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살리려면, 시장 확대해야"

  • 최원기

지난 10일 북한 함흥의 비료 공장 모습.

북한이 새로운 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거 경제를 살리기 위해 취했던 조치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시장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2년 경제를 살리기 위해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취했습니다.

당시 평양교원대학 교수로 있던 탈북자 이숙 씨는 북한 당국이 더 이상 배급을 주지 못하게 되자 내놓은 것이 7.1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숙] “함경북도는 전혀 배급을 주지 않고, 평양도 보름치를 주고, 그러니까 헌옷, 헌신발까지 몽땅 팔아서, 장마당 없으면 살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7.1 조치는 종합시장을 허용하고 공장과 기업소에 자율성을 부여하며, 협동농장에 분조제를 도입하는 등 시장경제적 요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후 북한에는 종합시장이 조성돼2007년에는 그 숫자가 3백 개까지 늘어났습니다.

7.1조치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장마당을 허용하는 등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 경제난을 해결하려 한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2002년 이후 성과가 있다면 자연발생적인 시장이 이제는 제도적으로 없앨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합니다.”

그러나 7.1조치는 쌀을 비롯한 생활필수품 물가만 올려놔 주민들이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탈북자 이숙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이숙] “7.1조치가 나와도 교원 노임이 2천원인데 쌀은 1킬로에 3-4천원이니까, 노임이 나와도 하나도 의미없는…”

7.1조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거나 오히려 통제가 강화되는 등 개혁 조치가 뒷걸음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05년에 배급제를 다시 복원할 뜻을 밝혔고, 2007년에는 50살 미만 여성에게만 장마당 장사를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7.1조치를 주도한 박봉주 총리도 2006년 직무정지에 처해지고 그 이듬해 4월에는 해임돼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장관은 박봉주가 해임된 배경에는 개혁에 반대하는 군부와 노동당의 이념가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시장이 활성화 되면 사회주의 체제가 약화되고 결국 개혁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이데올로그들이 떠들고 박봉주를 반주체사상으로 몰아간 거지요.”

결국 북한은 2009년 11월 화폐개혁을 통해 장마당을 폐쇄하는 등 7.1조치를 스스로 뒤집었습니다.

화폐개혁을 통해 북한은 노동자의 명목임금을 1백 배 정도 올렸지만 식량과 생활필수품 부족에 치솟는 물가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또 장마당을 폐쇄하고 외화 사용을 금지했지만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화폐개혁 석 달 만에 장마당을 다시 허용했습니다. 탈북자 이숙 씨의 말입니다.

[녹취: 탈북자 이숙] “장사를 해서 차도 사고 전화도 놓고 그랬는데 잘 사는 사람이 다 없어졌습니다. 또 외화도 못쓰게 하니까, 북한 사람들이 다 거지가 된 화폐개혁 이었습니다.”

한편 북한에서는 지난 몇 달간 김정은 체제가 모종의 경제 활성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경제가 살아나려면 좀더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과거 세계은행에서 북한을 담당했던 브래들리 뱁슨 씨는 북한이 핵 문제를 해결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것을 충고했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IMPROVE RELATIONS WITH US AND RESOLVE…

경제를 되살리려면 외부에서 자본과 선진기술을 들여와야 하는데 지금처럼 핵 문제로 인해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는 힘들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과거 사례를 보면 시장을 확대할 경우 경제가 살아났지만 억누르면 경제가 뒷걸음쳤다며. 북한이 제대로 된 경제개혁을 하려면 시장을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