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북 위협은 수사 vs 핵실험 예고"

북한이 지난 5일 정전협정 파기를 골자로 하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지지하는 평양시 군민 대규모집회가 7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도발 위협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습니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하는가 하면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데 이어 미국에 대한 핵 선제타격까지 거론했는데요, 고조되는 북한의 도발적 수사, 또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백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백성원 기자. (네) 북한의 협박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최근엔 표현이 훨씬 과격해졌죠?

기자) 예. 불바다 얘기가 또 나왔습니다. 전에도 서울 불바다 운운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엔 핵타격으로 서울 뿐아니라 워싱턴까지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오늘 (7일)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을 가리키면서 "침략자들의 본거지들에 대한 핵 선제타격 권리를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최근 들어 가장 호전적이고 강한 수준의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성명은 이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보다 강력한 2차, 3차 대응 조치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앞서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 선언도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이 역시 상당히 위험한 발언입니다.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해졌는데요. 3월 11일부터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3월 11일, 바로 미-한 합동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북한은 또 북한 군의 판문점대표부 활동도 전면 중지하겠다, 미-북간 군사통신도 차단하겠다고 했는데요. 다 정전협정 백지화의 첫 단계들로 볼 수 있는 조치들입니다.

진행자) 북한이 과거에도 정전협정 백지화를 거론한 적이 있나요?

기자) 네, 이미 몇 차례 그런 주장을 편 적이 있는데요, 대체로 `유명무실한 정전협정' 또는 “정전협정은 사실상 백지화”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에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에 참가하자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의 최근 위협적 수사를 가만히 보면 올해 들어 발표 횟수도 늘고 표현도 더 거칠어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기자) 그게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시기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안보리 결의안은 지난 1월22일 채택됐는데요. 2시간도 안 돼 북한이 반응을 내놨습니다. 핵 억제력 등 자위적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 강화하는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다, 결국 이게 3차 핵실험을 시사한 거죠.

진행자) 북한은 이후 20일쯤 지나 핵실험을 실행에 옮겼는데요, 핵실험 전까지도 위협적인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걸로 기억되네요.

기자) 당시 하루가 멀다하고 위협을 고조시켰습니다. 1월에 물리적 대응 조치 취하겠다는 얘긴 여러 차례 했구요. 핵실험이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2월 들어선 무서운 보복의 불벼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표현도 있었고, 핵전쟁의 불을 지르는 엄중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위협도 가했습니다.

진행자) 핵실험 이후에는 위협의 내용이 더 구체적으로 변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을 향해, 북한 전략로켓과 핵무기의 사정권에 있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달 27일 대외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밝힌 내용인데요. 강력한 군사력으로 지구상에서 미국이라는 악의 근원을 없애버릴 것이다, 이런 거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다가 이제 서울.워싱턴 불바다 협박까지 나온건데요. 북한이 위협 수위와 긴장을 이렇게까지 높이는 이유, 어떻게 봐야 될까요?

기자) 이게 무엇에 대한 반응일까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는 우선 북한 스스로도 밝혔듯이 미-한 양국의 독수리.키 리졸브 합동군사연습을 겨냥한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중요한 배경은 유엔 안보리가 곧 새 대북 제재안을 내놓을 시점이라는 사실이구요.

진행자)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게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마자 연구원은 6일 ‘VOA’에 미-북 합동군사훈련, 유엔의 추가 대북 제재, 강경 쪽으로 바뀌고 있는 한국 정부 태도 때문에 북한이 느끼는 압박 강도가 훨씬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더욱 심각성을 띤 수사를 구사함으로써 이런 압박을 좀 완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진행자) 특히 미국과 중국이 안보리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 잠정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북한이 심적 부담이 크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소장이 바로 그런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대북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심경, 북한이 이걸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VOA’에 이런 얘길 했습니다. 어떻게든 중국을 움직여 앞으로도 지원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사실 대북 제재에 대한 경고나 중국에 대한 배신감 표출 차원에서 북한이 이런 반응을 보였던 전례는 과거에도 있었는데요, 이번엔 도발 위협 양상이 이전과 크게 다르다는 분석이 있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정전협정 백지화라는 게 법적으론 사실상의 전쟁 상태를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이니까요.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고스 국장은 북한의 최근 위협적 성명들을 유엔의 추가 제재 등에 대한 반응으로 봐선 안된다고 했습니다. 대신 치밀하게 미리 준비된 전략적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습니다.

진행자) 그럼 거기 담긴 뜻은 뭘까요?

기자) 미국은 이제 북한과 일대일로 직접 협상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유엔이나 군사적 창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런 신호로 읽어야 한다는 게 고스 국장의 분석입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전략이 김정일의 위협 방식보다 훨씬 대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결국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걸로 보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것인가, 여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갈립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마자 연구원은 북한이 과거에도 정전협정 무효 운운했지만 그게 북한의 침공이나 호전적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말로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하지만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리고 ‘불바다’라는 위협 역시 추가 핵실험을 예고한 것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진행자) 예. 최근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잇는 북한의 위협 발언과 그 의미를 알아봤습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