지만 북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컸습니다. 북한이 지난 1984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 북한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서방 금융기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 돈을 떼인 은행들은 10년 넘게 손해만 보다 1997년 받을 돈 절반 가량을 채권으로 만들어 팔았습니다. 북한으로부터 돈을 돌려 받을 권리를 헐값에 팔아 넘긴 겁니다. 북한 채권의 거래를 대행하고 있는 영국 금융중개회사 이그조틱스의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수석조사역입니다.

[녹취: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이그조틱스 수석조사역] “There is a hope...”

북한이 언젠가 개혁개방에 나서 일부라도 빚을 갚거나 남북통일이 돼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대외채무를 갚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투자자들이 채권을 구입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동유럽의 구 공산국가들에도 빚을 지고 있습니다. 냉전시절 체코슬로바키아에 수송기계와 전동차 등의 수입대금을 갚지 않아 1천만 달러의 빚이 있지만 아직 갚지 못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0년 북한이 부채 일부를 현물 상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체코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당시 북한은 전체 부채의 5%에 해당하는 5만달러를 인삼으로 갚겠다고 제안했었습니다.

북한은 헝가리에도 빚을 갚지 못하다 지난 2008년 헝가리 정부에 부채의 90%를 탕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한이 헝가리에 갚아야 할 돈은 구 공산권의 결제단위 기준으로 약 3천만 루불에 달합니다. 이 역시 냉전시절 북한이 헝거리에 수입대금을 갚지 않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건데, 헝거리 정부가 부채 탕감을 승인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서방국가들 중에는 북유럽의 스웨덴도 북한에 돈을 떼였습니다. 1970년대 북한에 스웨덴산 승용차와 굴착기를 외상 수출하고3억 달러에 이르는 대금을 아직까지 받지 못한 겁니다.
한국도 지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7억 달러에 이르는 식량차관을 제공하고 이달부터 20년동안 나눠서 매년 돌려받기로 했지만 북한은 갚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상 타결로 대외 채무의 대부분을 탕감받게 됐지만,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그조틱스 사의 컬버하우스 수석조사역입니다.

[녹취: 스튜어트 컬버하우스, 이그조틱스 수석조사역] “There is no saving ...”

북한은 러시아에 돈을 갚을 뜻이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에 채무 탕감을 받는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자금 사정이 좋아질 일은 없다는 겁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놀런드 부소장은 러시아의 배려로 북한의 대외채무 규모가 크게 줄기는 했지만, 북한이 채무 조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정치, 경제적인 타협을 하지 않는 한 국제금융권의 대북 인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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