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씨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6일 평양에서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조의를 표명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이희호 씨와 현정은 회장이 오후 “6시20분께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관을 찾아 조문하고, 이 과정에서 김 부위원장에게 조의를 표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두 사람이 “김정은 부위원장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시했고, 김 부위원장이 이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이희호 씨와 현정은 회장이 인솔하는 남측 조의 방문단이 개성을 통과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문단 일행은 오전 8시 30분경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습니다.
북한은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12명이 개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북측 통행검사소에 나와 조문단 일행을 영접했습니다.
북한은 최고위급 귀빈을 위한 백화원 영빈관을 조문단 숙소로 제공하는 등 한국의 민간 조문단에게 최고의 예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화원 영빈관은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국빈숙소로, 지난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숙소로 사용됐던 곳입니다.
이희호 씨 측은 방북에 앞서 이번 조문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대중평화센터 윤철구 사무총장입니다.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조문특사단을 서울에 보낸 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희호 씨 측은 또 한국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엔 ‘순수한 조문 차원’이라고 답했습니다.
조문단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27일 오전 평양을 떠날 예정입니다.
이희호 씨는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개성공단에 따로 들러 개성공단 업체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민간인들의 조문과 관련해 “국민 정서와 향후 남북관계를 위해 방북을 허용했다”며 “조문단 방북이 남북간 화해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최보선 대변인입니다.
“정부는 남북관계와 국민들의 정서, 또 향후 남북관계의 미연을 위해서 민간 조문단의 방북을 허용하였고, 이것이 남북간 화해와 교류협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문단은 이희호 씨 측 13명과 현 회장 측 5명 등 모두 18명으로, 정부 당국자와 정치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부는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민간 차원의 조문단 파견을 추진 중이던 민간단체의 방북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민간단체인 민화협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정부와 협의했지만 정부는 원칙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준비 일정을 고려할 때 조문 기간 내에 방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한 코리아 연대’는, 프랑스에 사는 황혜로 공동대표가 김 위원장을 조문하기 위해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한국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모든 민간단체의 조문을 허용한다는 북측의 입장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방북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방북이 사실이라면 교류협력법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황 씨가 입국하는 대로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황혜로 대표는 지난 1999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대표로 8.15 범민족 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입북했다 징역형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