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풍경] “북한 어머니날, 여성 희생 강요 수단”

19일 북한에서 열린 `어머니날 경축 은하수음악회'.

매주 화요일 화제성 뉴스를 전해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11월 16일을 어머니 날로 정하고 국가 차원의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굳히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는데요. 북한의 어머니 날,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통해 11월 16일을 어머니날로 제정했습니다. 이날 평양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한 중년 여성들과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평양시민들로 붐볐습니다. 어머니날을 축하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은 마치 미국의 어머니날을 연상케 합니다.

[KBS방송 녹취] “오늘은 어머니의 날이 아닙니까, 그래서 저도 지금 어머니를 축하해 드리려고 꽃다발을 가지고 가는 길입니다.”

1961년 제1차 어머니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4번째로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의 배경에 대해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김광인] "북한은 아시다시피 집단주의 사회거든요. 개별적인 어머니를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0년 중반부터 아사사태가 발생하고 사회가 파탄화 됐어요. 결국 가정을 먹여 살리는것은 어머닙니다.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한 집안은 가정이 파괴되요. 어느때 보다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해 진거죠.북한이 새삼스럽게 어머니 날을 정하고 역할을 강조한건 개별 가정의 어머니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가정을 살리고 전체적으로 보면 나라를 살리는 그런 취지인거죠."

한마디로 미국과 북한의 어머니날은 이름만 같을뿐 그 목적과 의미가 크게 다르다는 말입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노고에 보답하고 감사하는 훈훈한 가족 문화가 서구사회의 어머니날이라면, 북한의 어머니날은 북한의 체제유지를 위해 여성의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수단이라고 탈북자 최수경씨는 말합니다.

[녹취:최수경] "고난의 행군 이후에 여성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혁명의 수레바퀴를 끈다는 의미죠.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이 강조되거든요. 끊임없는 희생을 강조하는 사회잖아요. 모델이 있어야 하는 거죠. 어려운 고난에서도 어머니상을 끌어내기 위한걸로.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지원 하는 사람도 어머니고 남녀평등법이 나왔을 때도 여성의 노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이었거든요."

그러나 탈북자들은 북한 당국의 그런 의도와 노력이 일반 주민에게는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찰스 김씨입니다.

[녹취:챨스 김] "충성을 하자는 정치적인 쇼이기 때문에 북한이 인민생활을 개선시켜주고 먹고사는데 전혀 무관하니까, 일반 국민들은 관심이 없어요.”

탈북자 김광일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숙을 조국의 어머니라고 교육받았던 짧은 기억은 있지만 참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광일] "김정숙 여사를 강조 했던 거 같아요. 조국의 어머니라는 그런 말이었던거 같아요. 그쪽에 살았지만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생활총화에서 비판을 많이 받고 그랬었죠."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박사는 실제로 북한 당국의 이런 조치가 주민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크게 기대할 것이 못된다고 말합니다.

[녹취:김광인]"어머니날이 정해졌다고 갑자기 변할거라고 기대할거 같진 않고 당장은요. 북한 당국이 어떻게해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텐데."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전국어머니대회를 7년 만에 열고 그 어느 때 보다 어머니 또는 여성에 대한 방송을 많이 내보냈지만 북한의 이런 조치들로 인해 북한 당국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