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중남미계 주민들의 삶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는데요. 일상 생활에서는 영어를 쓰더라도, TV는 여전히 스페인어 방송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 살면서도, 가정 내에서는 여전히 출신국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고, 또 출신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근삼 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우선 이번 여론 조사에 대해 좀 소개해 주시죠.
답) 네. 미국 AP 통신과 미국 내 중남미계 청취자를 대상으로 하는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 또 몇몇 대학들이 공동으로 실시했는데요. 미국에서는 ‘라티노’라고 부르는 중남미 출신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방송 시청 성향을 조사했습니다. 중남미계는 미국에서 백인에 이어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고 있고, 2050년에는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방송을 보고 듣느냐는 경제적으로나 또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문)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답) 흥미로운 점은 영어가 더 편하고,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주민들도, 집에서는 스페인어 TV 방송을 즐겨 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경우10명 중 4명은 집에서 스페인어 방송을 본다고 응답했는데요. 영화나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뉴스도 스페인어 방송을 통해 접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스페인어를 주로 쓰는 중남미계의 경우에는 10명 중 9명이 스페인어 방송을 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문) 아무리 중남미계라도 영어를 주로 쓴다면 영어 방송이 더 편할 것 같은데. 왜 그런 조사 결과가 나왔을까요?
답) 일단 중남미계라는 출신, 그렇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는 고유한 문화가 중요한 이유인데요.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출신인 중남미 국가에서 유행하는 영화나, 음악 방송, 또 스포츠 중계 등이 아무래도 친숙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스페인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들은 사실 일반 미국인들의 눈에는 생소하게 느껴지는데요, 중남미계 주민들에게는 고향에서부터 봐온 익숙한 형식과 내용들이죠.
문) 그러니까 미국에 살면서도 고유의 문화는 계속 유지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TV 시청 성향에도 반영되고 있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중남미계의 경우 일반 미국 가정에 비해 가족의 규모가 큰 편인데요, 본인은 영어가 편하더라도 스페인어가 편한 다른 가족들과 생활하다 보니 계속 스페인어 방송을 보게 된다는 응답자들도 많았습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미국에서 스페인어 방송이 활발하고, 선택의 폭도 넓다는 점인데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중남미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상업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의 스페인어 방송도 이민 사회와 함께 계속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좀 다른 측면의 결과도 있는데요. 중남미계 주민들도 자동차처럼 비싼 물건을 구입한다거나, 아니면 긴급한 재난 상황에 관한 정보를 필요로 할 때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는, 상대적으로 영어 방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문) 중남미계 주민들이 미국의 일반 영어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도 궁금한데요?
답) 영어 방송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중남미계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에 관한 질문을 던졌는데요. 응답자의 절반은 미국의 일반 방송이 중남미계를 특별히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응답자의 35%는 부정적인 묘사가 많다고 답했는데요, 긍정적이라는 응답자보다 3배 이상 많은 숫자였습니다. 따라서 적지 않은 수의 중남미계 주민들이 미국의 일반 영어 방송에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문) 그렇게 느끼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답) 응답자들의 말을 들어보면요, 뉴스 프로그램들이 최근 불법 이민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면서, 특히 중남미계 이민자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경우가 많았다고 하고요. 또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악역으로 중남미계 주민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문) 그래도 미국에 살면서 스페인어 방송만 시청하다 보면 아무래도 다양한 정보를 섭취한다는 측면에서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답) 중남미계 주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는데요. 스페인어 방송을 주로 시청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절반 정도는 영문으로 된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고요. 반대로 영어 방송을 주로 보는 중남미계 주민들도 주기적으로 스페인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한국계 주민들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답) 이번 설문에서 한국계 주민은 조사 대상이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미국에서도 많은 지역에서 한국어 방송을 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해 시청할 수 있고요, 한국어 드라마나, 영화, 또 TV 프로그램들을 전문적으로 빌려주는 대여점들도 있습니다. 또 요즘은 이런 대여점보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최신 방송을 미국에서도 시청할 수 있는 웹사이트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들도, 한국어 방송을 많이 보고 있고, 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내 중남미계 이민자들의 방송 시청 성향을 조사한 설문조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