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 대너셰프스키 AP 부사장 "올해 본사기자 평양 상주 기대"

지난해 1월14일 북한 평양에서 기념촬영한 AP 임원진. 톰 컬리 AP통신 최고경영자(가운데)와 존 대너셰프스키 AP통신 부사장(왼쪽에서 두번째).

미국의 AP 통신이 서방 언론사 최초로 평양에 지국을 개설한지 1주년을 맞았습니다. AP 통신은 그동안 북한의 내부 움직임과 변화를 보도해 왔는데요. AP통신이 말하는 북한 현지 취재 1년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평양을 방문 중인 존 대너셰프스키 AP 부사장을 방북 전인 지난 10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AP 통신이 지난 1년 동안 평양 지국을 통해 여러 가지 보도를 해 왔는데요. 어떤 취재들이 기억에 남으십니까?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우선 지난 주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을 꼽고 싶습니다. 미국의 전직 고위 정치인과 인터넷 확산을 주창하는 기업인이 북한에 들어갔다는 게 대단히 흥미로웠죠. 또 북한 당국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식으로 선전 교육을 실시하는지, 미국의 유명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북한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다는 기사도 생각나네요. 북한의 농업개혁 움직임도 AP가 보도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직접 협동농장을 방문해 농민들과 얘길 나누기도 했구요. 그밖에 지난 4월 김일성 주석 1백회 생일 행사 관련 소식, 북한의 소비풍토 등 북한의 다양한 측면을 다뤘다고 하겠습니다.

기자) 북한 내부를 취재하기 위해선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세부절차까지 말씀드리긴 힘듭니다만, 이준희 AP 서울지국장과 팀 설리번 기자가 평양을 자주 왕래하고 있습니다. 사진 기자와 TV인력도 함께 하고 있구요. 이들이 북한에서 행사나 다양한 주제의 취재 거리를 발굴하죠. 북한이 여러 제약이 있는 나라인 만큼,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어 여러 인터뷰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직설적인 보도 방식은 아닐지라도, 북한 현지 취재는 이렇게 이뤄집니다.

기자) 지난 해 초 저희 방송과 인터뷰에서 AP 통신이 내세우는 기준과 원칙은 평양지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하셨거든요.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그 부분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그런 점은 없습니다. AP의 원칙을 북한에서도 엄격히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사전 검열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구요. 물론 특정 행사나 장소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그 점은 AP와 북한 당국이 서로간의 업무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잘 조율해 나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어려움은 있지만 언론의 원칙과 균형을 잃지않고 있습니다.

기자) 접근성 문제를 언급하셨는데요. AP 통신 기자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일반인과 접촉할 수 있습니까?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저희 기자들이 어디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그런 나라는 아니니까요. 일단 신청을 하고 여행 절차를 밟도록 돼 있죠. 무작정 나가서 차를 몰고 아무 곳이든 갈 순 없습니다. 대신 방문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습니다. 해당 장소에 가선 역시 허가 하에 사람들과 인터뷰를 합니다. 미리 예정된 사람들 뿐 아니라 현장에서 부딪치는 이들과 인터뷰가 이뤄질 때도 있습니다. 그 결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도 듣게되곤 합니다.

기자) AP통신 기자들이 북한에서 인터넷은 자유롭게 사용합니까? 다른 외신 기자들과 비교해서 혹시 다른 점은 없나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AP통신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습니다. 평양 주재 외신 기자들은 특정 장소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건 내부 사정입니다. 평양 지국을 개설한 이후 현지와의 소통 수단이 나아졌고, 더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기자) 아직 AP통신 본사 기자들이 평양에 상주하는 단계는 아닌데요. 작년까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여전히 북한측과 이 문제를 논의 중이신가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그렇습니다. 평양 상주가 여전히 목표긴 한데 아직 실현되진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자유롭게 평양을 왕래할 수 있게 된 건 성과죠. 현재로선 북한 상주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중이고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북한 방문을 위해선 비자 신청을 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 상주 허가를 받는 데 어떤 장애라도 있는 건가요? 왜 계속 늦춰지는 것일까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그건 북한 당국에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북한측도 AP가 상주 허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1년 내내 북한을 자유롭게 자주 오가고 있지만, 상황을 더 개선시키려고 합니다.

기자) 북한 기자 2명이 AP 평양 지국에 근무하는데요. 당국의 지시와 선전에 익숙한 현지 기자들이 과연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어떻습니까?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북한 현지 기자들을 어떤 식으로 교육시키는지에 대한 자세한 말씀은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AP통신의 보도 원칙을 똑같이 지키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고, 검증 절차를 거친 것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문제에 부딪친 적은 없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과 평양 지국 유지 문제를 논의하실텐데요. 북한측과의 접촉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AP통신의 북한측 대화 상대는 조선중앙통신입니다. 따라서 이 창구를 통해 접촉이 이뤄지죠. 또 AP의 이준희 서울지국장과 데이비드 구텐펠더 아시아 사진부장이 평양을 방문할 때 현지 외무성 관리들과도 논의를 합니다. AP 본사가 있는 뉴욕에 북한 유엔대표부가 있긴 하지만, 이 쪽을 통해 북측과 접촉하진 않습니다.

기자) 지난해 7월 조선중앙통신이 대동강 일대에 홍수 위험이 있다며 주민들이 무릎 높이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걸어가는 장면을 전송한 적이 있는데요. AP 통신은 이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사진을 삭제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조선중앙통신과 마찰은 없으셨나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마찰은 없었습니다. 조작된 사진을 받아 배포하지 않는 저희 원칙을 분명히 했을 뿐입니다. 조선중앙통신도 그런 입장을 경청했고, AP통신 입장을 잘 알게 됐습니다. 그게 반드시 그들의 기준이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 사건은 AP통신이 어떤 조직이고 어떤 원칙을 적용하는지를 확실히 하는 문제였지 북측과 마찰을 빚을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기자) 알겠습니다. 평양 지국을 1년간 운영하면서 목격하고 느낀 북한의 변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우선 정권이 바뀌고 세대가 바뀌는 과정을 저희가 기사화했었죠. 그게 어떤 징조인지 주시하면서요. 또 손전화 사용이 확대되는 모습도 보도했습니다. 손전화로 외부와 통화할 순 없지만 말이죠. 중국과의 무역 거래를 통해 새로운 물건들, 특히 새 영상물이 북한에 유입되는 사실도 취재했습니다. 그 밖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부인을 대동하는 모습과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장면 등이 현지 언론에 보도되는 방식에서 변화를 봤습니다.

기자) 그런 단편적인 변화들을 크게 봐서 결국 개방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쉬운 대답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웃음) 어떤 면에선 가끔 현대화 과정도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이 성사된 건 상당히 흥미롭구요. 21세기엔 외부와 접촉을 늘리려는 시도로도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결론을 내리기엔 여전히 이른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대외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잡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거죠. 최근의 로켓 발사는 그런 면에서 일보 후퇴라고도 할 수 있구요. 북한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AP통신이 현지에서 그 움직임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전 세계에 분명한 혜택입니다.

기자) AP통신 평양지국의 장단기 계획과 목표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데너셰프스키 부사장) 우선은 올해 안에 AP통신 본사 기자들이 평양에 상주하는 게 단기 목표입니다. 또 북한 고위 관리들이나 일반 주민들과 더 자주 접촉해 현지 실상을 더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길 바라구요. 과학, 의학 등 전문 분야에 관한 취재도 시도할 겁니다. 그리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외부에 의사를 전달할 준비가 되면, 언제든 인터뷰를 추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