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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의 사찰관 복귀 제의는 꼬리 내리기 전략”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빌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제안한 핵 관련 조치들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북한의 제안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을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빌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밝힌 핵 관련 제안에 대해 다소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 씨는 최근의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리처드슨 주지사가 평양을 방문한 것은 다행이라며 이번 제안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대사는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과의 대화와 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 평화협정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평양 당국의 이번 제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씨에 따르면 북한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제안한 내용은 2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관을 복귀시키겠다며 이를 영변 지역으로 제한한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현재 영변 이외의 지역에 별도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또 북한의 이번 제안은 마치 자신들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라며, 리처드슨 주지사가 미국 정부의 공식 특사가 아니란 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드로 윌슨 연구소 방문 연구원으로 있는 류길재 박사도 북한의 이번 제안이 국면전환용 ‘이중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기 보다는 대화의 여지가 있다. 특히 중국의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김정일을 만나서 여러 얘기를 했기 때문에 한편에서는 중국 정부의 체면을 세워주고, 북한 역시 긴장국면을 계속하기 힘들기 때문에 다소 유연성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제안으로 6자회담이 바로 열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그동안 북한에 우라늄 농축 계획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용, 9.19 공동성명 이행 등을 요구해 왔는데, 북한이 이번에 제안한 것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관의 복귀를 허용하고, 플루토늄 미사용 연료봉 1만2천 개를 한국 등 외국에 반출해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은 20일 실시된 한국 군의 해상 사격훈련에 대해 `예상할 수 없는 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던 것과는 달리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 연구소 방문 연구원인 류길재 박사는 강경일변도로 치닫던 북한 당국이 ‘꼬리를 내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한국의 포격 훈련에 무자비하게 보복하겠다고 장담해 왔는데, 꼬리를 좀 내린 것 같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로브 씨는 “북한이 한국 군의 보복을 두려워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 서부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인 스트로브 씨는 만일 북한 군이 타격을 가했다면 한국 군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했을 것이라며, 북한도 이를 알고 대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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