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비밀계좌 공개, 후폭풍 거세...이란 핵 협상 재개

세계 각국의 뉴스를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 주요 뉴스입니다. 중남미카리브에 비밀계좌를 갖고있는 외국인들의 명단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란 핵협상이 오늘(5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재개됐습니다. 중국이 해외여행에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로 조사됐습니다. 중국 신종 조류독감 감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6명으로 늘었습니다.오늘도 VOA 김근삼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오늘은 경제 관련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비밀계좌가 공개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네, 중남미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는 조세피난처로 지목돼온 곳입니다. 조세피난처는 금융활동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거나 매우 적게 내는 곳입니다. 세금 집행에 대한 투명성도 부족한 곳이 많은데요. 이러다 보니 외국 기업이나 개인이 이 섬에 이름 뿐인 회사를 차려놓고, 자국에서 내야 하는 세금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돈세탁에 악용되기도 했고요. 그런데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버진아일랜드의 최근 10년간 금융거래 내역을 담은 문서 250만건을 입수해서, 이 중 일부를 공개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각국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인물들이 있습니까?

기자) 현재 문건의 일부만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상당히 많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친구이자, 지난해 올랑드 대선캠프의 공동 재무담당자였던 장 오기에의 이름이 올랐는데요. 파문이 확산되자 올랑드 대통령은 오기에의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 선을 그었습니다. 또 프랑스 법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의 페이너 머천트 상원의원도 불똥을 맞았는데요. 머천트 의원의 남편이자 유명 변호사인 토리 머천트가 문건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루지아의 비드니자 이바니슈빌리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몽골 국회 부의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현직 정치인이나 유력 인사들이 연루됐으니, 정치적 파장도 크겠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필리핀에서도 이번 문건 공개로 시끄러운데요. 전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맏딸인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의 이름도 문건에 들어있습니다. 마르코스 마노톡은 지난 2010년 주지사에 당선됐는데요.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정부가 조사에 나설 방침입니다. 또 탁신 시나와트라 전 태국 총리의 전 부인 포자만 나폼베지라와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 미르잔 빈 마하티르의 이름도 드러났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쿠웨이트 등을 비롯한 여러 나라 기업인들의 이름도 문서에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만약 조사를 해서 불법이 드러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각국 금융당국이 이번 문서에서 공개된 인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미국의 경우 탈세 외에도, 과거 벌어졌던 여러 건의 금융 사기 사건이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유령회사와 연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불법은 아니더라도 기업이나 개인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자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 이런 행태에 대해서, 도덕적 비난도 거세게 일고 있는데요. 영국 가디언 신문은 이런 조세피난처에 임원을 둔 영국 기업이 17만 개가 넘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이 조세회피와 자산은닉 수단으로 이들 지역을 악용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진행자) 조세피난처를 악용하는 경우를 단속하는 게 쉽지 않은가보죠?

기자) 조세피난처로 분류된 나라들은 앞서 말씀드린데로 세금 집행에 대해 투명성이 결여돼있거나, 다른 나라와 금융정보 교환이 원활하지 않은 곳들이 많습니다. 또 해외 기업이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런 활동들을 외면하고 있고요. OECD 등이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국제적인 세금 기준을 충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잘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문건이 아직도 공개될 내용이 많다니까,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는 더 지켜봐야 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조사 중인 문건에는 약 12만개의 회사와 관련자 13만 명의 이름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따라서 앞으로 더 많은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란 핵 협상이 재개됐군요?

기자) 이란과 6개국의 핵 협상이 오늘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두 달 여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6개국에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와 함께 독일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란 측 수석대표는 사이드 잘릴리 최고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이고, 6개국 협상단은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고위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 달 만에 다시 모인 만큼, 이번 협상에서 진전이 예상됩니까?

기자) 이란 핵 협상의 목적은 이란의 핵 무기 개발 의혹을 규명하고, 중단시키는 겁니다. 6개국은 지난 회담에서 일부 양보한 협상안을 이란에 제시했는데요. 과거에는 고농축우라늄 생산의 전면적인 중단을 요구했다면, 새 제안에서는 일부 생산을 허용했고요. 또, 과거 폐쇄를 요구했던 포르도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에 대해서도, 가동 중단으로 요구를 바꿨습니다. 귀금속 거래 등 일부 핵 관련 제재도 풀어주기로 했고요. 따라서 이란이 이번 협상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데요. 만약 이란이 수용한다면 다음 단계로 진전이 이뤄질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란이 여기서 판을 깨면 추가 제재 논의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란이 6개국의 안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추가 요구를 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란은 앞서 6개국의 제안에 대해, 전환점이 마련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 직전까지 자국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는데요. 이를 계속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진행자) 회담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회담은 일단 내일(6일)까지 이틀간 예정돼있는데요.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 외교안보고위대표의 대변인은, 이란이 6개국의 제안에 대해 분명하고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이란 측 차석 대표인 알리 바그헤리 최고국가안보회의 부위원장도 기자들에게 특별하고 분명한 제안을 갖고 회담장에 들어간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협상에서 과연 결과가 나올 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이번에는 중국으로 가보겠습니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씀씀이가 세계에서 제일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요?

기자) 유엔세계관광기구가 발표한 내용인데요. 지난해 각 국 해외여행 소비를 조사했더니, 중국이 1020억 달러로 1위였습니다. 전년도에 비해 1년만에 40%나 늘어난 액순데요. 순위도 2011년에는 미국과 독일에 이어서 3위였는데, 1년만에 1위로 2계단이나 상승했습니다.

진행자) 그만큼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해외여행객 증가는 해외여행 지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일텐데요. 지난 2000년 1천만명이었던 중국의 해외여행객 수는 지난해 830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고성장을 하고,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해외여행이 더 수월해졌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중국 외에 다른 신흥국들은 어떻습니까?

기자) 마찬가지로 해외여행 지출이 크게 증가했는데요. 중국과 함께 브릭스 회원국인 러시아는 지난해 32% 증가한 430억 달러를 지출해, 전년도 7위에서 5위로 올랐습니다. 브라질도 220억 달러를 쓰면서 12위를 차지했습니다. 유엔세계관광기구의 탈렙 리파이 사무총장은 신흥국들이 세계 여행 지출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면서,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해외여행 증가는 이제 중간층 주민들도 세계를 여행하는 시대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10위권 국가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유일하게 해외여행 지출이 감소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소식 한 가지 더 살펴보겠습니다. 저희가 요즘 며칠간 중국의 신종 조류독감 추이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환자가 계속 늘어서 걱정이군요?

기자) 어제(4일) 이 시간까지만해도 신종 조류독감 사망자가 3명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하루 만에 6명이 됐고요. 감염이 확인된 환자도 14명으로 늘었습니다.

진행자) 환자가 발생한 지역이 어딥니까?

기자) 상하이가 6명으로 가장 많고요, 장쑤성 4명, 저장성 3명, 안후이성 1명 입니다. 한편 타이완은 최근 상하이와 장쑤성을 방문했던 자국민 2명이 조류독감 의심증상을 보여,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사람 간 감염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사람 간에 감염된다면 심각하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아직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환자들의 정확한 감염 경로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서 우려는 계속 남아있는데요. 일단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나 가금류의 배설물 등과 접촉한 것이 감염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한편 상하이 시내 농산물 시장에서 수거한 비둘기 샘플에서 신종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됐는데요, 당국은 가금류 거래구역을 폐쇄하고, 이곳에서 거래되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2만 마리를 긴급 도살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불안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